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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교실 - 고대에서 현대까지 한 권으로 배우는
스즈키 히로키 지음, 김대일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용산 국제빌딩이 지어졌을 때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일곱가지 형상으로 보인다고 해서 이슈가 됐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비단 빌딩 뿐인가 싶다. 


사람이 모여 하는 일들과 조직이라는 것은 그 구성원이 사람인지라 그 조직도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니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이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살아있는 생명체에 자주 비유되는 경제문제가 그렇고, 사람이 모여서 만든 기업이라는 조직을 이끌면서 경제를 구성하는 경영에 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다양한 종류의 경영서가 동시대에 존재하기도 하며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경영기법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마인드 셋 Mind-Set수준에서 다뤄지는 경영서가 있는가 하면 매뉴얼 Manual수준에서 다뤄지는 경영서도 있다. 창업에 포인트를 맞춘 책도 있으며 말 그대로 기업의 운영에 포인트를 맞춘 책도 있다. 구성원인 사람을 중심으로 다루는 책도 있고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루는 책이 있고, 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과 시장에 대한 책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해석과 이해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 있다.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선 나름대로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드디어 그것을 실현한 책이 나왔다. 바로 "전략의 교실"이다. 경영에 관한 거의 모든 책들과 이론, 관점들을 모아 '전략'과 '경영'이라는 공통분모로 정리 한 것이다.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치열한 생존 경쟁'이라는 공통점에서 본 전략은 전쟁과 경영을 그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스즈키 히로키라는 일본인인데 역시 일본인다운 발상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편집증적인 기질이 강한 일본인이기에 어쩌면 매우 지루했을 이런 작업이 가능했을 것이다. 


손자병법부터 스티븐 헤켈까지 총10장으로 구성하여 총 서른가지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는 한 번쯤 읽어보고 배웠던 내용도 있는가 하면 처음 접하는 내용이 많다. 또 처음 접하지만 그 이론과 내용은 익숙한 것도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다.


어쨌든 경영학과 공부를 했었고, 지금도 관심이 많은 나에겐 책갈피를 하거나 갈무리를 해두고 다시 한번 들춰봐야 할 내용이 무척 많다. 


경영학과에서 처음 마케팅을 공부하면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STP와 4P가 나온다. 방통대 경영학과를 입학하기 전부터 마케팅의 기본은 STP와 4P라고 알고 있었다. 한 때 경영서들이 이 개념을 조금 더 확장하여 덧붙이는 것으로 많이 나왔으나 이젠 이러한 요소들은 완전히 기본적인 개념이기에 이 자체만을 개별적으로 다루거나 이슈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나는 정작 이 기본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더구나 그 양반이 현존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마케팅의 교과서를 만든이가 필립 코틀러 Philip Kotler이며 아직 생존 해 있는 학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내가 너무 무식한 탓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그만큼 경영전략에 관한 사전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거의 시간 순서대로 소개되는 각종 전략들 중에는 고대 전투나 1, 2차 세계대전의 사례들도 있어서 지금의 경영환경에 적용시켜 생각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라는 공통점에서 전쟁사와 기업경영의 역사를 같은 관점으로 보고 있기에 지금의 경영환경과 개념에 맞게 예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 해 주고 있다. 


실화나 일화로 회자되는 옛날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각각의 전략 이론에 얽힌 실화와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빠지지 않고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책을 읽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각 장마다 설정한 주제에 맞도록 해당 전략들을 관통하는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 해줬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가장 최근에 대두되는 혁신적 경영론들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나마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경영학과 재학생은 물론 현업 경영자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드린다. 이 한권의 책이 경영학과 교과서이다. 


또 저자가 반드시 가장 최근에 소개되고 있는 혁신적인 경영전략들도 정리하여 후속작을 만들어 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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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공공장소에서 펼쳐서 읽기엔 제목이 부담되는가? 솔직히 나는 부담이 됐다. 

