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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성의 소리영어 Plus - 영어를 우리말처럼 선명하게 듣는 가장 확실한 방법
윤재성 지음 / 스토리3.0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2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제는 글로벌 시대!"라고 모두가 외쳐왔다.
그래서일까 사진일을 하면서 기업과 기관에서 진행하는 각종 세미나, 전시회, 시상식, 워크샵, 프로모션 등의 행사촬영을 가면 항상 외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몇 년전부터는 주최측에서 동시통역이나 통역도우미, 통역사회자 등을 쓰지 않고 그냥 영어로만 진행하는 세미나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이 없을 때조차 한국인들끼리 영어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결혼식 촬영을 가도 이제는 외국인들이 하객으로 온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내게도 이렇게 만난 외국인들에게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고 감사의 답메일을 받는 일은 자주 있는 일들 중에 하나가 됐다.
이처럼 글로벌 시대를 피부로 느끼고 있어서인지, 영어를 곧잘 하는 한국 사람들에게서 자극을 받아서인지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영어회화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호시탐탐 어떻게 하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어떻게 계기를 만들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이번에 '윤재성의 소리영어 PLUS'를 만나게 됐다. 우연이지만 내겐 너무나 절실했던 선물이 되었다.
제목만 얼핏보면 중국의 크레이지 영어의 한국판인가 싶지만 윤재성의 소리영어는 그와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것처럼 영어를 공부나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소리를 본질로 하는 언어'로써 접근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즉 무작정 외우고 배워야만 하는 줄 알았던 영어를 유아가 모국어를 습득하듯 체득 해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 언어의 본질은 '소리'입니다. 글은 소리를 기록하고 표현하기 위해, 즉 한참 후에나 생겨난 것이죠. 우리의 한글만 봐도 세종 25년인 1443년에 창제되었습니다. 더불어 글을 몰라도 과거 사람들은 말하고 듣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글은 단지 소리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기호에 불과한데, 우리가 영어라는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건 '알파벳'이라는 글자입니다. 영어라는 소리를 글로 배우려고 한 겁니다. 마치 음식을 입으로 먹지 않고 눈으로 먹으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76쪽)
독특하거나 획기적인 실천 매뉴얼을 자처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영어를 '언어'의 본질인 소리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강력하게 독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다만 책의 후반부에 있는 실천 방법을 빨리 읽고 싶어 조바심이 날뿐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반복강조하는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영어는 평생 배우고 연마해야 하는 학문이나 무술이 아니라 소리로 전달되는 실용언어일 뿐이다. 한 번 체득하면 모국어처럼 평생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몇 살까지 배우기만 할 건가요. 영어는 빨리 익혀서 바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평생 배울 학문이 아닙니다. 학문으로서의 영어는 학자에게 맡기세요. 여러분에게 영어는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할 실용적인 무기입니다. (44쪽)
2. 영어를 완벽하게 한다는 기준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자막없이 완벽하게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3. '듣기'가 먼저 되어야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다.
- 영어를 소리로 배워야 하는 이유는 아기가 말을 배우는 본능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말고도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소리로 습득한 언어는 오래 기억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의 고전이라 불리는 포지셔닝Positioning은 어떻게 하면 광고와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사람들에게 제품을 널리 알리고 기억시키는 방법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사람의 기억에서 소리를 통해 흡수한 정보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소개합니다.
"소리 내어 읽지 않고 시를 외우려고 해보라. 두뇌의 작업 언어인 청각 요소를 동원한다면, 글을 외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잭 트라우스&앨 리스, 포지셔닝Positioning, 을유문화사, 2006)
즉, 사람은 문자보다 소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광고를 통해 제품을 각인시키고 싶다면 문자가 아닌 '소리'를 활용하는 게 더욱 효과적입니다.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글 읽는 법을 배우기보다 훨씬 쉽다는 일반적인 현상을 통해 볼 때 소리가 글보다는 받아들이기 쉽고 오래 기억된다는 말입니다.(101~102쪽)
4. 그 동안 우리가 배운 영어공부는 이 과정이 거꾸로 된 잘못된 방법이다.
