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 천천히 사유할 때 얻는 진정한 통찰의 기쁨
머리나 밴줄렌 지음, 박효은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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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산만함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산만한 정신에서 날카로운 통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산만함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 29면



150쪽 남짓의 작은 책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는데 감이 왔다. "Destiny~!" 이번처럼 한눈에 빠져버리는 책을 만날 때면 설레발이 실망이 될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처음의 기대를 넘어서는 웅장함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덮칠 때, 책을 바로 알아본 안목에 도취되어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역시 나야, 음하하하~!)


이 책이 딱 그랬다. 나아지고 있던 줄긋기 병을 도지게 만든, 짧지만 밀도 높은 문장들. “산만함의 예찬”이라는 낯설지만 매혹적인 개념에 내 삶의 외연이 한층 넓어진 기분이다.


저자 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바로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의 마리나 반 주일렌! 작년 5월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책의 저자와 다시 연결되는 순간, 이 만남은 한 권의 독서가 아닌 재회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평소 사랑해 마지않는 '중용'의 미학을 '산만함'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풀었다. 비교 문학 교수인 저자의 글은 이분법을 넘어선 균형과 리듬의 맥락으로 사유의 기쁨을 확보해낸다. 이렇게나 깊고 넓은 통찰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이
그토록 심각한 문제라면,
왜 진화 과정에서 이 결점이 퇴화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왜 온전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걸까?
혹시 산만함은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비밀 병기 같은 것이 아닐까?"
-40면


이 책이 말하는 산만함은 주의력 결핍이나 정신없는 부산함이 아니다. 느긋하고 게으른 몽상이나 성찰, 반추에 가깝다. 생각이나 감정이 흐트러진 그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고 관조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마음챙김과도 닮았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불꽃이 터지는 천지창조 직전의 상태, 의식에 매달려 있지 않되 끊임없이 주변을 감지하고 자유롭게 연결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허용하는 여백의 상태.


"여행 중에는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듣는 것도 좋아한다.
바라보는 것도, 관찰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쩌면 나는 '주의력 과잉 장애'일지도 모른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일,
그것이 내겐 가장 쉬운 일이다."
- 수전 손태그


그렇다. 결국 이 책에서 읽은 산만함은 집중력과 산만함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집중보다 더 고차원에 있는 열린 집중이었다.
산만함이 없다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고, 최소한의 동기부여와 끈기가 없다면 산만함은 무기력으로 변해버리기 십상이다. 정신을 느슨하게 하지 않으면 집중력은 지속되기 어렵다. 집중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작금의 세태에 맞설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집중력과 산만함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56,57면)


"존재하면서도 부재하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며,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일 수 있는" 비선형적이고 동적인 균형. (그게 도대체 뭐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꼭 읽어보시라! 저도 사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


잡힐 듯 말 듯 , 알듯 말듯 한 개념이지만 그래서 좋았다.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떠다니는 사유"(49면)를 맛보게 하기 때문이다. 나약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과도한 욕망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에 집착하는 사람은 누릴 수 없는 기쁨이 이렇게 애매한 공간에 있다.


이런 책은 평소의 나다운 생각에서 벗어나 한계를 깨고 날아갈 수 있는 잠재력의 무대가 되어준다. 주제에 맞게 책의 구성 또한 체계적인 목차도, 논리적인 전개도 없이 수다처럼 흘러서 여기저기 비어있는 틈으로 내 맘대로의 사유가 피어났다.


덕분에 이런 비유도 떠올랐다.
이 책은 "산만함이라는 바다에서 선수급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즐기는 물놀이" 같다. 생각이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유영하듯 책을 읽다 보니 번뜩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이 책은 산만함이 결함이 아니라,
창조의 본질임을 증명한다.
집중력은 도구일 뿐,
창조는 흐트러짐에서 솟아나는 것이었다. 가능성의 전조로서
산만하고 게으른 시간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시킨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
세상에 없던 창조적 영감을 원하다면
반대로 가보자.
주위가 흩어지면 세상은 더 충만하게 풍요로워진다.
느슨하게 산만한 여백에서
색다른 연결과 침투가 시작될 것이다.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어려워 보이지만 산만한 여유 속에서
천천히 사유하는 법을 통해
진정한 통찰의 기쁨을 만끽하길!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인식을 통합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주기적으로 해체하는 능력이다."
-147면



#도서지원 #창조적영감에관하여 #마리나반주일렌 #다산북스 #창조성 #산만함 #게으름 #영감 #사유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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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컨닝페이퍼
박종경 지음 / 토네이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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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열광하는 '인생 멘토'
10년 차 변호사로
탁월한 성공과 부를 이룬 인물들을 만나며
컨닝하며 알게 된
인생 철학과 노하우를 총망라했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명제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선언한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삶은 의미 있고 행복할수록 좋다."


