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 - 머리털부터 발가락뼈까지 남김없이 정리하는 인체의 모든 것 드디어 시리즈 7
케빈 랭포드 지음, 안은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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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이라니. 의료계에 몸담지 않고서야 볼 일이 없는 책을 이 나이에 읽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항상 아쉬웠다. 매일 똑같은 몸 하나를 입고 살면서도 단 하나뿐인 이 Body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처참할 정도다. 어렵겠지만 몸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 이 책에 도전했다.


온갖 건강 정보는 범람하지만 설왕설래 일치된 학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일 채소식이 유행하다가 육류만 먹는 카니보어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몸은 우리가 사는 유일한 공간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결국 내가 건강해지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몸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내 몸은 정답을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야심차게 책을 펼쳤지만 이내 당황했다. 해부학이 아닌 화학이 등판한다. 세포를 알기 위해서는 물질의 구조와 특성, 상호작용을 다루는 기초 화학을 이해해야 한단다. 인체의 구조를 다루는 인체해부학과 구조의 기능을 살피는 생리학을 배우기 위해서다. 역시나 만만치 않다. ㅎㅎ


의외로 흥미로웠다. 몸은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는 분자로, 분자는 원자로, 원자는 결합으로 뭉쳐 있다. 몸의 기본 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화학결합은 몸의 가장 기초적인 이해가 맞았다. 몸이 어떻게 붙어 있고, 작동하며, 변화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현상 대부분이 그렇듯이, 원자는 균형을 추구합니다. ....... 원자는 자연스러운 균형을 찾기 위해 양성자와 같은 수의 전자를 보유해 전하 중립을 유지합니다. "
- 23면


내 인생 모토인 "균형"이 원자와 세포에도 작동하고 있었다. 역시 세상은 반복되는 프랙털 구조라는 사실을 확인하니 재미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온결합, 수소결합, 공유결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원자들이 붙어 인체뿐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


화학결합은 과학적 개념일 뿐 아니라 존재가 완성되는 방식이었다. 원자들도 혼자서는 불안정하다. 결합으로 관계 맺으며 안정된 상태에 이르면, 무언가가 되어 기능한다. 그 모습이 꼭 우리와 같다.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존재의 형태를 바꾸고 의미를 결정짓는다.


몸은 수많은 결합의 결과였고, 그 결합은 균형을 향한 치열함이었다. 세포를 통해 삶을 배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도 적절한 결합과 거리, 균형에서 비롯된다.

이번에는 "림프계"에 대해 배웠다. 여자의 다이어트는 림프순환부터라는 말이 있어 관심이 많았다. 몸속 쓰레기차이자 면역 경찰인 림프에 대해 읽고 나니 몸이 다르게 보였다. 림프는 혈액이 가져가지 못한 노폐물을 수거하는 하수도다. 동시에 병원균을 탐지하고 싸우는 면역 순찰차다.


"림프는 단백질 함량이 적도 압력을 가해주는 펌프도 없으므로 림프순환 내로 밀려 들어갈 힘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림프의 이동은 주변 장기들, 특히 근육이 사이질조직에 가하는 압력에 달려 있습니다. 걷기, 숨쉬기, 그 밖에 장기를 움직이는 모든 일반적인 운동이 림프의 압력을 일시적으로 높입니다."
- 263면


놀랍게도 이 시스템엔 펌프가 없다. 걷고, 숨 쉬고, 스트레칭하며 움직여야 돌아간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림프는 정체되고, 몸은 붓고, 면역도 무뎌진다. 왜 오래 앉아있는 습관이 담배보다 해로운지 이제서야 이해했다. 목 돌리기, 어깨 풀기, 발바닥 자극 하나하나가 림프를 흘러가게 만드는 작은 압력이었다. 건강은 움직임의 누적이다. 부지런히 움직여 림프를 쉴 새 없이 작동시켜보자.


한 번에 정독하는 것도 좋지만 발췌독으로 자주 들춰보는 방식이 이 책에는 더 어울린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에 있다. 털의 정체를 알게 된다던가 (각질층의 죽은 세포들을 튜브처럼 단단히 말아 넣은 구조라는 것), 손톱 역시 죽은 세포층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단단한 판이라는 발견처럼 하나씩 알아가는 깨알 재미를 누릴 수 있다.