결국 돈에 관해 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하고 매우 위선적이라는 반증이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한국이든 일본이든 사회적으로 돈에 대한 솔직한 담론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가 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는지 모른다. 표지와 제목을 보면 이렇게 짐작이 된다. '아~ 이 책은 돈에 관한 자기계발서군.'


놀랍게도 이 책은 소.설.이다.


물론 문학으로서의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스토리텔링 기법에 실어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소설이다.


어쨌든 소설이라고 하지만 대화형식을 빌어 온 소설이다.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살려 두 명의 등장인물의 대화로 풀어낸다. 전통적으로 사람은 대화를 통해 많은 정보를 교류 해왔다. 스토리 텔링이 중요한 이유이며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아마 이 책의 내용을 자기계발서 형식으로 썼다면 분명히 400쪽은 족히 넘었을 분량이다. 소설이었기에 200여쪽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보인다.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 모든 정황과 상황, 조건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보면 작가가 소설의 형태를 빌어 오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에 대한 작가의 배려이자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한 때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빌 게이츠가 복도에 떨어진 100달러를 보면 주워야 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초당 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에 100달러를 주으려고 허리를 숙이는 시간에 100달러보다 더 큰 수익을 잃는다는 것이다. 


남의 곳간의 재보를 밤낮으로 헤아려 본들 단 한푼도 내 것이 될 수 없음에도 이렇듯 우리는 부와 돈을 말할 땐 자주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를 말한다. 


이 책의 장점은 돈에 관해서 바로 내 주변에서 실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준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사업실패담을 말하는 내용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자영업자를 비롯 해 일상을 사는 우리들의 공감을 충분히 끌어 내고 있다.


어쩌면 도산 후 3억원의 빚을 떠 않은 채 이혼까지 당한 남자가 겨울날 햇볕 좋은 공원에 나와 소일없이 그냥 하루를 보내는 설정 자체가 현실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네."(32쪽)라고 시작하는 노인의 충고는 부자는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소비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돈을 더 냄으로써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을 사는 것'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돈에 대한 우리의 몰지각한 상식을 조금씩 깨준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거든"(41쪽)

"10억원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실제로 10억 원을 갖게 되면 절대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네."(48쪽)


라고 누구든 나이 먹으면서 깨달아 갈 수 있는 것들도 콕콕 짚어준다.


탁월한 부분은 화폐와 신용의 발생 원리를 설명 해 주는 부분이다. 


"돈의 역사란 '신용의 역사'와도 같아. 경제가 처음 성립되었을 땐 사람들은 물건만 믿었어. 이른바 '현물'이지. 눈앞의 물건과 물건을 교환함으로써 경제가 성립될 수 있었다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어. 경제에 시간 관념이 들어갔기 때문이야."(57쪽)


"물건과 신용이 처음으로 거래된 거야. 시간의 개념 다음에는 지역의 개념이 들어갔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마침내 어디서든 가치가 인정됨과 동시에 유통 비용이 낮은 '금화'가 발명되었어."(58쪽)


간혹 뉴스에서 접하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나 금리인상 뉴스는 별개로 하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복리의 마술'이라거나 '72의 법칙'이라거나 '돈이 돈을 번다' 또는 '돈은 스스로 일한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금리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 책에서는 "부채는 재료, 금리는 조달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거지."(98쪽)라며 부채와 금리에 대한 기존 인식마저 살짝 바꿔 준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부자들과 성공한 투자자들만 아는 비밀일지도 모른다. 


몇 해 전 발표되어 많은 논란을 낳았던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대정신' 파트3를 보면 금리가 화폐보다 먼저 발생했다는 것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즉 물물교환 시기부터 금리는 신용이라는 가치와 함께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으나 화폐는 나중에 생긴 것이다. 여기서 금융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즉 화폐는 영원히 금리를 추월할 수 없으며 모든 화폐에는 액면가 뒤에 숨어있는 금리 즉, 부채가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어렵게 이해하고 나니 왠지 억울하고 화가 났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돈도 결국 자원의 일종이 아닐까라고. 즉 내가 사는 동안 잠시 빌려 쓰고는 죽을 때 돌려주고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정주영회장이 타계했을 때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북한에 소떼를 끌고 간 양반도 저승 갈 때 돈은 못 가져갔다고.


