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 꼿꼿하고 당당한 털의 역사 사소한 이야기
커트 스텐 지음, 하인해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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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 많아도 고민, 적어도 고민. 다양한 형태의 길이와 여러 가지 색을 가진 것... 바로 털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특정 부위를 제외하고는 어디든 털이 난다. 털은 그저 털이지만, 털은 자라는 부위에 따라 맡은 바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런 털에 관해 쓴 책이다. 예일대에서 병리학과 피부과학을 가르친 저자 '커트 스텐'은 30년 동안 털을 연구한 털 전문가이다.


털의 역사, 털과 우리 몸의 상관관계, 털의 미학적 비극적 측면, 털을 이용한 가공식품, 종교와 예술 등 털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털의 역사에서 진화론은 빠질 수 없는 법. 먼 옛날 인류는 털북숭이 영장류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오랜 세월 거치면서 오늘날 인간이 털을 잃게 된 설득력 있는 주장은 뇌가 커지면서 온도에 민감한 뇌를 보호하기 위해 털을 상실했다는 가설이다.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도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류와 파충류의 표피는 비늘로, 조류는 깃털로, 포유류는 털이 되었다.


초기 과학자들이 모낭 연구에 주목한 이유는 양 목장과 양모 상인들의 수입과 연관되어 있었다. 상품의 생산량을 늘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연구기관을 설립한 것이 오늘날 우리 털 지식의 기초가 되었다.


털은 한 개인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과거 나폴레옹은 당시 위암 사망으로 추정했지만, 그의 시체에서 채취한 털에 다량의 비소가 발견되어 비소중독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털은 우리 몸에 흡수된 화학물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범죄학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외형에서 머리카락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 중세 시대에는 헤어스타일로 빈부와 신분 차이를 구분 짓기도 했다. 또한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죄수들의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는 것, 이는 위생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머리카락은 인간의 존엄성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은 무언의 메시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일테면 강력한 개인의 의지를 표명할 때 삭발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털의 미학적 측면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탈모, 흰머리와 대머리. 이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치료방법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인체 메커니즘의 신비이다.


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패턴과 배열에 따라 달라지는 걸까. 왜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는데 속눈썹은 1센티미터 내외로 자랄까. 모피와 양모 가공 과정. 털로 만든 예술품. 현악기와 피아노에 들어가는 활과 펠트의 역할 등등 털과 관련된 인류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과학자들의 연구분야는 다양하다. 그중 털 연구야말로 미래가 밝아 보인다. 인류의 영원한 난제 중 하나인 대머리들의 애환을 해결해 줄 획기적인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그야말로 부와 명예의 전당에 오를 터. 아직 그럴 가능성은 요원해 보이지만, 미래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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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의 밀알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왕은철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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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구기와 티옹오'는 '치누아 아체베'와 더불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응구기는 지난달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박경리 문학상을 받았다. 이 상은 작가의 국적, 성별, 연령 불문하고 작가의 신뢰도와 작품만으로 평가한다.

 

응구기와 티옹오는 1938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에서 태어났다. 정치적 탄압으로 고초를 겪기도 한 응구기는 미국으로 망명하여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 톨의 밀알>은 케냐의 식민 역사를 반영한 소설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는 1930년대부터 시작된 독립운동으로 1963년 12월 12일 독립했다. 이후 케냐에 자치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주요 권력은 영국정부 손에 있었다. 당시 사회 지배층은 유럽인들과 인도인들이었다.

 

소설은 독립기념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시작되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케냐에 백인들과 함께 서구 신문물이 서서히 들어온다. 영국에 식민통치를 당하면서 노예 비슷한 삶으로 전락한다. 그들은 빼앗긴 땅과 자유를 되찾고자 목숨을 건 독립투쟁을 벌인다.

 

당시 백인이 가진 권력을 등에 업고 마을 사람들을 잔혹하게 대하는 기회주의적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독립을 위해 지하조직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은 무고한 죽음을 당하거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영웅과 배신 사이에서 양심고백과 죽음을 맞바꾼 한 인물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프리카는 서구 열강의 오랜 식민통치를 당한 슬픈 대륙이다. 아프리카 문학은 아직 낯설지만 소설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문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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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
메릴 코머 지음, 윤진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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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 증가와 더불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늘어가고 있다. 육신보다 영혼의 사망이 먼저 일어나고 수십 번의 크고 작은 죽음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알츠하이머병.

 

뇌의 신경세포를 점차 파괴해가는 알츠하이머병은 한 사람이 평생 쌓아온 기억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모든 능력을 하나씩 앗아가는 치명적인 병이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기록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치매 어머니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을 20여 년간 보살펴 온 아내의 이야기다. '가족이란 공통된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결속하는 것인데 알츠하이머병은 그런 기억을 왜곡하고 파괴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는 태풍의 피해자와 다르지 않다.'

발병 초기 어떤 증상을 보이며 병이 진행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이 철저히 망가져가는지 알츠하이머병의 실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보건원 의학 박사인 하비는 어느 날부터 사소한 행동 변화를 보인다. 기억력에 문제를 보이기도 하고 임상소견에 대한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병은 서서히 진행되고 점차 인지능력 저하를 보인다. 진단 결과 알츠하이머병 확률이 65퍼센트로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뇌기능이 정지되어가고 정신이상과 행동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력도 감퇴되고 언어능력이 상실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존한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더 이상 배고픔과 갈증을 느끼지도 못한다. 신체가 말 그대로 폐쇄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느낌이 있고 상상력이 있고 의지가 있고 욕구가 있는 도덕체이다.'라고 올리버 색스 박사는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인간이다. 그래서 육체적 보살핌과 더불어 정신적인 보살핌도 중요하다. 아내 메릴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하비의 뇌는 한계 능력을 상실했지만 육체는 살아있는 기현상을 보인다. 메릴은 그렇게 20여 년간 <낯선 이와 느린 춤을>추었다. 하비를 보살피는 동안 그녀의 삶은 없었다.

