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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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쓰지 않는 교양이라는 단어 대신 인사이트나 센스, 문해력 같은 개념이 자주 오르내린다. 이 책 덕분에 잊고 있던 교양에 대해 곱씹자 꼿꼿하고 우아한 자세로 차 마시는 풍경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교양이란 그저 그런 단편적인 이미지를 뜻하진 않을 것이다.


"교양의 핵심이라 불리는 이른바 '문 •사•철' (문학, 역사, 철학)

알고 보면 교양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 수백 수천 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감정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만 있으면 된다."
-6면


교양은 인간과 세계를 읽고, 그에 맞게 해석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감각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인식의 한계 속에서 상대방을 해석한다. 6000년 인류사의 주요 스토리 안에서 세상의 기초 지식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식의 틀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지식과 지혜를 세상과 타인을 향한 존중으로 풀어낼 줄 아는 태도와 관점이 교양이라면 어떻게 교양을 기를 수 있을까?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현실의 자기 삶에 연결하는 힘을 키우려면, 우선 지식들 사이의 흐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의미가 행간에 더 진하게 녹아있듯, 유구한 인류사를 꿰뚫고 근본이 되는 물줄기를 찾아보는 것이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방대한 지식 앞에서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류사의 맥을 짚어준다. 최소한의 필수 교양 60가지를 역사, 철학, 문학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문명에서 시작해 신과 인간, 이성과 자유, 죽음 사랑 인간이라는 학문(인문학)으로 정리했다. 길을 잃지 않도록 6000년 인류사를 한눈에 정리한 연대표와 체계적인 목차로 꼼꼼하게 독자를 챙겼다.


초압축이라 피상적이지 않을까 염려도 했다. 하지만 우려가 무색하게도 이 책은 어렵고 방대한 지식을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제대로 응축했다. 핵심을 관통하는 명쾌함으로 깨달음의 쾌감을 선사한다. 저자의 어마어마한 지적 내공에 읽는 내내 감탄했다.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듯이,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이" 즐기면서 이 책을 읽어가길 저자는 권한다. 책 한 권 읽는다고 교양이 높아질까 의문이 들었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게 쓰지 못했을 이 책을 읽는 동안 파란만장한 스토리에 젖어들어 인류의 큰 그림에 조금씩 윤곽이 잡혔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시선을 바꾸는 듯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요약하고 정리하는 일이라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을 텐데, 왜 이런 교양 입문서가 꾸준한 사랑을 받는 걸까? AI는 정확하고 빠짐없이 요약하겠지만 그만의 철학과 신념이 없다. 인간은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계관, 시대감각을 기준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유일무이한 관점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전문가의 훈련된 감각을 따라가며 이유 있는 선택과 생략을 읽는 일은 분명 의미 있다.


역사에 약하지만 철학과 문학을 동시에 즐기며, 핵심 사상을 3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익했다. 이데아는 개소리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공자, 맹자, 장자. 길가메시 서사시와 삼국지. 쇼펜하우어와 늘 궁금했던 비트겐슈타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인간 실격까지. 동서양 가리지 않고 시공간을 넘어 지식과 지혜의 바다를 유영하는 즐거움은 굉장했다.


"소크라테스는 온전한 지혜란 오직 신만이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인간은 무지하다는 것이 그의 기본 전제였다. 그리고 무지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삶에 대해 성찰하고,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 53면


"사람은 본디 한 번 죽을 뿐이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터럭만큼 가볍다.
그것을 사용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 사마천의 편지, <보임안서> 117면


인류의 흐름을 알고 나니 오늘이 더 커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커진 오늘 속에, ‘나’라는 점이 어디쯤 있는지도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압축 교양수업》에서 모든 걸 배우지는 못하지만 질문을 던질 준비는 할 수 있었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에 비친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고, 왜 사랑을 갈망하고, 왜 자유를 추구하는지 무수한 물음표를 그려보게 됐다. 그 질문의 뿌리는 곧 나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기에 큰 의미가 있다.