음... 두 번째는 동의하지만 돈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는데 어쩌나. 삶의 의미나 행복처럼 보이지 않은 것은 괜찮지만 손에 잡히는 것, 특히 돈에 과하게 욕심부리는 것은 경계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돈에 대한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저자는 어려운 집안에서 자랐다. 돈 문제로 다투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절절히 알고 있었다. 돈 때문에 가족 간의 유대감을 잃고 기댈 곳도 없이 자라다, 커서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 탓에 꿈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이 가난의 실제 모습이다.


모두가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나 역시 돈 때문에 번뇌와 고민에 휩싸여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물론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돈을 사랑하라는 말을 인생을 피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돈 관리를 외면했던 나는 사실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게 두려워 회피했던 건 아닐까.
돈이 모자라 괴로운 인생이라는 하한선에서 살지 않기 위해 부자까진 아니라도, 돈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저자는 "당신이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사랑하라"고 말한다. 돈은 부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온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삶 전체에 관여하는 필수 요소로서 돈을 관리하는 것은 삶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자산 축적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절제력, 지적 능력, 사고력의 총체적 결과다.

진짜 부자는 부자처럼 보이는 데 관심이 없다.
분수에 맞게 살아라.

20대의 선택(소비 vs 저축)이 30대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
초기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큰 격차를 만든다.

가난의 진짜 원인은 돈의 유무보다
돈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부재 때문이다.


돈에 대한 철학부터 디테일한 실천사항까지 고루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크게 돈, 사람, 결혼, 일, 꿈에 대해 전한다. 이런 내용들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삶 전체를 아우르는 높은 시선과 내면의 자아, 이 두 가지로 모아지고 있었다.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메시지들이 이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맞물려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평생 할 게 아니라면 시작하지 마라
일과 직업은 결국 자아와 관련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자신이 인생에서 평생 추구해야 할 가치와 일을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자아와의 연결성을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감정이기에 흔들린다. 삶을 사랑하고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태도는 내면의 성장과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 행복을 가능하게 한다. 삶에 대한 사랑은 자아상과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부를 포함한,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가장 깊고 단단한 출발점이다."


위의 문장들로 분명하게 깨달았다. 나는 무척이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미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으로 출발한 사람이었다. 늘 나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데 이런 장점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를 인정해 줘도 되지 않을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자기존중은 행복의 전제다. 수동적으로 행복을 따라갈 게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능동성을 발휘할 때인 것 같다. 세상은 내가 먼저 가치를 보여줄 때 반응한다. 내가 먼저 나의 가치를 알아보고 당당하게 내놓을 때, 세상도 나를 존중할 것이다.


"부자든 에피쿠로스든,
이들은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인생의 목적은 나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288면


이 책은 돈에서 시작했지만 사실은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돈도, 일도, 관계도 결국은 나답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나를 믿고,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다.


지금부터 할 일은 단순하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
나의 가치와 철학이 묻어나는 선택을 하고,
돈이든 일이든 ‘누구처럼’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나답게’ 이뤄내는 것.


그 길 끝에 어떤 부와 의미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인생이다.



#도서지원 #토네이도북클럽 #소용도리2기 #인생의컨닝페이퍼 #박종경 #쉽게빨르게영리하게꿈을이룬사람들의비밀노트 #자기계발서 #자기계발서추천 #승자의지름길 #성공 #성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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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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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쓰지 않는 교양이라는 단어 대신 인사이트나 센스, 문해력 같은 개념이 자주 오르내린다. 이 책 덕분에 잊고 있던 교양에 대해 곱씹자 꼿꼿하고 우아한 자세로 차 마시는 풍경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교양이란 그저 그런 단편적인 이미지를 뜻하진 않을 것이다.


"교양의 핵심이라 불리는 이른바 '문 •사•철' (문학, 역사, 철학)

알고 보면 교양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 수백 수천 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감정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만 있으면 된다."
-6면


교양은 인간과 세계를 읽고, 그에 맞게 해석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감각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인식의 한계 속에서 상대방을 해석한다. 6000년 인류사의 주요 스토리 안에서 세상의 기초 지식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식의 틀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지식과 지혜를 세상과 타인을 향한 존중으로 풀어낼 줄 아는 태도와 관점이 교양이라면 어떻게 교양을 기를 수 있을까?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현실의 자기 삶에 연결하는 힘을 키우려면, 우선 지식들 사이의 흐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의미가 행간에 더 진하게 녹아있듯, 유구한 인류사를 꿰뚫고 근본이 되는 물줄기를 찾아보는 것이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방대한 지식 앞에서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류사의 맥을 짚어준다. 최소한의 필수 교양 60가지를 역사, 철학, 문학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문명에서 시작해 신과 인간, 이성과 자유, 죽음 사랑 인간이라는 학문(인문학)으로 정리했다. 길을 잃지 않도록 6000년 인류사를 한눈에 정리한 연대표와 체계적인 목차로 꼼꼼하게 독자를 챙겼다.


