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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기쁨 - 온몸으로 불안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해방에 대하여
벨라 매키 지음, 김고명 옮김 / 갤리온 / 2025년 5월
평점 :
망가진 삶이 회복되는 과정을 땀 냄새나는 유쾌함으로 솔직하게 담았다. 달리기 얘기만 하지 않아서, 무겁고 진지하기만 하지 않아서 좋았다.
저자는 찌질해져버린 자신을 비웃을 줄 알지만 연민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끝까지 해내려는 투쟁이 평범한 우리를 꼭 닮아있어 내내 참 공감됐다. 그녀의 일기를 몰래 읽는 것도 같고, 그녀가 실제로 말을 거는 것도 같아, 나는 책을 향해 자꾸 표정을 지어보였다.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언니라도 부르고 싶어요. All by myself~♪)
달리기를 못하는 사람조차 달리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왜 달려야 하는지, 어떻게 잘 달릴 수 있는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불안장애와 이혼, 사랑하는 이의 죽음까지 겪으며,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삶으로 돌아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런 사람도 뛰네? 나도 이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저자는 달리기로 인해 불안증과 공황장애에서 해방된다. 혼자서도 여행을 가고 연애도 새로 시작한다. 삶을 통째로 바꿔간 성장이 내 이야기가 된다면 어떨까. 무의식적으로 사고방식과 행동반경을 제한했던 삶에 균열을 내고, 그녀처럼 놀라운 변화를 차근차근 일으키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아 설렌다.
"생전 달리지 않던 사람이 달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말 근사한 일 아닌가?"
- 362면
이 책으로 깨달았다. 달리기는 내가 내 편이 되는 감각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일이었다. 귀찮고, 숨차고, 다리 아프고, 고생스럽지만 그런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자신을 만나게 하는 달리기! 그렇게 저자는 자신을 믿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걸을 때와는 다른 달리기의 속도감을 좋아한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고 세상은 뒤로 밀려갈 때의 움직임이 좋다. 그럴 때 가끔, 달리는 행위 자체에서 일종의 신성함이나 경외감 같은 것을 느낀다.
뭔가에 가려져 배경으로 존재하던 내가 무대 중앙에 당당히 서는 기분이다. 세상은 관객석으로 펼쳐지고 나는 무대 위에서 팔팔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살아있다는 감격이 굳게 딛은 두 발에서 머리끝까지 휘감는다.
"달리기는 내 것이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다."
-364면
어쩌면 이 책은 달리기는 하나의 통로일 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작은 시작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노력의 반복이 얼마나 위대한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변화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생각이 자기혐오나 후회로 굴러간다면, 마음이 아닌 ‘몸’으로 생각을 멈춰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분명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이 고장나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뛸 수 있어, 할 수 있어." 함께 숨을 고르고 달려주는 책이다. 《달리기의 기쁨》이 그렇게 당신에게 필요한 '인생 리셋 버튼'이 된다면 좋겠다.
"달리기는 마치 내가 구사할 수 없는 언어 같았다.
나와는 한참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달리기는 활기차고 행복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담배를 피우고 매사에 겁부터 먹는
신경증 환자가 할 짓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도 계속 달리다니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2주 동안 그 어두운 골목을 터덜터덜 달렸다.
.........
내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2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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