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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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전담 목사로 교도소에서 276명의 마지막을 지켜본 짐 브라질. 온 마음을 다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정리한 작가 카리나 베리펠트.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는 두 사람이 나눈 순도 100%의 진심 어린 대화를 엮은 에세이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그의 인생을 100만 달러 영상화로 제안할 만큼, 영화처럼 아프고 아름다운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미국은 사형 집행 직전까지 전담 목사의 상담으로 사형수의 죽음을 행정적 절차가 아닌 존엄의 완성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돕는다. 짐 브라질은 수많은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깨닫는다.


"사람들의 생사는 찰나에 갈린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도 언젠간 죽겠죠. 그때는 제가 사형수들에게 말해줬던 교훈을 마음속에 품고 갈 겁니다. 저는 당신이 이 교훈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축복입니다.
허비하지 마세요.
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좋은 일을 하고,
무엇이든 용서하세요."
-17면


인생은 축복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처럼 나는 흔들렸다. 내 인생은 여전히 두려움이었다. 어찌 될까 봐 불안해하는 소심이의 삶에 여전히 갇혀 있다는 걸 깨닫자 이건 아니라는 충격이 왔다. 마음에 불안이 피어오를 때마다 내뱉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신기하게도 두려움이 곧 누그러졌다.
축복 속에 살고 있음에 위안이 됐다.


짐은 사형수들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단 하나뿐인 인생을 허비한다며, 하루하루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나쁜 날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 나쁜 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형수가 죽기 위해 차에서 내린 뒤 하늘을 올려다본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한다. '죽기 좋은 날이네요.'
그는 자신이 죽는 날을 죽기 좋은 날이라 새롭게 정의했다. 그렇게 그날은 죽기 좋은 날이 되었다.


이 책에는 살인, 강도, 강간 등 사형을 구형 받을 만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의 이야기도 제법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은 제각각이었다. 크게 흥분하고 분노하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온하게 삶을 끝맺으며 감동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죽을 것이 확실한 우리들 역시 그 사형수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죽음을 맞는 순간의 태도는 한 사람의 삶을 응축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아직 살아 있는 우리에게 삶의 해석을 바꿔보라 이르는 것 같다.


죽기 좋은 날을 선택할 수 있다면,
살기 좋은 지금도 선택할 수 있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살기 좋은 날이다.


재미있을 수 없는 책이건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한 번 펼치면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짐의 인생과 그들의 대화 속에서 쉼 없이 흐르던 진심 덕분이었으리라.


이 책은 즐거움이 아닌 '멈춤'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 끌어다 놓고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을 일시정지시킨다. 막연히 외면해온 죽음에 대해 자꾸 질문한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답을 알지 못해, 삶의 끝을 왜 들여다봐야 하는지 되물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은 건 마치 고무줄에 묶여 있는 것과 비슷해요. 떠나려고 해도 몸속에 쌓여 있는 고통과 증오심 때문에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또 상처를 받죠. 멀리 가버리고 싶은데 계속 끌려오는 거예요.

그럴 때는 고개를 돌려서 고무줄을 보세요. 그리고 고무줄이 늘어날 때까지 당기는 거예요. 한번 충분히 멀리까지 늘어나면, 그다음에는 느슨해져서 그다지 아프지 않아요."
- 310면


인생의 근육을 단련하는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고무줄로 기막히게 비유한 대목이 무척 인상 깊었다. 한계 끝까지 가서야 비로소 툭 놓을 수 있는 힘이 생기나 보다. 고통과 죽음의 심연을 직면하는 용기는 삶의 힘을 빼게 하고, 그것을 딛고 빛으로 나아가게하나 보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죽는 날을 좋은 날로 만들 수 있는 사람,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오늘을 더없이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게 하는 이야기였다.


다시 보니 이 책은 질문하지 않았다.
독자가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지금, 축복 속을 걷고 있는가?
오늘이 정말 ‘살기 좋은 날’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만한 하루를 살고 있는가?