해부학이 외워야 하는 복잡한 그림책 같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몸과 친해진 기분이다. 보이지 않는 몸속 세포와 기관들을 상상할 재료들이 생겼다. 정확히 알지 못해도 해부학은 내가 움직이고 호흡하고 살아가는 흐름과 기능을 가늠케 한다.


해부학은 권위의 정보가 아니라 내 언어로 내 몸을 이해하는 기술이었다. 건강은 이제 어디서 들은 막연한 팁이 아니라 내 몸의 구조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 영역이 된다. 원자와 세포, 림프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사람의 일상은 다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자세와 행동을 바꾸는 데는 의지뿐만 아니라 신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건강한 삶의 또 다른 기반을 이 책을 통해 만났다.


몸에 대한 문해력, 해부학.
나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
만나서 반갑다.


#도서지원 #드디어만나는해부학수업 #현대지성 #해부학책 #해부학입문서 #해부학책추천 #몸에대한문해력 #머리부터발끝까지 #인체의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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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7가지 무기
가바사와 시온 지음, 최수영 옮김 / 다산에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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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10대를 살고 있는 너에게

30년 상담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바사와 시온이 이번에는 청소년을 위한 책을 선보였어. 요즘처럼 뭘 해도 불안한 시대에 흔들리기 쉬운 너희에게 먼저 겪은 어른으로서 스무살이 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인생 무기'를 알려줘.

이 책을 읽다보니 억울함이 밀려오더라. 학교에서 국영수랑 '삶'도 함께 배웠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 학교는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것만 가르치지. 인내심, 공감, 회복 탄력성, 주체성 같은 건 채점할 수 없잖아. 시험이 인생을 바꾸는 게 현실이었으니 국영수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라 한 거야.

학교는 삶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몫이라 착각했던 것 같아. 각자도생, 자기 삶은 자기가 알아서 하라며 준비도 안 된 학생들을 사회로 던져버린 거지. 수학 문제는 풀지만, 복잡한 인생 문제를 푸는 법은 가르치지 않아. 영어 문장은 분석하지만, 어떻게 해야 진심을 전할 수 있는지 대화하는 법은 다루지 않아. 삶을 가르치는 건 부모가 온전히 담당하기엔 너무 크고 어려운 문제야. 게다가 학생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걸......

삶을 살아내는 기술은 대체 누가, 어디서 가르쳐야 할까? 아마도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것 같아.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7가지 무기》는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시원하게 보여줘.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기막힌 소재를 끌어와 인생을 가르쳐. 바로 게임! 너도 게임 좋아하지?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같은 롤플레잉 게임으로 인생을 어찌나 탁월하게 설명하는지 난 정말 감탄했어! 당장 게임을 다운받고 싶을 정도였다니까.

이 책은 명쾌하게 인생의 성공법칙을 단 12글자로 정리해.
'정비하기, 연결하기, 행동하기'

"학교생활과 사회생활도 게임과 비슷합니다.
'무기를 챙기고 파티원을 모아서 모험을 떠나라!'라는
게임 법칙을 그대로 삶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성공법칙은 '정비하기, 연결하기, 행동하기'입니다.
이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와 반대로 행동하곤 합니다."
-18면

모든 챕터가 정말 인상적이었지만 "정비하기"가 정말 신선했어. 들어볼래?

"고민의 근본적인 원인은 피로다. 90%는 불안정하고 피곤한 상태다.
평소에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사람은 단 15%. 단순히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상위 15%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30년 동안 의사로 일하면서 청소년 상담으로 만난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폰을 만지거나 게임을 한다는 것. 잠을 푹 자는 것만으로 고민들이 거의 해결될 수 있다!

폰을 줄이고, 질 좋은 수면을 8시간 취하고, 적당히 운동하고, 아침을 포함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 컨디션과 기분이 깜짝 놀랄 만큼 개선된다. 10대가 하는 다양한 고민은 '정비'라는 무기를 손에 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다 안다고? 하지만 실천하고 있는 건 얼마나 될까?
두뇌는 죽을 때까지 계속 성장하지만 10대일 때 뇌 성장 속도는 30, 40대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빠르대. 고속철도와 완행열차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돼. 고속철도를 타고 있을 때 몸과 마음의 기초를 단단하게 정비해둔다면 평생 얼마나 큰 자산이 될까.

