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관찰 일기 쓰기 - 관찰하고 기록하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
클레어 워커 레슬리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언가를 똑바로 보려면 그것을 그려야 하며...
보는 것과 그리는 것은 결국 하나임을...
세상은 내가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것임을 배웠다."
- 프레더릭 프랭크, <보는 것의 선>


자연 관찰 일기?
그림일기는 알지만 자연을 관찰하는 일기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자연을 관찰하고 인식하고 느낀 내용을 규칙적으로 기록하는 일기라니, 일기의 세계는 생각보다 다채롭다.


자연 관찰 일기는 머릿속을 벗어나 자연의 세계에 들어서기 위한 시간이다. 그러니 일반 일기처럼 자신의 고민을 중심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자연 앞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자연이 주인공이다. 핵심은 잘 보는 것이다.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지, 새소리가 들리는지, 날씨가 어떤지, 어떤 식물이 보이는지 간단한 질문을 품고 내 반응을 덧붙이면 된다.


잘 그릴 필요 없다.
중요한 건 글이나 그림보다도 얼마나 잘 '보고' 기록했는가니까.
"내가 사는 이곳의 자연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묻는 호기심을 갖는다면 더 잘 볼 수 있다.


"자연 관찰 일기를 작성하는 '올바른' 방법은 없습니다.
자연 관찰 일기를 잘 쓰려면 융통성이 있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도에 충실해야 합니다."
- 18면


《자연 관찰 일기 쓰기》 책에는 다양한 샘플 일기가 실려있다. 그리기의 기초에서 기록 요령까지 전체를 개괄하되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도전해 봄직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물꽂이 중인 얼룩자주달개비를 그렸다. 잎이 이렇게 많았나, 하나하나 다 그리다 보니 잎맥을 따라 손이 멈췄다. 낙서라고 생각하고 끼적여봐도 좋다며, 1~2분 안에 빠르게 그리라고 책은 말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 집중하게 되는 기분이 근사했다.


자연을 관찰하려면 멈출 수밖에 없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리기 위해 멈춘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끼는 인간이었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까지 오감이 켜졌지만 쉬는 것 같았다. 자연 앞에서 뇌가 해석을 멈추고 존재에 집중하는 것. 디지털에 잠식당한 숨 막히는 시간과는 결이 다른 빈틈 같은 시간이었다.

관찰은 존재를 바라보는 훈련이었다. 기후 위기로 생태 감수성이 중요해진 시대에 자연 관찰 일기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생태적 사고였다. 아이들과 함께 수첩이나 스케치북을 들고나가 자연 관찰 일기를 쓴다면 시의적으로도 훌륭한 교육이 될 것이다.


자연을 관찰한다는 건 곧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관찰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보는 눈이 달라지면 일상에 의미가 더해진다. 달리던 시간에 브레이크를 걸고, 삶을 다시 감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연에 다가가보자. 느린 눈으로 자연을 보자. 그러면 나도 다시 보인다. 자연처럼 더 나 다워질 것이다.


⁠#도서지원 #자연관찰일기쓰기 #클레어워커레슬리 #자연관찰 #일기 #자연관찰일기고전 #김영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