초압축이라 피상적이지 않을까 염려도 했다. 하지만 우려가 무색하게도 이 책은 어렵고 방대한 지식을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제대로 응축했다. 핵심을 관통하는 명쾌함으로 깨달음의 쾌감을 선사한다. 저자의 어마어마한 지적 내공에 읽는 내내 감탄했다.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듯이,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이" 즐기면서 이 책을 읽어가길 저자는 권한다. 책 한 권 읽는다고 교양이 높아질까 의문이 들었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게 쓰지 못했을 이 책을 읽는 동안 파란만장한 스토리에 젖어들어 인류의 큰 그림에 조금씩 윤곽이 잡혔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시선을 바꾸는 듯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요약하고 정리하는 일이라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을 텐데, 왜 이런 교양 입문서가 꾸준한 사랑을 받는 걸까? AI는 정확하고 빠짐없이 요약하겠지만 그만의 철학과 신념이 없다. 인간은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계관, 시대감각을 기준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유일무이한 관점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전문가의 훈련된 감각을 따라가며 이유 있는 선택과 생략을 읽는 일은 분명 의미 있다.


역사에 약하지만 철학과 문학을 동시에 즐기며, 핵심 사상을 3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익했다. 이데아는 개소리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공자, 맹자, 장자. 길가메시 서사시와 삼국지. 쇼펜하우어와 늘 궁금했던 비트겐슈타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인간 실격까지. 동서양 가리지 않고 시공간을 넘어 지식과 지혜의 바다를 유영하는 즐거움은 굉장했다.


"소크라테스는 온전한 지혜란 오직 신만이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인간은 무지하다는 것이 그의 기본 전제였다. 그리고 무지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삶에 대해 성찰하고,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 53면


"사람은 본디 한 번 죽을 뿐이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터럭만큼 가볍다.
그것을 사용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 사마천의 편지, <보임안서> 117면


인류의 흐름을 알고 나니 오늘이 더 커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커진 오늘 속에, ‘나’라는 점이 어디쯤 있는지도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압축 교양수업》에서 모든 걸 배우지는 못하지만 질문을 던질 준비는 할 수 있었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에 비친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고, 왜 사랑을 갈망하고, 왜 자유를 추구하는지 무수한 물음표를 그려보게 됐다. 그 질문의 뿌리는 곧 나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기에 큰 의미가 있다.


한 권으로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권으로 인해 세상과 인간을 더 알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다면, 그것이 진짜 교양의 시작이 아닐까.



#도서지원 #초압축교양수업 #임성훈 #다산초당 #교양 #교양수업 #인문학책 #인문학책추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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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의 기쁨 - 온몸으로 불안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해방에 대하여
벨라 매키 지음, 김고명 옮김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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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삶이 회복되는 과정을 땀 냄새나는 유쾌함으로 솔직하게 담았다. 달리기 얘기만 하지 않아서, 무겁고 진지하기만 하지 않아서 좋았다.


저자는 찌질해져버린 자신을 비웃을 줄 알지만 연민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끝까지 해내려는 투쟁이 평범한 우리를 꼭 닮아있어 내내 참 공감됐다. 그녀의 일기를 몰래 읽는 것도 같고, 그녀가 실제로 말을 거는 것도 같아, 나는 책을 향해 자꾸 표정을 지어보였다.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언니라도 부르고 싶어요. All by myself~♪)


달리기를 못하는 사람조차 달리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왜 달려야 하는지, 어떻게 잘 달릴 수 있는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불안장애와 이혼, 사랑하는 이의 죽음까지 겪으며,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삶으로 돌아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런 사람도 뛰네? 나도 이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저자는 달리기로 인해 불안증과 공황장애에서 해방된다. 혼자서도 여행을 가고 연애도 새로 시작한다. 삶을 통째로 바꿔간 성장이 내 이야기가 된다면 어떨까. 무의식적으로 사고방식과 행동반경을 제한했던 삶에 균열을 내고, 그녀처럼 놀라운 변화를 차근차근 일으키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아 설렌다.