읽고 나면 뭔가 정리가 될 거야. 뭘 해야 할지,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그 막막한 기분이 조금 사라진달까. ‘나도 뭔가 가지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은근히 위로가 되더라.

그동안 난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뭐 하나 이룬 것도 없다고 생각했거든. 언제부터인지 우린 뭔가를 잘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처럼 느껴. 근데 아니었어. 그냥 내가 가진 걸 알아보는 것도 출발점이 될 수 있어. 무기는 이미 있었는데, 칼집에 넣어놓고 있었다는 느낌? 너도 너만의 무기 하나씩 꺼내보면 어때?


책 한 권으로 갑자기 사람이 변하지는 않을 거야. 근데 방향은 달라질 수 있어. 생각이 꼬이고 있을 때, 그 실타래를 풀어주는 실마리처럼 말이야. 무기를 장착하라는 말이 멋있게만 들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와닿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너의 빛나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를.

#도서지원 #학교에서는가르치지않는7가지무기 #가바사와시온 #다산에듀 #청소년추천책 #인생무기 #인생전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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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 - 나의 특별하고도 평범한 자폐 스펙트럼의 세계
피트 웜비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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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악수는 생략해도 될까요?
있죠, 제가 자폐인이라서."
- 294면


이 책은 승진과 부모가 된 겹경사의 순간에 오히려 우울증과 극심한 번아웃을 겪으며, 병원에서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교사의 이야기다. 어려운 강연은 잘 해내지만 스몰토크와 신발 끈 묶기, 신문 구독 취소 같은 사소한 일들이 끔찍하게도 어려웠던 이유를 서른네 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진짜 목적은 섣부르고 어설픈 자폐인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을 자폐인의 실제 삶의 경험으로 풀어내, 그들이 어떻게 삶을 운용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동시에 서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어긋한 소통 때문에 그들이 치러온 좌절감, 실망감, 끔찍한 혼란과 외로움을 함께 아파할 수 있도록 재치와 유머를 섞어 무겁지 않게 전한다.


자폐인들은 이상하다고?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자폐 스펙트럼인가 의심할 정도로 저자에게 공감하는 상황이 많았다. 즉시 이해하고 판단해서 답해야 하는 전화 통화가 힘들다. 가면을 쓰는 데 능숙하고, 스몰토크가 어렵다. 불안도가 높으며, 내게 친절한 사람이라면 쉽게 믿는다.


나도 별나고 유난스러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모두가 조금씩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상함의 기준이 주류와 다르다고 낙인찍는 게 과연 옳을까? 그들이 비정상인 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규격화되고 획일적인 건 아닐까?


"자폐인에게는 놀라운 점이 가득하다.
놀라운 점 하나는 우리가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일들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압도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은 아무런 문제 없이 쉽게
해낸다는 것이다.
전자는 우리에게 극도의 좌절감을 안겨준다."
- 110면


이 말은 역설처럼 들리지만 우리 사회의 기준이 얼마나 일방적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일상생활의 기본기는 사실 전형성에 맞춘 기술일 뿐, 누구에게나 쉬운 게 아니었다. 반대로 자폐인이 보여주는 복잡한 영역에서의 몰입과 정확성은,
우리가 기본이라 여기는 능력보다 훨씬 희귀하고 가치 있는 기술일 수 있다. 이 사회가 쉬운 것만을 잘하는 사람을 정상이라 동그라미 치고, 어려운 걸 잘해도 ‘기본이 안 됐다’며 빗금 치며 탈락시킨다는 점은 이제서야 기이하게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신경 다양인"에 대해 처음 알았다.
신경 다양인(Neurodivergent)은 뇌가 신경 전형인(Neurotypical)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감각을 느끼고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자폐 스펙트럼(ASD), ADHD, 학습장애(난독증, 난산증 등), 뚜렛, 불안장애, 틱부터 넓게는 감각 과잉, 내향적 HSP(초민감자)도 포함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생물 다양성"이 떠올랐다.


생물 다양성은 곧 자연의 생존력이다. 단일종만 있다면 한 번의 병충해에 생태계는 전멸할 것이다. 기후 변화, 질병, 천적 등 끊이지 않는 위기로부터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이 함께 살아야 한다. 버티고 이기는 힘이 다양성에서 나온다.


