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 고전이 답했다 시리즈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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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되면 부는 따라온다’는 말을 면죄부처럼 여기며 안도하며 지냈다. 그것을 덕이라고, 순리라고 부르며 애써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단 자기합리화의 근거로 붙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부터 고명환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3년 반이 넘도록 (오늘로써 1311일째) 매일 아침마다 긍정 확언 영상을 올리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큰 자극을 주신다. 그러한 꾸준함 뒤에는 책에서 얻은 깨달음과 통찰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책들은 일단 믿고 본다.


이 책은 전작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삶에 대하여》와 한 글자만 다르다. "삶과 부". 두 책 다 고전을 기반으로 쉽지만 깊게, 철학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삶을 해석한 인문 에세이다. "기승전독서"라고 할 만큼 독서를 강조해서 독서 에세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언뜻 보면 구성과 문체가 비슷해서 두 책 간에 차이를 눈여겨보며 읽었다.


전작이 고전에서 찾은 삶의 의미로 인생 전반의 태도를 말하는 기초과정이라면, 이번 책은 그 위에 부에 관한 건강한 태도를 재정립하는 심화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자신만의 방향을 잡았다면 '돈에 대한 혼란이나 죄책감, 욕망을 다룰 줄 아는가'하는 단계로 인생의 가치관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부'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흔히 말하듯, 그릇이 되면 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말을 어설프게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덕은 부의 바탕이 될 수는 있지만 부는 준비된 자가 쟁취하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이었다. 하늘을 올려다 본 채, 입만 벌린다고 해서 잘 익은 감이 정확히 쏙 내 입에 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전 속 부자들도 덕을 길렀지만 동시에 철저히 계산하고, 부를 설계하고, 현실을 직시했다. 부는 철학이라기보다는 기술이다. 그릇보다는 도구로 보는 관점이 지금 내게 필요했다. 그릇이 되기만 하면 된다는 건 반쪽짜리 진실이었다. 부는 따라오는 게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끌어와야 하는 거였다.


고명환 작가님의 이번 책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답을 아는 선생님처럼 전달하지 않고, 의문을 갖고 답을 찾아가는 사유의 과정을 같이 걸어가자 손 내미는 것 같았다. 다층적이면서도 깊게 사유하는 저자여서 그런지 각 챕터는 짧지만 묵직하다. 좋은 책을 만나면 늘 그랬듯, 나는 이번에도 많은 줄을 긋고 끄적이며 즐거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호리병이 아닌 대접에 담을 것"

"노자가 말했다. 찰흙으로 그릇을 만드는데,
텅 빈 공간이 있어서 그릇의 기능이 있게 된다고.
빈 곳을 흙으로 다 채우면
그것은 그릇이 아니라 그냥 흙덩어리다.
방 역시 마찬가지다.
문과 창과 벽이 있고, 그 안에
텅 빈 곳이 있어야 방이다.

돈을 벌려면 이 '텅 빈 공간'을 이해해야 한다."

반드시 빈 곳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좇는 사람은 욕심으로 입구 쪽이 점점 좁아지는 호리병이지만 돈을 제대로 버는 사람은 주둥이가 넓어지는 대접 같다. 고객을 우선으로 하고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대접 같은 그릇이다. 주둥이가 넓어지면 품을 수 있는 공간도 점점 커진다. 그릇은 점점 커지고 그 안에 돈은 저절로 채워진다. 돈의 선순환이다.


채우는 데만 급급하기 쉬운 세상. 원자는 99.9%가 비어 있고 0.1%만이 원자핵으로 이뤄진다는 사실과 노자의 공 사상을 떠올리며 인생에도 텅 빈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선명하게 새길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그릇" 개념에 끌리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부를 담는 그릇은 멍하니 도 닦는 신선이 아니라 계산하고 설계해 온몸을 움직인 도공의 작품이라는 것을. 그저 크기만 한 그릇이 아닌, 타인을 담을 넉넉함과 부를 순환시킬 구조를 갖춘 대접을 설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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