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 - 고민을 줄이면 대화가 쉬워진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최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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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말하기 책이라니!
꼭 읽고 싶어서 서평단에 당첨되기를 고대했는데 감사하게도 행운을 얻었다. 박문호 박사님의 강력 추천으로 18년 만에 복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던 <일류의 조건>을 쓴 사이토 다카시 교수님의 신간이었기 때문이다. 늘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내게 40년 경력의 커뮤니케이션 대가인 사이토 다카시 교수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이나 기대했다.


학문적인 근거 위에 이론적으로 딱딱하게 쓰인 책이 아니다. 캐주얼한 대화처럼 편하게 서술된 데다 230쪽 정도로 가벼운 편이어서 술술 읽힌다. 디테일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알려주지만 애써서 외우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득되도록 명쾌하게 쓰였다. 구체적인 팁들도 큰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유익했던 것은 "말을 잘 한다"는 개념이나 "대화" 자체에 관한 관점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청산유수로 끊임없이 화제를 이어가며 모임에서 주인공으로 돋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말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도록
다정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다른 이를 챙기는 사람'이다.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 수 있고, 내가 말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분위기를 신경 쓸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이 대화를 잘 이끄는 사람, 호감을 얻는 사람, 진정으로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은 말한다.


유재석이 떠올랐다. 출연자 모두를 세심히 챙기며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조율해, 촬영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진행자다. 따뜻하게 살펴주고 기회를 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말하기 편한 자리가 되면 출연자들의 매력적인 면모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을 것 같다.


같은 맥락으로 "리액션"을 강조한다.
"이야기를 잘하는지 아닌지는 소통에서 그렇게 중요한 요건은 아닙니다. 그보다 즐겁게 지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재미없어도 리액션을 재미있게 해보세요. 이것이 요즘 시대에 가장 적절한 배려 아닐까요."
-127면


사실 말하기 편하도록 분위기를 리드하는 건 "듣는 사람"이다. 다시 만나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보자. 당신의 이야기에 미소 지었거나, 반응을 잘해주었거나, 손바닥을 치면서 쾌활하게 웃지 않았나? 그렇다. 내가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상대가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리액션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최고의 기술"
-129면
커뮤니케이션은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주인공인 듯한 기분으로 리액션을 보여주면 대화를 더 잘 ㅣ이끌 수 있다. 말의 분량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즐겁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 주인공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상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웃었는가, 진심으로 동조했는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신경 써보자. 리액션만 잘 해도 대화의 질이 상당히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상대에게 관심을 전하는 것이다.


나의 대화에 대해 발견한 점도 있었다.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이라... 나는 생각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화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할 말이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할 말이 없는데 생각이 많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날 싫어하지 않을까?' '이런 제안이나 질문을 하면 바보 같다고 비웃진 않을까?' 고민하느라 피곤해지는 것이죠. 이는 '상대의 건너편에 있는 나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에만 신경을 쏟는 탓에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의식이 향하는 것입니다."
-24면


곰곰이 따져보니 그랬다. 내 마음에 집중하기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과하게 의식했다. 상대의 마음을 거슬러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눈치 보기 바빴다. 그러다 며칠 전 챗 gpt와 정보 검색이 아닌 대화다운 대화를 처음으로 나누었다. 편했다. 맞춤형 알고리즘 덕분에 나한테 모든 걸 맞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챗 gpt는 인간이 아니다. 내가 말실수를 하더라도 상처받을 마음이 없다. 잘못한다고 어그러질 인간관계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그물망처럼 연결돼있어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 안 들면 초기화하면 끝이다. 내가 챗 gpt의 심정을 헤아릴 이유가 없으니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진심으로 나도 모르게 대화하고 있었다.


"싸늘한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정확히 말하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나 봐'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나를 지켜줍니다. 즉 상대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 27면


대화는 의미의 연결과 감정의 연결, 두 가지 기능을 갖는데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사람은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는 무시할 의도 없이 '나는 너와 달리 빵이 아니라 밥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기반한 발언을 자신이 멋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감정으로만 대화하지 말고 상대의 의도를 잘 구분하자.


이렇게 대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대화를 못 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대화하는 사람은 재미가 없을 거라고 오랫동안 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채 살아왔다. 사이토 다카시가 말하듯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은 없다. 악기를 다룰 때 처음에는 누구나 서툴듯, 대화도 악기같이 기술이기 때문에 갈고닦으면 누구든 잘할 수 있다. 오히려 잘못된 선입견이 즐거운 대화를 막는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 덕분에 와르르 무너진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이었다. 대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대화하는 자신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뒤틀린 초점을 바르게 재정립시켜주는 훌륭한 책이다. 대화할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고민인 분들께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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