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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 더 일찍 더 많이 현명해지기 위한 뇌과학의 탐구
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세계적인 석학 딜립 제스테와 스콧 라피의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은 제목만큼이나 큰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지혜의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익숙하고 평범했다. 이미 많이 들어본 말들이었다. 실망감이 피어오를 즈음, 한 문장이 나를 멈춰 세웠다.
“뻔한 소리는 말 그대로 자명한 진실이다.” (436면)
뻔함이라 치부하며 새로운 것만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말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증거 같았다. 살아내고 있었다면 깊이 공감하면서 읽었을 테니까. 변치 않는 진실은 오래된 말속에 숨어 있다. 오만함을 내려놓고 다시 읽으니, 깊은 통찰들이 새로이 떠올랐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지혜가 ‘생물학적 특성’이라는 사실이다. 전전두엽과 감정 조절 회로의 협업, 공감과 연민에 반응하는 뇌의 구조들. 지혜는 성품이나 도덕성에 그치지 않고, 생물학적인 기반 위에서 훈련되고 길들일 수 있는 하나의 능력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지혜를 키울 수 있다.
우리는 더 일찍, 더 현명해질 수 있다." (27면)
"실험동물 연구에서는 동물의 기억을 새로 만들고
지우는 일도 가능해졌을 정도다.
정신의 옷감을 바꿀 수 있다면,
지혜도 새로 짜 넣을 수 있지 않을까?" (28면)
지혜는 타고나거나 나이를 먹으며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아니었다. 관리하고 함양할 수 있는 성질이라는 메시지가 인식의 관점을 바꾸었다. 읽고 기록하며 감정에 머물고, 순간을 음미하려 했던 의식적인 시도들이 생물학적으로 뇌를 바꾸고, 나를 더 지혜롭게 만드는 실제적인 변화였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좋은 삶,
즉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고결한 삶,
삶의 의미를 찾고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기인식"
‘잠재력을 발휘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이것은 자녀를 위해 오랫동안 드린 기도였다. 이 문장을 책에서 마주한 순간, 지혜는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멀고 먼 경지가 아니었다. 지혜는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삶의 방식이자 진심에서 우러난 기도였다.
이 책은 내 안에 있었지만 말로 꺼내지 못한 지혜를 비춰주는 거울 같았다. 지혜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말과 기도 속에서 새로운 울림을 발견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 울림에 지혜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혜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긴 여정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출발하면 지금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테니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내게 어떤 공이 날아오든 결정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공을 칠 때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요."
-221면
삶은 테니스처럼 매 순간 우리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모든 걸 통제하고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결정해야만 한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더 배우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나는 그 과정을 기꺼이 반복하기로 했다.
지혜는 자격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배우려는 자에게,
노력하는 자에게
항상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나는 그 가능성을 발로 걷어차지 않겠다.
미래의 나는 분명 지금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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