살아 있음이 당연하지 않은 순간들 앞에서, 비로소 삶이 뜨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뜨거움이야말로 ‘죽기 좋은 날’을 준비하며 지금, 이 하루를 더 치열하게 또 비워가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도서지원 #오늘은죽기좋은날입니다 #스웨덴베스트셀러 #카리나베리펠트 #짐브라질 #다산초당 #삶의의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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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해방 - 살찌지 않는 뇌를 만드는 21일 식습관 혁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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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표는 하나다.
여러분과 식사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식욕이 크지 않은데도 늘 통통한 실루엣을 가진 나.
별생각 없이 군것질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 선택한 책 《식탐 해방》은 훨씬 더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식단 관리나 다이어트 방법론이 아니라 "나와 음식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것이 곧 식탐 해방의 본질이다.


중독 심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드슨 브루어가 쓴 《식탐 해방》은 욕망과 중독의 본질을 바꾸는 뇌과학 훈련서였다. "먹는 습관"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신경과학적 관점으로 밝힌다.


우리는 자주 먹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고, 슬프면 먹고, 불안해도 먹고, 지루해도 먹는다. (기쁠 때마저 먹는다!) 우리가 먹는 건 감정이었다. 기분이 나쁘고 무언가 불편하면 음식으로 도망치는 뇌를 만들어온 것이다.


감정적이고 습관적인 가짜 허기로 갈망을 채우려 하지만 가짜 허기는 결코 먹는 것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쾌락은 짧고 강렬하지만,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계속 더 자극적인 것, 점점 더 강한 보상을 원하게 된다.


이것이 중독의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의지력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길을 가기 힘들다. 그러나 이 난장판을 벗어날 방법은 분명히 있다. 우리 뇌가 움직이는 방식을 알고 뇌의 회로를 바꾸는 것이다.


뇌를 알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고, 마음과 몸을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욕구에 이끌려 자동으로 움직이는 회로를 끊고, 우리를 발전시킬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충동과 습관을 이해하고 리셋하는 뇌의 재설계법. 뇌를 재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뇌와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알아차림" 곧, 마음챙김을 강조한다.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물건이나 상황에 주의를 집중해 보자. 눈을 감고 신체의 감각이나 기분, 감정에 주목하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나를 알아차릴 때마다 자신과 생각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진다.


그렇게 무의식적, 습관적, 감정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가능성이 대폭 낮아진다. 습관적인 뇌의 회로에 브레이크를 걸어, 치킨에 절로 손이 가는 자동 반응을 끊어버릴 수 있다. 충동이 올라올 때 "왜 이러지?" 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궁금해하는 순간, 갈망의 자동반사 회로가 약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진다. 쾌락으로 피하는 대신, 탐구하려 들면 회로가 바뀌는 것이다.


마음챙김이란 내가 지금 어디로 도망치려는지 실시간으로 눈치채는 훈련이다. 감각에 이성을 뿌리는 순간, 쾌락은 식는다. 이성의 시선이 빛을 쏘는 순간, 감각의 몰입이 깨지면서 쾌락이 분해된다. 단, 이때의 이성적인 생각은 메타인지적인 관찰이어야 한다.


관찰자 효과와 머릿속의 위원회를 식별하는 것도 이러한 관찰에 해당한다.
일할 때 회사 대표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업무 생산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듯이(관찰 효과), 우리가 생각을 관찰하면, 그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계획하고(대표), 옳고 그름을 따지고(판사),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정치가) 생각 위원회가 우리 머릿속에 있다. 이 목소리들을 식별하면, 생각과 우리는 별개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머릿속에 목소리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그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대표, 판사, 정치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그저 생각일 뿐, 내가 아니다.


