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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이 책은 글쓰기의 모든 것이 아니라
글쓰기의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인 책"
- 250면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를 상상한다.
1. 글쓰기 방법을 배워서 기술은 늘었지만, 실력은 늘지 않은 분
2. 모든 종류의 글을 잘 쓰고 싶은 분
3.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
사실 나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
글쓰기 기술이 늘기는커녕, 키보드 앞에서 왜 이러고 앉아 있는지 늘 혼란스럽다. (글 쓰는 자아는 요즘 또 사춘기다.) 모든 종류의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언감생심, 서평 하나만 잘 써도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이 왜 이렇게 끌리는 걸까. 나는 기술보다 '글쓰기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평생'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신 분들에겐 꽤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약속해요.
단 한 줄의 차이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단 한 줄의 차이로 모든 것을 만들어가며 여기까지 왔기에
단 한 줄의 차이가 당신의 삶에 보탬을 줄 수 있다 약속하기에"
-10면
내가 잘 쓰건 못 쓰건, 앞으로 나는 계속 쓰리란 걸 안다. 거창하지만 글쓰기는 내 존재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나를 글로 남기며 만족하고, 글쓰기에서 피어나는 성찰과 통찰을 좋아하게 됐다. 읽는 이는 배제한 채, 오로지 나를 위해 쓰고 있었지만 한 줄씩 쌓은 쓰기의 힘도 꽤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내 글쓰기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고 싶은 글을 쓰라." 팔리는 글이란 독자(시장)가 사고 싶고, 읽고 싶은 글이다. 잘 쓴 글보다는 독자에게 필요한 글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내가 팔고자 하는 가치를 논리적인 근거와 공감으로 전하는 글이다. 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생산적인 글임에 틀림없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세상에 팔 만한 가치가 내게 있는지, 있다 해도 내가 팔고 싶은 게 맞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인정하게 됐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분명히 있었다. 혼자 만족하는 것을 넘어, 소통하는 마음을 만난 경험들이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게 했다.
팔리는 나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팔리는 글이 나를 싹싹 지우고 독자만을 위해 쓴 글은 아닐 것이다. 자신감이 없어서, 찾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뿐 내게도 팔 만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그 중에서 세상과 맞닿은 접촉면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배웠다. 세상에 팔고 싶은 내 이야기를 더 즐겁게 찾고 싶어졌다.
나를 더 알고 싶어졌다.
책에만 기대고 뒤로 밀어두었던 나를 밖으로 꺼내고, 시장의 언어로 조율하되, 나만의 시선은 놓치지 않으면 된다. 이 책은 나와 독자가 사는 두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평생 글을 쓰고 싶은 내게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팔리는 글은 결국, 내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진심의 모양 중에 있을 것 같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을 쓸 때, 지치지 않고 평생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내가 내 글에 반하는, 나에게 잘 팔리는 글을 써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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