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
메릴 코머 지음, 윤진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평균수명 증가와 더불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늘어가고 있다. 육신보다 영혼의 사망이 먼저 일어나고 수십 번의 크고 작은 죽음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알츠하이머병.

 

뇌의 신경세포를 점차 파괴해가는 알츠하이머병은 한 사람이 평생 쌓아온 기억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모든 능력을 하나씩 앗아가는 치명적인 병이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기록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치매 어머니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을 20여 년간 보살펴 온 아내의 이야기다. '가족이란 공통된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결속하는 것인데 알츠하이머병은 그런 기억을 왜곡하고 파괴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는 태풍의 피해자와 다르지 않다.'

발병 초기 어떤 증상을 보이며 병이 진행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이 철저히 망가져가는지 알츠하이머병의 실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보건원 의학 박사인 하비는 어느 날부터 사소한 행동 변화를 보인다. 기억력에 문제를 보이기도 하고 임상소견에 대한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병은 서서히 진행되고 점차 인지능력 저하를 보인다. 진단 결과 알츠하이머병 확률이 65퍼센트로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뇌기능이 정지되어가고 정신이상과 행동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력도 감퇴되고 언어능력이 상실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존한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더 이상 배고픔과 갈증을 느끼지도 못한다. 신체가 말 그대로 폐쇄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느낌이 있고 상상력이 있고 의지가 있고 욕구가 있는 도덕체이다.'라고 올리버 색스 박사는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인간이다. 그래서 육체적 보살핌과 더불어 정신적인 보살핌도 중요하다. 아내 메릴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하비의 뇌는 한계 능력을 상실했지만 육체는 살아있는 기현상을 보인다. 메릴은 그렇게 20여 년간 <낯선 이와 느린 춤을>추었다. 하비를 보살피는 동안 그녀의 삶은 없었다.

기억은 모든 지식과 인식의 바탕이다. 만일 기억이 없다면 우리 삶은 아무 연관 없는 하나의 비연속체에 불과할 수 있다. 적당한 망각은 미덕이지만, 한 인간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알츠하이머병은 환자는 물론 보호자 모두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치료법은 없고 단지 병의 증세를 가볍게 하는 약물복용 방법 외엔 없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늘어가고 있지만 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