생물 다양성은 자연 생태계의 건강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중대한 역할을 한다. 자연의 다양한 미생물들은 인간의 면역 체계가 균형을 유지하고, 특정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다양한 식물과 동물에서 얻는 영양소가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신경 전형인만 있는 사회는 약하다. 다양한 감각과 시선이 있어야 인간 생태계도 건강하다. 모두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대처한다면 새로운 문제와 변화에 인류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다양성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인류의 자산이다.


자폐 스펙트럼에서 스펙트럼은 스펙트럼(continuum)이라는 말 자체가 자폐와 비자폐로 나누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형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폐를 비롯한 신경 다양성은 ‘특수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속한 인간 생태계의 일부다.


다만 그중 일부는 조금 더 예민하고, 다수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이다. 그들을 장애로 낙인찍기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정상의 기준을 먼저 의심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공존을 위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다르고, 조금씩 비정형적이며,
결국엔 모두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신경 다양인이다.
모두가 똑같지 않아도,
서로에게 너무 어렵지 않은 대화로 함께 하는 세상.
이 책은 그런 세상을 꿈꾸게 한다.


이상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을 나와 조금 다른 연속선상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내 안에 이상한 세계를 수용하고 확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과 함께 의미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과 나 자신에게 조금은 다르게 말을 걸게 될지도 모른다. 내 안의 이상한 세계를 부정하지 않고 껴안는 법, 그 다정하고 단단한 연습을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도서지원 #나에겐너무어려운스몰토크 #윌북 #피트웜비 #자폐스펙트럼 #자폐 #신경다양성 #신경다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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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 고전이 답했다 시리즈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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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되면 부는 따라온다’는 말을 면죄부처럼 여기며 안도하며 지냈다. 그것을 덕이라고, 순리라고 부르며 애써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단 자기합리화의 근거로 붙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부터 고명환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3년 반이 넘도록 (오늘로써 1311일째) 매일 아침마다 긍정 확언 영상을 올리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큰 자극을 주신다. 그러한 꾸준함 뒤에는 책에서 얻은 깨달음과 통찰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책들은 일단 믿고 본다.


이 책은 전작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삶에 대하여》와 한 글자만 다르다. "삶과 부". 두 책 다 고전을 기반으로 쉽지만 깊게, 철학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삶을 해석한 인문 에세이다. "기승전독서"라고 할 만큼 독서를 강조해서 독서 에세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언뜻 보면 구성과 문체가 비슷해서 두 책 간에 차이를 눈여겨보며 읽었다.


전작이 고전에서 찾은 삶의 의미로 인생 전반의 태도를 말하는 기초과정이라면, 이번 책은 그 위에 부에 관한 건강한 태도를 재정립하는 심화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자신만의 방향을 잡았다면 '돈에 대한 혼란이나 죄책감, 욕망을 다룰 줄 아는가'하는 단계로 인생의 가치관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부'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흔히 말하듯, 그릇이 되면 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말을 어설프게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덕은 부의 바탕이 될 수는 있지만 부는 준비된 자가 쟁취하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이었다. 하늘을 올려다 본 채, 입만 벌린다고 해서 잘 익은 감이 정확히 쏙 내 입에 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전 속 부자들도 덕을 길렀지만 동시에 철저히 계산하고, 부를 설계하고, 현실을 직시했다. 부는 철학이라기보다는 기술이다. 그릇보다는 도구로 보는 관점이 지금 내게 필요했다. 그릇이 되기만 하면 된다는 건 반쪽짜리 진실이었다. 부는 따라오는 게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끌어와야 하는 거였다.


고명환 작가님의 이번 책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답을 아는 선생님처럼 전달하지 않고, 의문을 갖고 답을 찾아가는 사유의 과정을 같이 걸어가자 손 내미는 것 같았다. 다층적이면서도 깊게 사유하는 저자여서 그런지 각 챕터는 짧지만 묵직하다. 좋은 책을 만나면 늘 그랬듯, 나는 이번에도 많은 줄을 긋고 끄적이며 즐거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호리병이 아닌 대접에 담을 것"

"노자가 말했다. 찰흙으로 그릇을 만드는데,
텅 빈 공간이 있어서 그릇의 기능이 있게 된다고.
빈 곳을 흙으로 다 채우면
그것은 그릇이 아니라 그냥 흙덩어리다.
방 역시 마찬가지다.
문과 창과 벽이 있고, 그 안에
텅 빈 곳이 있어야 방이다.

