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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평점 :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신경과학의 눈으로 우리의 뇌와 자아, 즉 정체성과 소속감을 살펴본다. 우리의 뇌가 바로 우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뇌가 우리를 만들며, 자아 역시 뇌 기능의 총합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자아는 그저 우리 뇌 전체의 창발적 특성이다.
자아는 우리 "마음들의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지 과정들의 산물이다."
-10면
뇌 때문이야, 뇌 때문이야~♪
우리의 피로는 간 때문이지만, 우리가 우리가 된 이유는 뇌 때문이었다. 수많은 뇌의 인지 기능이 협력한 결과로 인간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또 변하며, 때로는 회복되기도 한다.
그런데 제목이 왜 아웃사이더일까?
뇌 장애로 인해 삶이 바뀐 7명의 환자를 통해 뇌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뇌 질환의 손상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져 아웃사이더처럼 개인 정체성까지 변해버린 환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뇌졸중으로 병적인 무관심 상태가 되어 직장을 잃고 실업 급여를 신청할 의욕마저 잃은 사람. 의미 지식 결핍으로 말을 잃고 물건의 이름과 용도까지 잊어, 변기를 세탁기로 생각해 변기에 옷을 넣고 내리려하고, 화분을 변기로 착각해 화분에 소변을 보려한 사람. 알츠하이머병으로 침대에 누운 남편을 자신의 또다른 애인이라 생각한 사람 등...
뇌의 손상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생생하게 알린다. 몸의 건강이 당연한 일이 아니듯, 건강하게 작동하는 정상적인 뇌 상태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선택, 성격까지도 모두 신경학적으로 뇌가 튼튼한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다.
뭔가 조금 이상하고 불쾌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시야도 넓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의 이면에 뇌 기능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은 타인을 향한 손쉬운 비난을 물리고, 이해와 공존으로 판단을 돌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고보면 완전히 정상적인 뇌는 없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미세하게 비정상적이다. 우울, 불안, 감정조절문제, 기억력 저하 등 경계선상에서 흔들리고 있는 면모를 저마다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자아, 동기, 감정, 의사결정 능력, 심지어 도덕성까지도 뇌의 기능에서 비롯된다. 건강하게 살아있는 신경회로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조금은 이상한 나로 의지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며 삶을 가꾸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도 뇌 때문이다. 자신을 탓하지 말자.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기에 충분히 변할 수 있는 우리 뇌에게 감사하자.
뇌라는 토대 위에 지어진 나는 깨질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으며, 다시 지어질 가능성 또한 있다.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신경의 배선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원하는 우리가 될 기반 위에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최고 사양의 시스템이 머리 안에 있다. 지금의 나로 만들어준 뇌, 걷고 먹고 느끼는 아주 기본적인 인지 기능을 문제없이 수행하는 뇌에 감사하며 그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이 책은 나의 뇌를 들여다보게 만든 동시에, 다른 사람의 뇌, 다른 자아의 조건도 함께 상상하게 했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이 좁아서가 아니라 뇌에 관한 앎과 상상력 부족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남을 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해하려 애쓸 수 있다. 뇌의 구조와 기능을 더 이해한다면 판단보다 공감을 먼저 선택할 수 있다.
내 안의 뇌를 바라보는 눈 하나를 더 갖게 된 지금, 나는 나를 덜 단정하고, 타인을 쉽게 재단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뇌에 대한 앎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이 책 덕분에 조금 더 유연하고 책임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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