5. '듣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발음'과 '발성'의 차이 때문이다. 거기에 액센트와 호흡 효과가 더해지고 있다.
- 영어에는 사실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소리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악센트'와 '호흡'입니다.(중략) 한국어는 성대를 중심으로 목의 윗부분에서 나는 소리인 것에 비해 영어는 목 아랫부분에서 강한 악센트를 주고 호흡을 넣어 음을 끊듯이 소리를 냅니다. 동양인의 소리 내는 방식과 서양인의 소리 내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이죠.(84~85쪽)
6. 제대로 된 '영어 듣기'를 위해서는 조용한 스튜디오에서 학습자를 배려하여 또박또박 녹음한 회화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 대화가 녹아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최적의 콘텐츠이다.
7. 영어의 '발성' 원리와 액센트를 알고 '듣기'를 반복하면 어느 순간 선명하게 들리게 되며, 이후에는 어린아이가 말문이 터지 듯 영어로 말하게 된다.
8.시중에 숱하게 많은 영어 비법대로 해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한 사례는 없으나 '소리영어'로 학습하면 1년만에 귀가 열리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게 된 사례가 실재한다.
이렇게 요약되지만 각 내용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는 '조기교육의 실효성','공교육과 사교육 문제', '영어마을의 정책적 실패원인', '토익, 토플의 범람과 실체적 문제점' 등에 대한 오랜 고민과 생각을 정리하여 조목조목 이해시켜주고 있다.
그 중에서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학부모에게 많은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 영어 조기교육은 효과적일까요. 정말로 영어는 어릴 때 배우지 않으면 잘할 수 없을까요.(중략)
어릴 때 영어를 배우는 게 효과적이라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유럽 사람들은 '영어 교육의 적기란 없다'고 단언합니다. 30~40대에 영어를 처음 배우기도 하고 심지어는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배우기 시작해 단기간에 원어민과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중략)
이중언어 전문가인 하버드 교육대학원 '캐서린 스노'교수는 (중략) 모국어(제1국어)를 완벽하게 습득한 후에 외국어(제2국어)를 배우는 것이 이를 빠르게 습득하는 길이라 주장합니다. '하나의 언어에 대한 지식, 기술, 이해는 또 다른 언어를 대하고 배우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 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듣고 말하기에 실패할 것 같아요."라는 물음에는 '시기'의 문제가 아닌, '한국 고등학교의 수업 방식이 문제'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그녀는 유럽 사람들이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몇 년간 관찰한 결과, 영어를 가장 빨리 습득하는 계층은 청년층이었고, 두 번째는 장년층이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가 아이들이었는데 이 집단은 영어의 소리를 가장 빠르고 흡사하게 흉내 내지만, 어휘력이 느는 정도가 부진하고 더불어 가장 빨리 모국어를 함께 잊어버리는 특징 때문에 습득 속도가 느리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쨌든 결론은 4세든, 14세든, 40세든 영어를 배우겠다는 동기가 확실하고, 영어에 많은 시간 노출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31~32쪽)
인터넷을 보면 언론사 기자마저도 '병이 낫다'를 '병이 낳았다'고 쓰는 요즈음의 세태이다보니 내 딸아이에게는 '한국말과 한글 먼저 제대로 배우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영어조기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저자의 글에서 더욱 안도하고 확신하며 심적부담을 확실히 덜게 되었다.
저자는 목을 기준으로 윗쪽 두성으로 '발음(두성법)'하는 우리말과 목 아래 성대로 '발성(발성법)'하는 영어와 소리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성악과 판소리를 예로 들고 있다. 평소 두성으로 발음하는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연극을 하기 위해 발성법을 배우고 연마한다. 반면 평소 발성을 하는 영어권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두성법을 배우고 연마한다는 말이다.
요즈음은 노래경연대회 TV프로그램이 많아서 일반인들도 전문적인 음악비평을 수없이 많이 보고 듣게 된다. 음치인 나 역시도 노래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 목소리는 미성이다'는 것과 '그 동안 소리내는 방법을 몰랐다'고 스스로 진단할 수 있을 정도이니 저자의 이런 비유는 너무도 이해하기 쉽다.