내 머릿속의 생각들에서 거리를 두고 그 위원회는 떠들게 두자. 그리고 회의실 밖에서 창문 너머로 지켜보자. 회의실에서 빠져나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들을지 무시할지 우리는 결정할 수 있다. 위원회의 비난이 우리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알아차리고 환멸을 느낀다면, 그 목소리에서 벗어나 끌려다니지 않고 온전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메타인지적인 사고방식을 배웠다. 충동은 나 자신이 아니며, 거리를 두면 힘을 잃는다는 사실이 해방처럼 다가왔다. 내 안의 시끄러운 목소리들도 그저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이러한 관찰자적 시선으로 마음챙김을 반복하면, 행동 중독을 끊어낼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뇌과학을 좋아하고 탐구하길 좋아하는 독자에게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자기 관찰을 하는 분, 메타인지 훈련을 실용적으로 배우고 싶은 분, 자기비판이나 자기검열이 지나쳐 자기 안의 목소리와 거리를 두고 싶은 분, 불안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한다.


물론 의지력을 탓하며 다이어트에 실패한 분, 식습관을 고치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실패한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여러분이 구축한 시스템이다. 뇌를 이해하고 시스템을 바꿔 식탐을 비롯한 욕망에 짓눌린 삶을 해방시켜보자.


#도서지원 #식탐해방 #저드슨브루어 #푸른숲 #살찌지않는뇌를만드는21일식습관혁명 #탈식탐 #건강한식습관 #탈식탐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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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기 위한 뇌과학의 탐구
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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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딜립 제스테와 스콧 라피의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은 제목만큼이나 큰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지혜의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익숙하고 평범했다. 이미 많이 들어본 말들이었다. 실망감이 피어오를 즈음, 한 문장이 나를 멈춰 세웠다.


“뻔한 소리는 말 그대로 자명한 진실이다.” (436면)


뻔함이라 치부하며 새로운 것만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말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증거 같았다. 살아내고 있었다면 깊이 공감하면서 읽었을 테니까. 변치 않는 진실은 오래된 말속에 숨어 있다. 오만함을 내려놓고 다시 읽으니, 깊은 통찰들이 새로이 떠올랐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지혜가 ‘생물학적 특성’이라는 사실이다. 전전두엽과 감정 조절 회로의 협업, 공감과 연민에 반응하는 뇌의 구조들. 지혜는 성품이나 도덕성에 그치지 않고, 생물학적인 기반 위에서 훈련되고 길들일 수 있는 하나의 능력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혜를 키울 수 있다.
우리는 더 일찍, 더 현명해질 수 있다." (27면)


"실험동물 연구에서는 동물의 기억을 새로 만들고
지우는 일도 가능해졌을 정도다.
정신의 옷감을 바꿀 수 있다면,
지혜도 새로 짜 넣을 수 있지 않을까?" (28면)


지혜는 타고나거나 나이를 먹으며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아니었다. 관리하고 함양할 수 있는 성질이라는 메시지가 인식의 관점을 바꾸었다. 읽고 기록하며 감정에 머물고, 순간을 음미하려 했던 의식적인 시도들이 생물학적으로 뇌를 바꾸고, 나를 더 지혜롭게 만드는 실제적인 변화였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좋은 삶,
즉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고결한 삶,
삶의 의미를 찾고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기인식"


‘잠재력을 발휘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이것은 자녀를 위해 오랫동안 드린 기도였다. 이 문장을 책에서 마주한 순간, 지혜는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멀고 먼 경지가 아니었다. 지혜는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삶의 방식이자 진심에서 우러난 기도였다.


이 책은 내 안에 있었지만 말로 꺼내지 못한 지혜를 비춰주는 거울 같았다. 지혜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말과 기도 속에서 새로운 울림을 발견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 울림에 지혜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혜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긴 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출발하면 지금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테니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내게 어떤 공이 날아오든 결정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공을 칠 때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요."
-221면


삶은 테니스처럼 매 순간 우리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모든 걸 통제하고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결정해야만 한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더 배우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나는 그 과정을 기꺼이 반복하기로 했다.
지혜는 자격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배우려는 자에게,
노력하는 자에게
항상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나는 그 가능성을 발로 걷어차지 않겠다.
미래의 나는 분명 지금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일테니까.



