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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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전담 목사로 교도소에서 276명의 마지막을 지켜본 짐 브라질. 온 마음을 다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정리한 작가 카리나 베리펠트.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는 두 사람이 나눈 순도 100%의 진심 어린 대화를 엮은 에세이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그의 인생을 100만 달러 영상화로 제안할 만큼, 영화처럼 아프고 아름다운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미국은 사형 집행 직전까지 전담 목사의 상담으로 사형수의 죽음을 행정적 절차가 아닌 존엄의 완성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돕는다. 짐 브라질은 수많은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닫는다.


"사람들의 생사는 찰나에 갈린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도 언젠간 죽겠죠. 그때는 제가 사형수들에게 말해줬던 교훈을 마음속에 품고 갈 겁니다. 저는 당신이 이 교훈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축복입니다.
허비하지 마세요.
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좋은 일을 하고,
무엇이든 용서하세요."
-17면


인생은 축복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처럼 나는 흔들렸다. 내 인생은 여전히 두려움이었다. 어찌 될까 봐 불안해하는 소심이의 삶에 여전히 갇혀 있다는 걸 깨닫자 이건 아니라는 충격이 왔다. 마음에 불안이 피어오를 때마다 내뱉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신기하게도 두려움이 곧 누그러졌다.
축복 속에 살고 있음에 위안이 됐다.


짐은 사형수들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뿐인 인생을 허비한다며, 하루하루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나쁜 날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 나쁜 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형수가 죽기 위해 차에서 내린 뒤 하늘을 올려다본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한다. '죽기 좋은 날이네요.'
그는 자신이 죽는 날을 죽기 좋은 날이라 새롭게 정의했다. 그렇게 그날은 죽기 좋은 날이 되었다.


이 책에는 살인, 강도, 강간 등 사형을 구형 받을 만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의 이야기도 제법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은 제각각이었다. 크게 흥분하고 분노하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온하게 삶을 끝맺으며 감동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죽을 것이 확실한 우리들 역시 그 사형수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죽음을 맞는 순간의 태도는 한 사람의 삶을 응축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아직 살아 있는 우리에게 삶의 해석을 바꿔보라 이르는 것 같다.


죽기 좋은 날을 선택할 수 있다면,
살기 좋은 지금도 선택할 수 있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살기 좋은 날이다.


재미있을 수 없는 책이건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한 번 펼치면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짐의 인생과 그들의 대화 속에서 쉼 없이 흐르던 진심 덕분이었으리라.


이 책은 즐거움이 아닌 '멈춤'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 끌어다 놓고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을 일시정지시킨다. 막연히 외면해온 죽음에 대해 자꾸 질문한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답을 알지 못해, 삶의 끝을 왜 들여다봐야 하는지 되물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은 건 마치 고무줄에 묶여 있는 것과 비슷해요. 떠나려고 해도 몸속에 쌓여 있는 고통과 증오심 때문에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또 상처를 받죠. 멀리 가버리고 싶은데 계속 끌려오는 거예요.

그럴 때는 고개를 돌려서 고무줄을 보세요. 그리고 고무줄이 늘어날 때까지 당기는 거예요. 한번 충분히 멀리까지 늘어나면, 그다음에는 느슨해져서 그다지 아프지 않아요."
- 310면


인생의 근육을 단련하는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고무줄로 기막히게 비유한 대목이 무척 인상 깊었다. 한계 끝까지 가서야 비로소 툭 놓을 수 있는 힘이 생기나 보다. 고통과 죽음의 심연을 직면하는 용기는 삶의 힘을 빼게 하고, 그것을 딛고 빛으로 나아가게하나 보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죽는 날을 좋은 날로 만들 수 있는 사람,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오늘을 더없이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게 하는 이야기였다.


다시 보니 이 책은 질문하지 않았다.
독자가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지금, 축복 속을 걷고 있는가?
오늘이 정말 ‘살기 좋은 날’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만한 하루를 살고 있는가?


살아 있음이 당연하지 않은 순간들 앞에서, 비로소 삶이 뜨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뜨거움이야말로 ‘죽기 좋은 날’을 준비하며 지금, 이 하루를 더 치열하게 또 비워가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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