한 권으로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권으로 인해 세상과 인간을 더 알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다면, 그것이 진짜 교양의 시작이 아닐까.



#도서지원 #초압축교양수업 #임성훈 #다산초당 #교양 #교양수업 #인문학책 #인문학책추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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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기쁨 - 온몸으로 불안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해방에 대하여
벨라 매키 지음, 김고명 옮김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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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삶이 회복되는 과정을 땀 냄새나는 유쾌함으로 솔직하게 담았다. 달리기 얘기만 하지 않아서, 무겁고 진지하기만 하지 않아서 좋았다.


저자는 찌질해져버린 자신을 비웃을 줄 알지만 연민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끝까지 해내려는 투쟁이 평범한 우리를 꼭 닮아있어 내내 참 공감됐다. 그녀의 일기를 몰래 읽는 것도 같고, 그녀가 실제로 말을 거는 것도 같아, 나는 책을 향해 자꾸 표정을 지어보였다.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언니라도 부르고 싶어요. All by myself~♪)


달리기를 못하는 사람조차 달리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왜 달려야 하는지, 어떻게 잘 달릴 수 있는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불안장애와 이혼, 사랑하는 이의 죽음까지 겪으며,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삶으로 돌아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런 사람도 뛰네? 나도 이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저자는 달리기로 인해 불안증과 공황장애에서 해방된다. 혼자서도 여행을 가고 연애도 새로 시작한다. 삶을 통째로 바꿔간 성장이 내 이야기가 된다면 어떨까. 무의식적으로 사고방식과 행동반경을 제한했던 삶에 균열을 내고, 그녀처럼 놀라운 변화를 차근차근 일으키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아 설렌다.


"생전 달리지 않던 사람이 달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말 근사한 일 아닌가?"
- 362면


이 책으로 깨달았다. 달리기는 내가 내 편이 되는 감각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일이었다. 귀찮고, 숨차고, 다리 아프고, 고생스럽지만 그런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자신을 만나게 하는 달리기! 그렇게 저자는 자신을 믿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걸을 때와는 다른 달리기의 속도감을 좋아한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고 세상은 뒤로 밀려갈 때의 움직임이 좋다. 그럴 때 가끔, 달리는 행위 자체에서 일종의 신성함이나 경외감 같은 것을 느낀다.


뭔가에 가려져 배경으로 존재하던 내가 무대 중앙에 당당히 서는 기분이다. 세상은 관객석으로 펼쳐지고 나는 무대 위에서 팔팔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살아있다는 감격이 굳게 딛은 두 발에서 머리끝까지 휘감는다.


"달리기는 내 것이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다."
-364면


어쩌면 이 책은 달리기는 하나의 통로일 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작은 시작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노력의 반복이 얼마나 위대한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변화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생각이 자기혐오나 후회로 굴러간다면, 마음이 아닌 ‘몸’으로 생각을 멈춰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분명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이 고장나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뛸 수 있어, 할 수 있어." 함께 숨을 고르고 달려주는 책이다. 《달리기의 기쁨》이 그렇게 당신에게 필요한 '인생 리셋 버튼'이 된다면 좋겠다.


"달리기는 마치 내가 구사할 수 없는 언어 같았다.
나와는 한참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달리기는 활기차고 행복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담배를 피우고 매사에 겁부터 먹는
신경증 환자가 할 짓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도 계속 달리다니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2주 동안 그 어두운 골목을 터덜터덜 달렸다.
.........
내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27, 28면

#도서지원 #달리기의기쁨 #벨라매키 #갤리온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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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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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쓰기의 모든 것이 아니라
글쓰기의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인 책"
- 250면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를 상상한다.
1. 글쓰기 방법을 배워서 기술은 늘었지만, 실력은 늘지 않은 분
2. 모든 종류의 글을 잘 쓰고 싶은 분
3.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