지금 생각 해 보면 인간의 욕심과 소유라는 측면에서 보면 돈을 못 가져 간 것이 맞겠지만 돈이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능력 껏 빌려 쓰다가 다시 돌려주고 간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것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증명하고 정리 해 준다.


"돈에 소유자는 존재하지 않아. 전 세계에서 돌고 도는 돈은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그 사람의 수중에 있는 거야. 원래 소유할 수 없는 걸 소유하려 하기 때문에 무리가 발생하는 거고. 그래서 돈을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걸세. 부자들은 돈을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용하고 있어."(105쪽)


지면에 미처 다 옮기지 못한 더 많은 충고들과 개념정리들에 이어서 노인은 다음과 같이 결론낸다.


"'돈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 가져온다'고 했어. 돈은 세상을 순환하는 흐름과도 같아. 흘러가는 물을 일시적으로는 소유할 수 있어도 그걸 언제까지나 소유하지는 못하는 법이지. 그래서 부자라는 인종은 돈을 반드시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빌려주거나 투자하려고 들어. 그때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관건이야 (중략) 그래서 부자는 자신의 돈을 반드시 그 금액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거야.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라네."(199쪽)


그래도 소설의 형태라 그런지 마지막엔 잔잔한 반전으로 마무리한 이 책은 이어지는 저자의 에필로그를 통해 "돈이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다."(222쪽) 라고 명확하게 정리한다. 


또  "누구나 평생 함께 어울리게 되는 돈. 의무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돈의 교양'을 올바르게 깨우치고 양성하는 것이 여유로운 인생을 만들 뿐 아니라 더 나은 인격을 형성시켜준다. 이 책이 그런 흐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223쪽)라고 이 책의 목적을 말한다.


이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우리 모두 누구나 집착할 수 밖에 없는 돈이지만 정작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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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세계사 -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
김동환.배석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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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청취자 사연에 담당 작가가 라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농담을 섞어 이렇게 답했다.


"라디오 작가는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얇고 폭넓은 지식이 더 유용해요.(웃음) 마치 지구를 덮을 정도의 얇고 넓은 습자지 같은 지식일수록 좋아요.(웃음)"라고. 


우스갯소리지만 '풍부한 상식'을 라디오 작가의 주요 요건으로 말한 것이리라.


내가 전기공학과에 처음 입학했을 때 느꼈던 학과에 대한 자긍심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전기없이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금속의 세계사'라는 이 책을 보고 나니 전기뿐만 아니다. 금속이 없으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전기마저도 만들고 쓸 수 없다. 금속이 인류 역사와 함께 한지 오래돼서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은 또 라디오 작가들에게 좋은 먹이가 될만한 책이다. 금속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정말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신화와 성경에서 시작하여 역사, 고고학, 환경문제, 경제문제, 스포츠, 영화, 화학, 물리학 등 다양한 보따리를 풀어주고 있다. 더구나 재미있다. 그렇다고 깊이나 전문성이 천박한 것도 아니다. 라디오 작가에겐 금상첨화다.


이 책에서 시간대별로 순서를 지키는 것은 인류가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한 금속의 순서 밖엔 없다. 구리부터 납, 은, 금, 주석, 철, 수은을 각 장으로 하여 순서대로 배치하고 각 금속과 깊이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을 재미있게 이야기 해 준다. 


가장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이라는 명확한 증거에 근거하여 최초 사용 시기를 추적해가는 점은 저자들이 갖추고 있는 학자적 소양이다. 반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가는 것은 라디오 작가적 기질이라고 하겠다. 이런 기질을 숨기고 연구원을 하고 있으니 누구보다 저자 본인들이 더 근질거릴 것 같다.


