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 - 103세 할머니 의사의 인생 수업
글래디스 맥게리 지음, 이주만 옮김 / 부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을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6가지 인생의 비밀"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삶이 점차 안정되지만, 이제는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변화에 맞춰야 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100세 시대. 늙을수록 적응력은 떨어질 텐데, 세상은 반대로 점점 빠르게 변하니 늙는다는 건 쉬어도 되는 게 아니라, 더 오래 버텨야 한다는 뜻이 됐다. 죽을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말이 압박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를 집어 들게 했다. 이 책이 내가 놓친 삶의 희망을 보여주지 않을까.


축복
- 나태주

처음보다는
나중이 좋았더라
좋았어도 아주 많이 좋았더라
날마다 너의 날들도
그러기를 바란다


나중이 아주 좋은 인생을 바라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103세 '전인의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글래디스 맥게리 의사의 인생 수업이 끝이 더 좋은 삶의 6가지 비밀을 말한다.


전인의학은 질병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몸, 마음, 감정, 영성까지 포함한 ‘인간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치료한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을 먹으라, 어떤 활동을 하라 같은 장수의 비법이 아니라 "관점 전환"을 이야기한다.


"진정한 의미의 건강은
질병을 진단하거나 그저 수명을 연장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해야 하는지 알아차리고,
무슨 일을 할 때 가슴이 뛰는지 귀 기울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 28면


몸과 정신의 문제들이 건강한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지만 건강한 삶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건강과 행복의 결정적 요소로 "생기"를 강조한다. 생기는 살아 있다는 느낌, 살맛 나는 기분, 삶을 끌고 가는 내면의 동력이다. 그것은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연결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고유한 재능과 연결되기 위해서다. 이 재능과 연결될 때 삶의 의욕이 솟는다. 하지만 이 재능과 반드시 연결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탐색 과정 자체에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자신의 생기를 찾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생명력 넘치게 만든다. "
-56면


생기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찾고 연결하는 힘이다. "너 자신을 알라." 지금 당신을 설레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게 바로 당신만의 생기다. 좋아하는 일을 좇을 때, 목적은 저절로 드러난다. 이 생명력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세상과 직결되어 있다. 재능을 발휘하고 그것으로 세상에 기여할 때, 삶을 긍정하고 나아가는 행복한 인생이 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6가지 비밀은 이것이다.
1. 당신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
2. 모든 생명은 움직여야 산다
3. 사랑은 가장 강력한 치료약이다
4.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5. 모든 것은 당신의 스승이다
6. 에너지를 마음껏 사용하라


창조적 생명력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사랑이 중요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생기가 솟는 샘물은 마르고 만다. 사랑이 생명을 흐르게 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일에 에너지를 쏟게 하고, 긍정적인 관점을 갖게 한다. 사랑과 연결될 때 우리의 세상은 커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앞길을 막는 것이 아니었다. 100세 시대가 공포로 다가오는 건, 목적 없이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상상 때문이다. 두려움은 생기를 찾으라는 신호로서 진짜 방향을 묻고 있었다. 세상이 요동쳐도 사랑하고 싶은 것, 연결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불안은 방향을 가리키는 감각이 된다.


우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퍼즐 조각이다. 생기는 나만의 형태를 찾아 세상과 맞물릴 때 흐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세상은 2차원의 평면 퍼즐이 아니라 3차원의 입체 퍼즐이다. 사방으로 휘고 구부러진 내 퍼즐 모양을 알기란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퍼즐 조각이 어떤 모양인지 발견하는 데 평생을 보낸다.


세상의 퍼즐 조각 중 하나로서 온전한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 인생인 것 같다. 다른 조각들과 조화를 이루고, 나 자신의 고유한 빛깔로 내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오래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살아 있는 삶을 살까'라는 고민으로 바뀌었다. 생기는 살아 있는 나로 존재하는 힘, 고갈되지 않는 삶의 연료였다. 내 안의 생기라는 불씨를 해답으로 찾아낸 오늘의 결론이다. 맡은 자리를 성실히 채움으로 나의 존재 가치를 매일 새롭게 깨닫는 노년, 좋았어도 아주 많이 좋은 삶의 나중을 꿈꾸게 됐다.