#도서지원 #우리가지혜라고부르는것의비밀 #김영사 #딜립제스테 #스콧라피 #지혜로운사람 #지혜롭게사는법 #현명함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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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듯이 쓴다 - 누구나 쓰게 되는 강원국의 글쓰기 비법
강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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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었다. 스무 개가 넘는 글쓰기 방법이 담겼지만, 기술 이전의 '태도’를 더 강조한다. 글쓰기 전에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묻고, 왜 글이 안 써지는가에 대한 탐색을 이끈다. 글을 통해 누구와 소통하려는가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는다. 모두 글쓰기의 관점과 마음가짐들이다.


좋았다.
기술은 공부하고 습득해야 할 부담과 지루함 같다면, 마음가짐은 당장에 체득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다.


편안했다.
2000회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결정판이라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찬 글이지만 독자를 몰아붙이는 기세는 없었다.


'나는 이렇게 썼어요.' 담백하고 진솔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전 대통령들과의 일화를 비교하며, 글쓰기의 다양한 세계를 배우는 재미는 의외의 포인트였다.


잘 쓰고 싶다는 욕망보다, 진짜 자기다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눈을 잘 써야 말과 글이 좋아진다. ‘어떻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쓰느냐를 묻는다. 남이 보라는 것을 보는 주목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데를 보는 관찰을 강조한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아는 길은 관찰뿐이다.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거기에 오묘한 세계가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파면 팔수록 더 깊어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31면


나는 보아야만 하는 것이 특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이든 그 안에 핵심이 숨어 있어 정답을 골라야 하는 시험 문제처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어려웠나 보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된다는 말이 해방 선언으로 들렸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데를 보고 쓰면
모든 게 일치한다.
주목이 아닌 관찰로 쓸 때 가장 자기답다.”
무엇을 쓸지 몰라 막막할 때, 사실은 내 시선을 내가 믿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걸 깨닫고 나니 보인다. 자신을 믿는 믿음은 글에도 삶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책에서 말하는 “말하듯이 쓰기”는 단순한 구어체를 뜻하지 않는다. 구조는 말처럼 부드럽고, 문장은 간결하며, 사고의 흐름은 말하듯 리듬을 타야 한다.


‘쉽게 쓰는 게 어렵다’는 말처럼, 말하듯 쓰는 것도 매우 공들인 "꾸안꾸"였다. 잘 읽히는 글이 대부분 그렇듯, 누가 내게 말을 거는 듯한 글을 쓰려면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


말하면서 생각하고 말로 쓰고, 자주 쓰고, 먼저 말해보고 쓰는 말과 글이 동행하는 삶 자체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비결이었다.


“글은 언제나 자기편이고
자기 자신을 치유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남은 문장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글이 그랬던 것 같다. 일기를 쓰든, 메모를 하든, 필사를 하든 억울할 때, 막막할 때, 혼자일 때도 글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였다.


남들이 몰라줘도, 글은 안다.
글을 쓸 때의 나, 쓴 글을 다시 읽는 나만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이 곧 위로고 힘이었나 보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자기 시선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공들여 쓴 책이라고 자부한다.

이 책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 말하고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왠지 잘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9면

글쓰기와 관련한 모든 시선을 모은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 그의 애정과 믿음이 진하게 녹아있다. 이러한 믿음과 자부심이 지금의 강원국을 만든 게 아닐까. 믿음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두렵고 쓰기 싫지만 써야만 했던 숱한 순간들을 기꺼이 지나 보낸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쓴다.
글이 내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 조금씩 찾아온다.
잘 쓰는 글보다는, 내가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사람으로 내 편이 되는 순간을 누리고 싶다.


그렇게 쓰는 글에는 늘 내가 있을 테니 용기를 내본다. 그 글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말하듯 쓰고,
쓰며 말하는
내가 되는 삶.