사실 나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
글쓰기 기술이 늘기는커녕, 키보드 앞에서 왜 이러고 앉아 있는지 늘 혼란스럽다. (글 쓰는 자아는 요즘 또 사춘기다.) 모든 종류의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언감생심, 서평 하나만 잘 써도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이 왜 이렇게 끌리는 걸까. 나는 기술보다 '글쓰기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평생'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신 분들에겐 꽤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약속해요.
단 한 줄의 차이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단 한 줄의 차이로 모든 것을 만들어가며 여기까지 왔기에
단 한 줄의 차이가 당신의 삶에 보탬을 줄 수 있다 약속하기에"
-10면


내가 잘 쓰건 못 쓰건, 앞으로 나는 계속 쓰리란 걸 안다. 거창하지만 글쓰기는 내 존재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나를 글로 남기며 만족하고, 글쓰기에서 피어나는 성찰과 통찰을 좋아하게 됐다. 읽는 이는 배제한 채, 오로지 나를 위해 쓰고 있었지만 한 줄씩 쌓은 쓰기의 힘도 꽤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내 글쓰기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고 싶은 글을 쓰라." 팔리는 글이란 독자(시장)가 사고 싶고, 읽고 싶은 글이다. 잘 쓴 글보다는 독자에게 필요한 글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내가 팔고자 하는 가치를 논리적인 근거와 공감으로 전하는 글이다. 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생산적인 글임에 틀림없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세상에 팔 만한 가치가 내게 있는지, 있다 해도 내가 팔고 싶은 게 맞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인정하게 됐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분명히 있었다. 혼자 만족하는 것을 넘어, 소통하는 마음을 만난 경험들이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게 했다.


팔리는 나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팔리는 글이 나를 싹싹 지우고 독자만을 위해 쓴 글은 아닐 것이다. 자신감이 없어서, 찾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뿐 내게도 팔 만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그 중에서 세상과 맞닿은 접촉면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배웠다. 세상에 팔고 싶은 내 이야기를 더 즐겁게 찾고 싶어졌다.


나를 더 알고 싶어졌다.


책에만 기대고 뒤로 밀어두었던 나를 밖으로 꺼내고, 시장의 언어로 조율하되, 나만의 시선은 놓치지 않으면 된다. 이 책은 나와 독자가 사는 두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평생 글을 쓰고 싶은 내게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팔리는 글은 결국, 내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진심의 모양 중에 있을 것 같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을 쓸 때, 지치지 않고 평생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내가 내 글에 반하는, 나에게 잘 팔리는 글을 써볼까나.


#도서지원 #팔리는글은처음이라 #제갈현열 #글쓰는법 #글쓰기기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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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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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전담 목사로 교도소에서 276명의 마지막을 지켜본 짐 브라질. 온 마음을 다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정리한 작가 카리나 베리펠트.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는 두 사람이 나눈 순도 100%의 진심 어린 대화를 엮은 에세이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그의 인생을 100만 달러 영상화로 제안할 만큼, 영화처럼 아프고 아름다운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미국은 사형 집행 직전까지 전담 목사의 상담으로 사형수의 죽음을 행정적 절차가 아닌 존엄의 완성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돕는다. 짐 브라질은 수많은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닫는다.


"사람들의 생사는 찰나에 갈린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도 언젠간 죽겠죠. 그때는 제가 사형수들에게 말해줬던 교훈을 마음속에 품고 갈 겁니다. 저는 당신이 이 교훈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축복입니다.
허비하지 마세요.
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좋은 일을 하고,
무엇이든 용서하세요."
-17면


인생은 축복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처럼 나는 흔들렸다. 내 인생은 여전히 두려움이었다. 어찌 될까 봐 불안해하는 소심이의 삶에 여전히 갇혀 있다는 걸 깨닫자 이건 아니라는 충격이 왔다. 마음에 불안이 피어오를 때마다 내뱉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신기하게도 두려움이 곧 누그러졌다.
축복 속에 살고 있음에 위안이 됐다.