#도서지원 #나이들수록행복해지는인생의태도에관하여 #글래디스맥게리 #부키 #노후준비 #노년기 #인생의태도 #생기 #생명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축제의 날들
조 앤 비어드 지음, 장현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축제의 날들》은 2024년 영국 왕립문학학회의 국제 작가로 선정된 미국의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인 조 앤 비어드의 "에세이 + 소설"이다. 한 권에 소설과 에세이를 동시에 실어 새로운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총 9개의 작품 중 소설로 발표한 건 두 작품이지만 무엇이 소설이고 에세이인지 구분할 필요는 없었다.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에서 사실의 진정성과 허구의 몰입감을 아름답게 조율한 글은...... 그렇다. 분명 자기답고 아름답게 실재하고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소설적인 흐름과 긴장감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구분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뭣이 중헌디. 이야기 안에 담긴 감정은 모두 진짜였으니, 독자는 그 속에 풍덩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넋이 나간 듯, 그녀는 마지막 순간을
어머니의 젊은 얼굴을 올려다보며 보낸다.
셰리?
여전히 어머니를 바라보며, 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는다.
주삿바늘은 차갑고, 순식간에 그녀는 감각을 잃는다.
두꺼운 얼음층이 그녀와 남자들을 분리한다.
셰리는 비좁은 공기주머니 속에서 천천히 호흡하고,
머리 위로 화려한 스케이트를 신은 아이들이 모여든다.
그녀는 얼음 밑에 볼을 댄 채 잠시 거기 머문다.
그러다 곧 누군가의 손이 내려와 그녀를 아래로 밀어 넣는다."
- 116면


암으로 고통스러웠던 생을 마감하기 위해 안락사를 택한 셰리의 마지막 장면이다. 실제 지인의 죽음을 다룬 이 장면에서 장르를 융합하는 실험의 정점을 본 것 같았다. 얼음 아래 잠긴 이미지로 죽음을 은유한 문장을 읽으며 인물과 함께 그 순간을 체험한 듯했다. 나는 감히 누군가의 죽음을 상상해 글로 옮기는 일을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 뛰어난 작가의 용기와 감각 덕분에 두 세계가 접히는 경계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정도로 구체적인 문장을 쓰면서
버릴 문장이 없을 수 있다니"
김겨울 작가의 이 한 마디가 정말로 이해되는 글이었다.


국어시간에 배웠다.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하지만 《축제의 날들》은 문장 하나하나가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고 모두가 주인공처럼 빛난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느끼게 한다. 감정을 묘사하지 않고 암시한다. 그 여백이 특유의 문체를 만들고 독자의 내면을 강하게 건드린다.


자신이 보고 느낀 세상을 고해상도 렌즈로 걸러낸 후 예술로 창조하고, 감정선까지 정밀하게 설계한 것 같았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작가의 눈이 되고 귀가 된다.




"몹쓸 피로와 고통으로 인해 자기 자신이 죽어가는 동물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축사와도 같다. 더러움, 냄새, 그리고 소의 몸 안에 갇혀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비틀거리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느낌까지. 몸이 특히 더 나쁜 오후, 셰리는 마치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자기 목소리를 듣는다. 겁에 질린 소 울음소리 같은 것이 깊고 길게 울린다."
- 67면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세라 로런스 칼리지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해서 저자의 글에 대한 사유도 인상 깊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작품의 표면 아래 숨어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이다.
.......

좋은 에세이는, 좋은 단편, 좋은 회고록,
좋은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명목상 주제를 넘어
보편적인 무언가를 조명하면서
스스로 고양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은 교훈을 준다.
작가는 독자보다 더 현명하고
더 많은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논픽션 워크숍에서 내 노력의 절반은
아이디어와 문제를 끌어내는 데 쓰인다."
- 182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독자가 누군가의 글을 읽는 이유는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다. 내면을 성장케하는 글의 실용성을 지향하는 나 역시 "무언가를 조명하면서 스스로 고양한다"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이디어와 문제를 끌어내는 데 노력의 절반을 들인다는 저자의 태도가 스승께 전해 받은 가르침처럼 내 안에 오래 남았다.