#도서지원 #나는말하듯이쓴다 #강원국 #글쓰기 #위즈덤하우스 #글쓰기비법 #강원국의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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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하듯이 쓴다 - 누구나 쓰게 되는 강원국의 글쓰기 비법
강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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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었다. 스무 개가 넘는 글쓰기 방법이 담겼지만, 기술 이전의 '태도’를 더 강조한다. 글쓰기 전에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묻고, 왜 글이 안 써지는가에 대한 탐색을 이끈다. 글을 통해 누구와 소통하려는가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는다. 모두 글쓰기의 관점과 마음가짐들이다.


좋았다. 기술은 공부하고 습득해야 할 부담과 지루함 같다면, 마음가짐은 당장에 체득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다. 편안하게 읽었다. 2000회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결정판이라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찬 글이지만 독자를 몰아붙이는 기세는 없었다. '나는 이렇게 썼어요.' 담백하고 진솔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전 대통령들과의 일화를 비교하며, 글쓰기의 다양한 세계를 배우는 재미는 의외의 포인트였다.


잘 쓰고 싶다는 욕망보다, 진짜 자기다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었다. 눈을 잘 써야 말과 글이 좋아진다. ‘어떻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쓰느냐를 묻는다. 남이 보라는 것을 보는 주목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데를 보는 관찰을 강조한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아는 길은 관찰뿐이다.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거기에 오묘한 세계가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파면 팔수록 더 깊어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31면


나는 보아야만 하는 것이 특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순간, 어떤 장면이든 그 안에 핵심이 숨어 있어 정답을 골라야 하는 시험 문제처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어려웠나 보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된다는 말이 해방 선언으로 들렸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데를 보고 쓰면 모든 게 일치한다.
주목이 아닌 관찰로 쓸 때 가장 자기답다.”
무엇을 쓸지 몰라 막막할 때, 사실은 내 시선을 내가 믿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걸 깨닫고 나니 보인다. 자신을 믿는 믿음은 글에도 삶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책에서 말하는 “말하듯이 쓰기”는 단순한 구어체를 뜻하지 않는다. 구조는 말처럼 부드럽고, 문장은 간결하며, 사고의 흐름은 말하듯 리듬을 타야 한다. ‘쉽게 쓰는 게 어렵다’는 말처럼, 말하듯 쓰는 것도 매우 공들인 "꾸안꾸"였다. 잘 읽히는 글이 대부분 그렇듯, 누가 내게 말을 거는 듯한 흐름을 가진 글을 쓰려면 결국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 말하면서 생각하고 말로 쓰고, 자주 쓰고, 먼저 말해보고 쓰는 말과 글이 동행하는 삶 자체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비결이었다.


“글은 언제나 자기편이고 자기 자신을 치유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남은 문장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글이 그랬던 것 같다. 일기를 쓰든, 메모를 하든, 필사를 하든 억울할 때, 막막할 때, 혼자일 때도
글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였다. 남들이 몰라줘도, 글은 안다. 글을 쓸 때의 나, 쓴 글을 다시 읽는 나만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시간이 곧 위로고 힘이었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자기 시선에 대한 믿음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공들여 쓴 책이라고 자부한다.

이 책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 말하고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왠지 잘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9면

글쓰기와 관련한 모든 시선을 모은 《나는 말하듯이 쓴다》. 그 애정과 믿음이 진하게 녹아있다. 이러한 믿음과 자부심이 지금의 강원국을 만든 게 아닐까. 믿음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두렵고 쓰기 싫지만 써야만 했던 숱한 순간들을 기꺼이 지나 보낸 시간의 결정체다.


그래서 나도 쓴다.
글이 내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 조금씩 찾아온다.
잘 쓰는 글보다는, 내가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사람으로
내 편이 되는 순간을 누리고 싶다.


그렇게 쓰는 글에는 늘 내가 있을 테니 용기를 내본다.
그 글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말하듯 쓰고,
쓰며 말하는
내가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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