짐은 사형수들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뿐인 인생을 허비한다며, 하루하루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나쁜 날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 나쁜 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형수가 죽기 위해 차에서 내린 뒤 하늘을 올려다본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한다. '죽기 좋은 날이네요.'
그는 자신이 죽는 날을 죽기 좋은 날이라 새롭게 정의했다. 그렇게 그날은 죽기 좋은 날이 되었다.


이 책에는 살인, 강도, 강간 등 사형을 구형 받을 만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의 이야기도 제법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은 제각각이었다. 크게 흥분하고 분노하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온하게 삶을 끝맺으며 감동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죽을 것이 확실한 우리들 역시 그 사형수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죽음을 맞는 순간의 태도는 한 사람의 삶을 응축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아직 살아 있는 우리에게 삶의 해석을 바꿔보라 이르는 것 같다.


죽기 좋은 날을 선택할 수 있다면,
살기 좋은 지금도 선택할 수 있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살기 좋은 날이다.


재미있을 수 없는 책이건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한 번 펼치면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짐의 인생과 그들의 대화 속에서 쉼 없이 흐르던 진심 덕분이었으리라.


이 책은 즐거움이 아닌 '멈춤'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 끌어다 놓고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을 일시정지시킨다. 막연히 외면해온 죽음에 대해 자꾸 질문한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답을 알지 못해, 삶의 끝을 왜 들여다봐야 하는지 되물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은 건 마치 고무줄에 묶여 있는 것과 비슷해요. 떠나려고 해도 몸속에 쌓여 있는 고통과 증오심 때문에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또 상처를 받죠. 멀리 가버리고 싶은데 계속 끌려오는 거예요.

그럴 때는 고개를 돌려서 고무줄을 보세요. 그리고 고무줄이 늘어날 때까지 당기는 거예요. 한번 충분히 멀리까지 늘어나면, 그다음에는 느슨해져서 그다지 아프지 않아요."
- 310면


인생의 근육을 단련하는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고무줄로 기막히게 비유한 대목이 무척 인상 깊었다. 한계 끝까지 가서야 비로소 툭 놓을 수 있는 힘이 생기나 보다. 고통과 죽음의 심연을 직면하는 용기는 삶의 힘을 빼게 하고, 그것을 딛고 빛으로 나아가게하나 보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죽는 날을 좋은 날로 만들 수 있는 사람,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오늘을 더없이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게 하는 이야기였다.


다시 보니 이 책은 질문하지 않았다.
독자가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지금, 축복 속을 걷고 있는가?
오늘이 정말 ‘살기 좋은 날’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만한 하루를 살고 있는가?


살아 있음이 당연하지 않은 순간들 앞에서, 비로소 삶이 뜨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뜨거움이야말로 ‘죽기 좋은 날’을 준비하며 지금, 이 하루를 더 치열하게 또 비워가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도서지원 #오늘은죽기좋은날입니다 #스웨덴베스트셀러 #카리나베리펠트 #짐브라질 #다산초당 #삶의의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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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해방 - 살찌지 않는 뇌를 만드는 21일 식습관 혁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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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표는 하나다.
여러분과 식사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식욕이 크지 않은데도 늘 통통한 실루엣을 가진 나.
별생각 없이 군것질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 선택한 책 《식탐 해방》은 훨씬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식단 관리나 다이어트 방법론이 아니라 "나와 음식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것이 곧 식탐 해방의 본질이다.


중독 심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드슨 브루어가 쓴 《식탐 해방》은 욕망과 중독의 본질을 바꾸는 뇌과학 훈련서였다. "먹는 습관"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신경과학적 관점으로 밝힌다.