"사랑하는 반려견의 죽음,
불타는 건물 안에 갇힌 남자,
암 투병 끝에 안락사를 선택하는 여자,
죽어가는 친구와 배신한 남편을 떠올리는 이야기까지."



고통과 죽음의 언저리를 기록한 이 책의 제목은 왜 "축제의 날들"일까? 축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고 놀랐다.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탄생과 죽음, 희극과 비극, 양극단의 감정이 한 단어에 고여 있었다.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밀도 높은 날들을 축제로 정의한 적확함에 감탄했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일상을 흩트린 의도치 않은 기념일은 삶의 클라이맥스이자 의미 있는 축제일 수 있다. 그런 날들을 축제로 재해석한 저자 덕분에 나는 오늘 조금 더 커진 것 같다.


축제란 누군가에게는 떠들썩한 환희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조용한 작별일지도 모른다. 삶은 이것과 저것의 사이, 웃음과 울음의 경계에서 오히려 더 뚜렷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의 축제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축제의 날들》은 그 얼굴을 오래 바라보게 한다. 나도 언젠가 내 인생이 지나왔을 축제의 날을 기록할 수 있기를.


#도서지원 #축제의날들 #조앤비어드 #클레이하우스 #김겨울추천 #에세이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신경과학의 눈으로 우리의 뇌와 자아, 즉 정체성과 소속감을 살펴본다. 우리의 뇌가 바로 우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뇌가 우리를 만들며, 자아 역시 뇌 기능의 총합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자아는 그저 우리 뇌 전체의 창발적 특성이다.
자아는 우리 "마음들의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지 과정들의 산물이다."
-10면

뇌 때문이야, 뇌 때문이야~♪
우리의 피로는 간 때문이지만, 우리가 우리가 된 이유는 뇌 때문이었다. 수많은 뇌의 인지 기능이 협력한 결과로 인간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또 변하며, 때로는 회복되기도 한다.

그런데 제목이 왜 아웃사이더일까?
뇌 장애로 인해 삶이 바뀐 7명의 환자를 통해 뇌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뇌 질환의 손상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져 아웃사이더처럼 개인 정체성까지 변해버린 환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뇌졸중으로 병적인 무관심 상태가 되어 직장을 잃고 실업 급여를 신청할 의욕마저 잃은 사람. 의미 지식 결핍으로 말을 잃고 물건의 이름과 용도까지 잊어, 변기를 세탁기로 생각해 변기에 옷을 넣고 내리려하고, 화분을 변기로 착각해 화분에 소변을 보려한 사람. 알츠하이머병으로 침대에 누운 남편을 자신의 또다른 애인이라 생각한 사람 등...

뇌의 손상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생생하게 알린다. 몸의 건강이 당연한 일이 아니듯, 건강하게 작동하는 정상적인 뇌 상태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선택, 성격까지도 모두 신경학적으로 뇌가 튼튼한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다.

뭔가 조금 이상하고 불쾌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시야도 넓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이면에 뇌 기능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은 타인을 향한 손쉬운 비난을 물리고, 이해와 공존으로 판단을 돌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고보면 완전히 정상적인 뇌는 없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미세하게 비정상적이다. 우울, 불안, 감정조절문제, 기억력 저하 등 경계선상에서 흔들리고 있는 면모를 저마다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자아, 동기, 감정, 의사결정 능력, 심지어 도덕성까지도 뇌의 기능에서 비롯된다. 건강하게 살아있는 신경회로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조금은 이상한 나로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며 삶을 가꾸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도 뇌 때문이다. 자신을 탓하지 말자.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기에 충분히 변할 수 있는 우리 뇌에게 감사하자.

뇌라는 토대 위에 지어진 나는 깨질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으며, 다시 지어질 가능성 또한 있다.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신경의 배선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원하는 우리가 될 기반 위에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최고 사양의 시스템이 머리 안에 있다. 지금의 나로 만들어준 뇌, 걷고 먹고 느끼는 아주 기본적인 인지 기능을 문제없이 수행하는 뇌에 감사하며 그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이 책은 나의 뇌를 들여다보게 만든 동시에, 다른 사람의 뇌, 다른 자아의 조건도 함께 상상하게 했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이 좁아서가 아니라 뇌에 관한 앎과 상상력 부족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남을 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해하려 애쓸 수 있다. 뇌의 구조와 기능을 더 이해한다면 판단보다 공감을 먼저 선택할 수 있다.

