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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 시대의 철학
김정현 지음 / 책세상 / 2018년 1월
평점 :
경제적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오늘날 세계 경제 흐름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물질문명은 풍요로워졌지만, 오히려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정신적인 빈곤을 낳고 있다.
과거에 비해 삶의 질은 나아졌지만 삶의 만족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기회의 불평등, 물질 만능주의, 부익부 빈익빈 등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불안과 만성피로를 가져온다.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피로사회, 분노 사회, 허기 사회, 불안사회, 성과사회를 넘어 이제는 소진 사회로 치닫고 있다.
소진이란 일상에서 자신 혹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탈진시킬 만큼 에너지를 소모하고 방전되는 것을 말한다.
누구를 위한 소진일까? 소진은 미덕일까? 소진은 오히려 자신의 한계까지 몰아붙여 우울증, 신경성 질환, 주의력 결핍 장애 같은 소진 증후군을 낳는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착취하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 이는 곧 자아와 정신의 붕괴를 가져온다.
시대에 따라 불안 요인은 다르다. '현대사회의 불안은 죽음과 인간의 유한성을 바탕으로 하는 하이데거적인 존재론적인 불안과 다르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의 바탕에는 정치, 사회구조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소진(burn-out)을 타자의 차원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우울증의 귀결로 본다. 이는 과도한 긴장과 과부하로 파괴적 특성을 나타낸다.
각종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다각화에서 비롯된 과잉 정보는 오히려 풍요 속의 빈곤을 가져온다. 또한 나르시시즘은 현실과 이상이 분리되어 이상적 자아에 대한 집착과 열망으로 표현된다.
부의 가치가 곧 행복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듯, 삶의 외형적 세속적 가치에 몰입하게 되면 오히려 사물에 종속되고 불안은 증폭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적 가치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이다. 이에 대해 고대로부터 근대, 현대의 여러 철학자 (키르케고르, 세네카, 칸트, 하이데거, 부버, 프로이트, 니체, 하버마스, 등)의 저서와 이론을 발췌해서 들려준다.
이 모든 철학적 관점은 결국 니체로 귀결된다. 현대인의 불안과 자아 신경증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니체 철학에서 찾는다. 니체가 말하는 고독의 침잠과 사색적인 삶을 강조한다.
'고독이란 세계와 단절된 외로움에서 비롯된 부정적이고 비생산적인 감정이 아니라 자신과 대면하며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의 조건이다.' 세네카의 말처럼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라! 진리는 인간의 내면에 있다."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삶의 최종 목적이 행복 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이 무엇이고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니체의 행복론을 요약하면,
'우리의 적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행복이란 자기 존재를 긍정적으로 확인하는 가운데 시작된다.'
철학은 우리의 모호한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를 한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삶과 죽음,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성찰이다.
저자 김정현은 니체 철학 연구자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분석하고, 니체의 철학적 사상을 비탕으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폭넓게 사유한다.
<소진 시대의 철학>은 피로와 불안이 가중되는 소진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신적 치유를 제시하는 심리 교양 철학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