저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hearsayenglish.com 에 들어가면 책에 소개된 예제 파일들과 맛보기의 30개 강의 자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예제 파일을 다운받아 들어보면 정말 영어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있는 저자의 '쉬운 강의'를 듣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저자가 문장을 풀어줬다고 곧바로 내가 똑같이 발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저자의 주장을 직접 확인 할 수 있어서 조금 과장하자면 전율이 흐른다.
책의 후반부에는 '소리영어'를 통해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을 쌓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다. 그 중에서 '영어에서 해방되어 행복하다'라는 인터뷰가 메아리처럼 공감되어 간다.
또 중학교 중퇴 후 '소리영어'를 1년간 거쳐 검정고시를 통해 고교에 진학한 후 영어만큼은 단 한번도 1등급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가장 쉬운 과목이 됐다는 여고생의 인터뷰도 인상적이다. 물론 홈페이지에 가면 개그맨 정종철씨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
책의 말미에는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은 30개 문장에 대한 스크립트를 싣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누구나 영어회화와 관련된 작은 경험들 몇 가지는 갖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몇 번의 일화들이 있다.
90년대 중반 학창시절, 교대역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외국인에게 콩그리쉬로 '갈아타는 곳'을 안내하면 반드시 "Over here?" 또는 "Over there?" 라고 반문하는데 이해하지 못했던 일.
백인여성이 카세트 테이프Cassette Tape 판매하는 곳을 묻는데 Cassette가 "까쓸"이라고 들려서 알아듣지 못하고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일.
복학 후 처음으로 원어민 강사의 수업을 듣다가 나중엔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로 웃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가 크게 웃었을 때 느꼈던 환희의 기억.
3년전 마카오에 출장 갔을 때 홀리데이 인 호텔에서 영어가 서툴러 예약자와 투숙자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숙박 보증금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해 입실하는데 1시간 이상 소요됐었던 일화.
체크아웃하던 날 아침, 식당에서 서빙보는 여직원이 여행가방 보관증에 대해 설명하는데 알아듣지 못하자 그 마카오 여자가 면전에서 비웃었던 일.
각 종 행사장에서 외국인과 웃으며 대화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느껴지는 선망의 감정.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로 인식되는 인도 사람들마저 세미나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자괴감.
솔직히 이 모든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각색해서 친구들과 함께 웃어 넘길 수 있다.
언젠가 내가 결혼식 촬영을 했던 신부가 미국 유학을 다녀왔거나 영어학원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하객 중 어느 아가씨가 들어와서는 신부와 영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재미교포인가 싶었는데 다른 하객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니 조선 원어민이었다.
어느 순간 신부대기실에 신부와 그 하객 그리고 나만 있을 때였다. 나를 의식한 듯 둘이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들어서는 안된다는 듯이.
그 두 사람은 내게 허세를 내게 부린 것이다. 그런데 유창하게 보이던 그 대화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부가 결혼전날밤에 긴장돼서 잠을 몇 시간 못자고 새벽같이 움직이는 바람에 아침식사도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따위 내용을 촬영기사가 알아듣지 못하길 바라며 한국사람들끼리 굳이 영어로 말했어야 했나. 혼자서 모멸감을 느꼈다. 대놓고 무시한 것 아닌가. 촬영기사 따위가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영어로 사람을 투명인간으로 만드려고 했던 것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을 보니 당시 내게 모멸감을 줬던 그 영어회화가 사실은 원어민 발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영어회화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동기가 이런 자괴감이나 모멸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이왕 영어를 하려면 원어민 수준으로 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 역시 강하다.
영어회화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이다!
드디어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원하던 영어 습득의 가장 확실해 보이는 길이 나타난 것이다.
찌릿찌릿한 미세한 전기자극처럼 오랜만에 모든 혈관부터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설렘과 의욕으로 넘쳐서 마음이 조급해지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이렇게 의욕이 넘치기는 처음이다.
기존 영어 학습법처럼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냥 열심히 하면 언젠가 향상되겠지라고 기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라도 1~2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반드시 원어민 수준으로 된다는 목표이다. 그래서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목표로 된다.
2014년을 마무리하는 12월. 2015년의 새로운 목표 하나를 선물 받았다. 정말 멋진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