내 안의 뇌를 바라보는 눈 하나를 더 갖게 된 지금, 나는 나를 덜 단정하고, 타인을 쉽게 재단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뇌에 대한 앎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이 책 덕분에 조금 더 유연하고 책임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도서지원 #까치글방서포터즈3기 #아웃사이더 #마수드후세인 #과학책 #신경과학 #뇌질환 #뇌과학 #과학책추천 #뇌과학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 #협찬

하루 끝, 마음 한 칸 비워두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작고 따뜻한 기적 이야기.


김종원 작가님 추천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 감정을 느끼는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 세심하게 알려주는 책이라는 말씀에 바로 서평단에 지원했다. 판타지적 설정과 잔잔하고 일상적인 공감 포인트들이 어우러져 꿀잠을 불러오는 따뜻한 이야기, 《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장편소설이지만 꿀잠이 필요한 손님들을 중심으로 짧고 독립적인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책 한 권 다 읽기 힘들다 하는 분들도 너끈히 완독할 수 있는 구조다. 청소년이나 독서에 재미를 붙이려는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인 소설이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힘든 세상, 잠시 일상을 벗어나 위로를 얻고, 쉬고 싶은 모든 분들께 편안한 시간을 선물할 마법 같은 책.


"은은한 오로라가 감도는 듯한 진열장 속 물건들 덕분에
가게는 한층 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물건들은 모두 오슬로가 정성을 기울여 만든 꿀잠 아이템들이다."
- 12면


주인공은 오슬로와 부엉이 자자.
잠이 절실한 손님들이 꿀차를 마시고 잠이 들면, 조수 부엉이 자자가 손님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부엉이 안대를 쓰면 오슬로도 자자가 보고 있는 손님의 꿈속 세계를 함께 볼 수 있다. 그 꿈속에서 잠을 잘 수 없는 이유나 고민, 후회 같은 다양한 마음들을 알아본다.


푹 자고 난 손님 수현이 말한다.
"전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했나봐요.
제 안에 쌓인 감정들, 그걸 밖으로 꺼내기가 무서웠어요.
달팽이처럼 숨어 있었는데.....
빠져나올 용기를 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 40면


부상으로 운동선수의 꿈이 좌절된 수현은 가족들마저 멀리하며 절망에 빠져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치열한 경쟁으로 늘 조급했던 수현. 몸도 마음도 돌보지 못한 채 무리하다 결국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런 수현에게 오슬로는 포근한 새털구름 양말을 보낸다.
"양말을 신고 잠에 들면 꿈에서는 아주 가벼운 새털처럼 둥실둥실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현실의 답답함을 꿈에서나마 상쾌하게 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아이템은 아닙니다. 다만, 꿈에서 말씀한 기분을 느끼면 깨어나서도 그 느낌이 지속될 겁니다. 자연스럽게 아팠던 자리가 아물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겠죠."
- 44면


현실의 답답함을 꿈에서 풀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꿈은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정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현실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의 힘이 생기면 현실에 대한 해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한 힘을 이 소설이 주고있었다.


단숨에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 같은 꿀잠 아이템이 아니어서 또 좋았다. 현실로 돌아갈 손님들이 스스로 상황을 헤쳐갈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이야기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다. 무턱대고 예쁜 위로만 던지며 과도한 환상을 일으키지 않는, 현실에 기반한 힐링 소설이었다.


민들레 향수, 기억의 팔찌, 정신 번쩍 담요 등 기발하고 재치 있는 아이템으로 6명의 손님들에게 깊은 잠을 선물하는 이야기. 잔잔하게 퍼지는 여운이 포근해, 꿀차를 마신듯했다.


가지각색의 아이템처럼 다양한 고민을 가진 손님들의 사연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묻어있다. 그렇게 소설과 연결되어 힘들고 무거웠던 감정들이 새털처럼 가벼워지길, 결핍을 숨기려고만 하다 멀어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되찾을 수 있길,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낼 수 있길. 모두에게 마법이 일어나면 좋겠다.