"생전 달리지 않던 사람이 달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말 근사한 일 아닌가?"
- 362면


이 책으로 깨달았다. 달리기는 내가 내 편이 되는 감각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일이었다. 귀찮고, 숨차고, 다리 아프고, 고생스럽지만 그런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자신을 만나게 하는 달리기! 그렇게 저자는 자신을 믿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걸을 때와는 다른 달리기의 속도감을 좋아한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고 세상은 뒤로 밀려갈 때의 움직임이 좋다. 그럴 때 가끔, 달리는 행위 자체에서 일종의 신성함이나 경외감 같은 것을 느낀다.


뭔가에 가려져 배경으로 존재하던 내가 무대 중앙에 당당히 서는 기분이다. 세상은 관객석으로 펼쳐지고 나는 무대 위에서 팔팔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살아있다는 감격이 굳게 딛은 두 발에서 머리끝까지 휘감는다.


"달리기는 내 것이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다."
-364면


어쩌면 이 책은 달리기는 하나의 통로일 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작은 시작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노력의 반복이 얼마나 위대한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변화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생각이 자기혐오나 후회로 굴러간다면, 마음이 아닌 ‘몸’으로 생각을 멈춰보고 싶다면, 이 책에서 분명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이 고장나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뛸 수 있어, 할 수 있어." 함께 숨을 고르고 달려주는 책이다. 《달리기의 기쁨》이 그렇게 당신에게 필요한 '인생 리셋 버튼'이 된다면 좋겠다.


"달리기는 마치 내가 구사할 수 없는 언어 같았다.
나와는 한참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달리기는 활기차고 행복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담배를 피우고 매사에 겁부터 먹는
신경증 환자가 할 짓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도 계속 달리다니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2주 동안 그 어두운 골목을 터덜터덜 달렸다.
.........
내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27, 28면

#도서지원 #달리기의기쁨 #벨라매키 #갤리온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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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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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쓰기의 모든 것이 아니라
글쓰기의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인 책"
- 250면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를 상상한다.
1. 글쓰기 방법을 배워서 기술은 늘었지만, 실력은 늘지 않은 분
2. 모든 종류의 글을 잘 쓰고 싶은 분
3. 제목 그대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


사실 나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
글쓰기 기술이 늘기는커녕, 키보드 앞에서 왜 이러고 앉아 있는지 늘 혼란스럽다. (글 쓰는 자아는 요즘 또 사춘기다.) 모든 종류의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언감생심, 서평 하나만 잘 써도 하늘을 날아갈 듯하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이 왜 이렇게 끌리는 걸까. 나는 기술보다 '글쓰기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평생'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신 분들에겐 꽤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약속해요.
단 한 줄의 차이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단 한 줄의 차이로 모든 것을 만들어가며 여기까지 왔기에
단 한 줄의 차이가 당신의 삶에 보탬을 줄 수 있다 약속하기에"
-10면


내가 잘 쓰건 못 쓰건, 앞으로 나는 계속 쓰리란 걸 안다. 거창하지만 글쓰기는 내 존재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나를 글로 남기며 만족하고, 글쓰기에서 피어나는 성찰과 통찰을 좋아하게 됐다. 읽는 이는 배제한 채, 오로지 나를 위해 쓰고 있었지만 한 줄씩 쌓은 쓰기의 힘도 꽤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내 글쓰기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고 싶은 글을 쓰라." 팔리는 글이란 독자(시장)가 사고 싶고, 읽고 싶은 글이다. 잘 쓴 글보다는 독자에게 필요한 글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내가 팔고자 하는 가치를 논리적인 근거와 공감으로 전하는 글이다. 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생산적인 글임에 틀림없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세상에 팔 만한 가치가 내게 있는지, 있다 해도 내가 팔고 싶은 게 맞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인정하게 됐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분명히 있었다. 혼자 만족하는 것을 넘어, 소통하는 마음을 만난 경험들이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게 했다.


팔리는 나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팔리는 글이 나를 싹싹 지우고 독자만을 위해 쓴 글은 아닐 것이다. 자신감이 없어서, 찾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뿐 내게도 팔 만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그 중에서 세상과 맞닿은 접촉면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배웠다. 세상에 팔고 싶은 내 이야기를 더 즐겁게 찾고 싶어졌다.


나를 더 알고 싶어졌다.


책에만 기대고 뒤로 밀어두었던 나를 밖으로 꺼내고, 시장의 언어로 조율하되, 나만의 시선은 놓치지 않으면 된다. 이 책은 나와 독자가 사는 두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평생 글을 쓰고 싶은 내게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팔리는 글은 결국, 내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진심의 모양 중에 있을 것 같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을 쓸 때, 지치지 않고 평생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내가 내 글에 반하는, 나에게 잘 팔리는 글을 써볼까나.


#도서지원 #팔리는글은처음이라 #제갈현열 #글쓰는법 #글쓰기기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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