우리는 자주 먹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고, 슬프면 먹고, 불안해도 먹고, 지루해도 먹는다. (기쁠 때마저 먹는다!) 우리가 먹는 건 감정이었다. 기분이 나쁘고 무언가 불편하면 음식으로 도망치는 뇌를 만들어온 것이다.


감정적이고 습관적인 가짜 허기로 갈망을 채우려 하지만 가짜 허기는 결코 먹는 것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쾌락은 짧고 강렬하지만,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계속 더 자극적인 것, 점점 더 강한 보상을 원하게 된다.


이것이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의지력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길을 가기 힘들다. 그러나 이 난장판을 벗어날 방법은 분명히 있다. 우리 뇌가 움직이는 방식을 알고 뇌의 회로를 바꾸는 것이다.


뇌를 알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고, 마음과 몸을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욕구에 이끌려 자동으로 움직이는 회로를 끊고, 우리를 발전시킬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충동과 습관을 이해하고 리셋하는 뇌의 재설계법. 뇌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뇌와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알아차림" 곧, 마음챙김을 강조한다.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물건이나 상황에 주의를 집중해 보자. 눈을 감고 신체의 감각이나 기분, 감정에 주목하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나를 알아차릴 때마다 자신과 생각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진다.


그렇게 무의식적, 습관적, 감정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가능성이 대폭 낮아진다. 습관적인 뇌의 회로에 브레이크를 걸어, 치킨에 절로 손이 가는 자동 반응을 끊어버릴 수 있다. 충동이 올라올 때 "왜 이러지?" 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궁금해하는 순간, 갈망의 자동반사 회로가 약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진다. 쾌락으로 피하는 대신, 탐구하려 들면 회로가 바뀌는 것이다.


마음챙김이란 내가 지금 어디로 도망치려는지 실시간으로 눈치채는 훈련이다. 감각에 이성을 뿌리는 순간, 쾌락은 식는다. 이성의 시선이 빛을 쏘는 순간, 감각의 몰입이 깨지면서 쾌락이 분해된다. 단, 이때의 이성적인 생각은 메타인지적인 관찰이어야 한다.


관찰자 효과와 머릿속의 위원회를 식별하는 것도 이러한 관찰에 해당한다.
일할 때 회사 대표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업무 생산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듯이(관찰 효과), 우리가 생각을 관찰하면, 그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계획하고(대표), 옳고 그름을 따지고(판사),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정치가) 생각 위원회가 우리 머릿속에 있다. 이 목소리들을 식별하면, 생각과 우리는 별개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머릿속에 목소리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그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대표, 판사, 정치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그저 생각일 뿐, 내가 아니다.


내 머릿속의 생각들에서 거리를 두고 그 위원회는 떠들게 두자. 그리고 회의실 밖에서 창문 너머로 지켜보자. 회의실에서 빠져나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들을지 무시할지 우리는 결정할 수 있다. 위원회의 비난이 우리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알아차리고 환멸을 느낀다면, 그 목소리에서 벗어나 끌려다니지 않고 온전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메타인지적인 사고방식을 배웠다. 충동은 나 자신이 아니며, 거리를 두면 힘을 잃는다는 사실이 해방처럼 다가왔다. 내 안의 시끄러운 목소리들도 그저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이러한 관찰자적 시선으로 마음챙김을 반복하면, 행동 중독을 끊어낼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뇌과학을 좋아하고 탐구하길 좋아하는 독자에게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자기 관찰을 하는 분, 메타인지 훈련을 실용적으로 배우고 싶은 분, 자기비판이나 자기검열이 지나쳐 자기 안의 목소리와 거리를 두고 싶은 분, 불안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한다.


물론 의지력을 탓하며 다이어트에 실패한 분, 식습관을 고치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실패한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여러분이 구축한 시스템이다. 뇌를 이해하고 시스템을 바꿔 식탐을 비롯한 욕망에 짓눌린 삶을 해방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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