기억은 모든 지식과 인식의 바탕이다. 만일 기억이 없다면 우리 삶은 아무 연관 없는 하나의 비연속체에 불과할 수 있다. 적당한 망각은 미덕이지만, 한 인간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알츠하이머병은 환자는 물론 보호자 모두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치료법은 없고 단지 병의 증세를 가볍게 하는 약물복용 방법 외엔 없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늘어가고 있지만 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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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 유전체 의학의 불씨를 당기다
마크 존슨.케이틀린 갤러 지음, 금창원 외 옮김, 서정선 감수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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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통제하는 것은 DNA. 여기에 모든 생명의 신비로움이 담겨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유전자 의학이라는 혁신을 가져왔다.

 

2000년 당시 한 사람의 게놈분석은 수조원의 비용과 10년이 걸렸으나 현재 천 달러, 100만 원이면 가능하다. 자신의 유전정보를 통해 각종 암, 당뇨, 심장병 등 여러 가지 질환에 관련된 확률을 알 수 있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맞춤치료가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는 원인모를 병에 걸린 두 살배기 아이가 게놈 해독을 통해 질병을 치료한 사례이다. 2011년 과학기자와 경제기자인 두 사람이 니콜라스(닉) 볼커를 오 년에 걸쳐 취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2006년 어느 날 닉의 하체에 생긴 붉은 반점이 병의 시초였다. 닉은 수십억 명 중 한 명 있을 정도의 희귀한 환자였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내장에 작은 구멍이 나타났다. 정맥 주사를 통해 영양소를 공급했다. 처음 진단은 크롬병(자가 면역질환).러나 치료는 효과가 없었고 의료진은 명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 했다.

 닉은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 봤지만 여전히 병명은 알 수 없음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면역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의사와 과학자들의 공동 진행으로 닉의 게놈을 분석했다. 결과, 32억 개의 DNA 염기서열 중 단 하나의 염기가 잘못된 염기로 치환되어 생겨난 것이었다. 이는 엄마로부터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었다. 치료방법은 골수 이식(제대혈)이었다. 4년간의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은 마침내 성공했다. 현대 유전의학이 불치병 환자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사례이다.

 

<천 달러 게놈>을 보면 현대의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사람들의 연구 진행과정과 신산업인 유전정보 서비스 산업의 다양한 사례들이 들어있다. 유전정보 분석회사 '23 앤드미' 를 비롯 여러 업체에서 현재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얘기한다.

 

예를 들면 "당신의 아이가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검사해준다"라는 자극적인 광고도 있다. 하지만 어떤 근거로 이런 분석을 하는지 언급이 없다. 유전정보 서비스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이를 왜곡하고 과대포장하고 있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게놈 해독은 의학적인 면에서 보면 질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미래 나타날 잠재 가능한 질병을 미리 알았을 때 심리적 충격 등 이에 대처하는 우리 삶을 바꾸어 버릴 수도 있다. 유전자분석 서비스가 보편화될 경우 사회적 법적 윤리적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미래에는 많은 사람이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게놈 해독은 한 개인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운명은 얼마만큼 유전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며 또한 그 정보를 안다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 생각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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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3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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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것은 대략 35억 년 전이다. 이중 어떤 것은 번성하고 어떤 것은 쇠퇴해 없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 결과 지금의 생물계가 생겨났다.

 

진화는 적자생존, 즉 자연선택의 결과이다. 적자란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연환경에 잘 적응한 생명체가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자연선택은 생물의 생존경쟁 결과 현재에 유용한 것에 작용한다. 진화 과정에서 더 이상 유용하지 않는 것은 보존하지 않으며 도태되거나 사라진다. 환경이 변하면 오랫동안 최적자로 군림했던 수많은 개체들이 교체된다. 생태계의 순리다.

 

'생태계 내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 경쟁에 진 생물 종은 생태계의 경계에서 쫗기게 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옮기든가, 아니며 종 자체가 사라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경계>에는 생존경쟁 과정에서 뭍으로 밀려나거나, 뭍으로 올라오거나, 다시 바다로, 혹은 하늘로 날아간 생물들의 이야기. 삶과 죽음의 경계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생명들의 역사가 담겨있다.

 

생물 종은 치열한 생태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의 모양과 기관, 성질을 독특하게 변화시키고 새롭게 만들어간다.

 

 

지구의 환경 변화로 인해 바다생물이 육지에 올라와서 생존하기 위한 자체 진화 과정. 광합성을 더 많이 하기 위해 가시를 이용해서 잎을 만들거나, 곤충의 형태에 맞춰 꿀을 빨기 좋거나 꽃가루를 가져가기 좋도록 진화한 식물.

 

민물고기가 아가미 이외의 호흡기관을 확보하게 된 이유. 지느러미가 변형되어 다리가 되거나, 물고기의 턱은 아가미의 일부 기관이 변형된 것.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환경에 맞게 형태를 바꿔 진화한 것은 생존경쟁에 의한 자연선택이자 오랜 진화 과정의 결과이다.

 

'그러나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인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모든 종들을 경계로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생태계를 파괴해 나가며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빠르게 생명 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그 경계를 넘어 새롭게 적응하고 살아남은 생물의 신비로움과 다양성은 점점 넘을 수 경계의 불확실함 앞에 속수무책이다.

 

오늘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다. 진화는 반복된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의 진화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미래는 예측불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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