돈을 벌려면 이 '텅 빈 공간'을 이해해야 한다."

반드시 빈 곳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좇는 사람은 욕심으로 입구 쪽이 점점 좁아지는 호리병이지만 돈을 제대로 버는 사람은 주둥이가 넓어지는 대접 같다. 고객을 우선으로 하고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대접 같은 그릇이다. 주둥이가 넓어지면 품을 수 있는 공간도 점점 커진다. 그릇은 점점 커지고 그 안에 돈은 저절로 채워진다. 돈의 선순환이다.


채우는 데만 급급하기 쉬운 세상. 원자는 99.9%가 비어 있고 0.1%만이 원자핵으로 이뤄진다는 사실과 노자의 공 사상을 떠올리며 인생에도 텅 빈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선명하게 새길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그릇" 개념에 끌리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부를 담는 그릇은 멍하니 도 닦는 신선이 아니라 계산하고 설계해 온몸을 움직인 도공의 작품이라는 것을. 그저 크기만 한 그릇이 아닌, 타인을 담을 넉넉함과 부를 순환시킬 구조를 갖춘 대접을 설계할 때다.



#도서지원 #고독한북클럽 #고명환 #고전이답했다 #고전이답했다마땅히가져야할부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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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 일기 쓰기 - 관찰하고 기록하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
클레어 워커 레슬리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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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똑바로 보려면 그것을 그려야 하며...
보는 것과 그리는 것은 결국 하나임을...
세상은 내가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것임을 배웠다."
- 프레더릭 프랭크, <보는 것의 선>


자연 관찰 일기?
그림일기는 알지만 자연을 관찰하는 일기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자연을 관찰하고 인식하고 느낀 내용을 규칙적으로 기록하는 일기라니, 일기의 세계는 생각보다 다채롭다.


자연 관찰 일기는 머릿속을 벗어나 자연의 세계에 들어서기 위한 시간이다. 그러니 일반 일기처럼 자신의 고민을 중심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자연 앞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자연이 주인공이다. 핵심은 잘 보는 것이다.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지, 새소리가 들리는지, 날씨가 어떤지, 어떤 식물이 보이는지 간단한 질문을 품고 내 반응을 덧붙이면 된다.


잘 그릴 필요 없다.
중요한 건 글이나 그림보다도 얼마나 잘 '보고' 기록했는가니까.
"내가 사는 이곳의 자연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묻는 호기심을 갖는다면 더 잘 볼 수 있다.


"자연 관찰 일기를 작성하는 '올바른' 방법은 없습니다.
자연 관찰 일기를 잘 쓰려면 융통성이 있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도에 충실해야 합니다."
- 18면


《자연 관찰 일기 쓰기》 책에는 다양한 샘플 일기가 실려있다. 그리기의 기초에서 기록 요령까지 전체를 개괄하되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도전해 봄직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물꽂이 중인 얼룩자주달개비를 그렸다. 잎이 이렇게 많았나, 하나하나 다 그리다 보니 잎맥을 따라 손이 멈췄다. 낙서라고 생각하고 끼적여봐도 좋다며, 1~2분 안에 빠르게 그리라고 책은 말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 집중하게 되는 기분이 근사했다.


자연을 관찰하려면 멈출 수밖에 없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리기 위해 멈춘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끼는 인간이었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까지 오감이 켜졌지만 쉬는 것 같았다. 자연 앞에서 뇌가 해석을 멈추고 존재에 집중하는 것. 디지털에 잠식당한 숨 막히는 시간과는 결이 다른 빈틈 같은 시간이었다.

관찰은 존재를 바라보는 훈련이었다. 기후 위기로 생태 감수성이 중요해진 시대에 자연 관찰 일기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생태적 사고였다. 아이들과 함께 수첩이나 스케치북을 들고나가 자연 관찰 일기를 쓴다면 시의적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될 것이다.


자연을 관찰한다는 건 곧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관찰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보는 눈이 달라지면 일상에 의미가 더해진다. 달리던 시간에 브레이크를 걸고, 삶을 다시 감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연에 다가가보자. 느린 눈으로 자연을 보자. 그러면 나도 다시 보인다. 자연처럼 더 나 다워질 것이다.


⁠#도서지원 #자연관찰일기쓰기 #클레어워커레슬리 #자연관찰 #일기 #자연관찰일기고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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