꿀잠은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시간 같다. 잠들기 전, 나조차 놓치고 있던 마음의 구멍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나를 알아주는 시간. 깨고나면 절로 방향이 조정되는 힘. 우리가 눈 감고 있는 그 틈에 진짜 회복과 삶의 균형이 매일 새롭게 시작되면 좋겠다.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다.
고민이 깊어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질 수도,
생각이 많아 두통이 심한 날도 있을 것이다.
그 길 한편에 포근함을 선물하는 가게가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의 또다른 시작을 응원하는
따뜻한 존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 밤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작가의 말


#도서지원 #꿀잠선물가게기적을팝니다 #박초은 #꿀잠선물가게 #창비 #소설 #힐링소설 #독서 #토닥스토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지원

《센트럴파크》는 기욤 뮈소의 11번째 장편소설이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한 스타일이 강점이지만, 그는 이 책으로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그리고 성공한다. 프랑스 자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기욤 뮈소의 변신은 대성공이라는 찬사를 이끌었다.


사실 요즘 나는 소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야기 속 전혀 다른 세계에 빠져들면 현재의 나는 사라지는 기분이 괜히 불편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내가 흐릿해지는 대신 한 사람의 고통 안으로 내가 확장되는 경험을 주었다. 독자와 이야기를 이질감 없이 묶어내는 소설의 힘 덕분이다.


38살의 파리 경찰청 강력계 팀장 알리스.
옆에 누워있는 남자는 미국인 재즈피아니스트 가브리엘. 그는 어젯밤 아일랜드 더블린, 재즈클럽에서 공연을 마치고 취한 이후로 기억이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8시에 뉴욕 센트럴파크 한가운데서 같이 눈을 뜬다. 손이 하나씩 수갑에 묶인 채로.


불확실한데다 결코 불가능한 일들이 동시에 휘몰아친다. 이 모든 복잡한 설정과 사건들이 단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니! 수많은 서스펜스의 떡밥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회수해 준 작가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해 심리, 관계, 정체성, 결국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질로 접근하는 전개는 '서스펜서 마스터'다웠다. 수사를 진행할수록 오히려 더 미궁에 빠지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독자를 이끌고 가는 기막힌 솜씨! 챗 GPT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센트럴파크》는 겉은 추리물, 속은 심리극, 마무리는 드라마였다. 캐릭터와 서사뿐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까지도 빈틈없이 설계된 미스터리였다. 결국은 사랑으로 모든 이야기가 모여드는 결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머리도 쓰고, 마음도 울리는 소설을 원한다면 완전 취향 저격일 소설!


"나는 기억한다.
2011년 11월 21일에 자만심과 허영심에 사로잡힌 나는 지나친 만용을 부리다가 내 아기와 남편을 죽게 한다."
-161면


주인공 알리스는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도 갖는다. 그러나 아이는 배 속에서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게 되고, 같은 날 남편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끔찍하리만치 비극적인 불행을 겪은 알리스. 살아갈 이유를 모두 잃은 그녀가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돌봐준 사람들이 있었다.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살아갈 이유를 만든다. 사랑이 없다면 절망은 고통이지만, 사랑이 있다면 절망은 시작이다.


고난 앞에서 도망만 가고 싶은 소심이라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결단력 있고 용감한 알리스 앞에서 삶을 직면하는 방식을 배울 것이다. 알리스가 과거를 회피하지 않게 붙들고, 스스로를 용서하며,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는 이 소설에서 진짜 반전은"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누가 포기하지 않았는가"였다.


"알리스가 잃어버린 것은 기억일까, 마음일까?"라는 질문을 손에 쥐고 읽는다면, 일시정지되는 순간들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지워질 수 있지만 누군가를 살게 한 마음은 삶의 일부로 남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알리스와 그녀의 사람들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운명과 싸워 얻어낸 이 모든 순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입니다.
아무도 그 소중한 순간들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349면



#도서지원 #기욤뮈소 #센트럴파크 #책추천 #소설추천 #그후에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추리소설추천 #밝은세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