- 비소에 열을 가하게 되면 독성 증기가 나와 저승길로 이어진 무지개다리를 놓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 위험하지 않은 주석을 구리 합금의 재료로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150쪽)


- 나폴레옹은 11월 21일, '베를린 칙령'을 선포했다. 이는 중2병으로 마음 복잡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학생들이 사회 시간에 배우는 세계사 용어 '대륙봉쇄령'의 또 다른 명칭이다. (162쪽)


이쯤되면 누가 라디오 작가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기술하는 역사책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제목을 보고 문체가 논문처럼 딱딱하고 약간은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 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1장 구리에서 지적 풍요로움을 느끼며 사치를 누렸다면 2장인 납에 가서는 깜짝 놀랄만한 생활상식이 덮쳐온다. 납의 맛이 달달하다니.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나폴레옹이 러시아정복에 실패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주석 때문이었고, 거의 동시에 남극탐험을 시작한 아문센과 스콧의 운명을 가른 것 역시 주석 때문이었다는 것. 또 수세기에 걸쳐 어떤 연금술사도 만들지 못했던 금을 - 물론 가능성뿐이지만 - 수은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영화 '두사부일체', '말죽거리 잔혹사'의 모티브와 배경이었던 상문고등학교. 

내 모교다.

그 문제의 사립이었던 상문고 재학시절 화학선생님의 성함이 신수호선생님이셨다. 학기 초 첫 수업에서 영어식으로 당신 이름을 '수호 신'이라고 소개하시고는 '내가 너희들의 화학의 수호신이 되겠다. 시키는대로만 따라와라.'하셨다. 그래서일까 나는 주기율표를 죄다 외우고 과목 중에 화학만큼은 자신만만했었다. 

그랬지만 수은으로 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납이 달달해서 아이들이 계속 입에 물고 빨다가 쉽게 삼킬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 외에도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는 고고학적 유물 발굴 이야기, 신라금관이 갖는 세계적 의미, 올림픽 금메달 이야기, 수은 중독과 축적에 관한 구체적인 사건 등 많은 이야기들이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 단지 하나의 금속을 주제로 자유롭게 펼쳐진다.


일전에 읽었던 진취적 관점을 가진 '보스포루스 과학사'라는 책처럼 금속 중심의 과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역사책으로만 짐작했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와 상식이 가득한 인류사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에필로그를 통해 이 책의 주제와 목적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이 책을 통해 문명의 탄생부터 오늘에 이르는 금속의 세계사를 알고, 주변을 치밀하게 둘러싼 금속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도 함께 알게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삶 속 금속에 조금 더 주목할 수 있다면, 앞으로 금속과 어떤 역사를 만들어 나갈지 조금이나마 고민할 계기를 마련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261쪽)


책을 덮고 나면 저자들의 이러한 목적이 달성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과 역사를 이토록 재미있게 써줘서 고맙다.



얼마 전 TV에서 영화감독 박찬욱감독을 인터뷰했었다. 힘들게 작품을 만든 후 어느 순간이 가장 보람차고 행복하냐고 묻는 질문에 '아내에게 칭찬받았을 때'라고 해서 기억이 남는다. 세계적인 거장도 소박한 가족의 품안에서 행복을 느낀다니 일반인도 공감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운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애처가인 듯 보이는 이 두 저자도 감사의 글을 통해 아내에 대한 인사를 잊지 않는다.


- 끝으로 원고 집필 동안 현명한 조언과 다양한 자료 수집으로 책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준 평생의 동료이며, 친구이자, 선생님이기도 한 사랑하는 아내 김윤정에게 한없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광화문에서. 김동환. (278쪽)


- 끝으로 사랑하는 두 아들 지훈이와 진우의 엄마이자 사랑하는 아내인 박미숙에게 한없이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안산에서. 배석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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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3.0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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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공부를 잘 했던 학부모도, 공부를 못했던 학부모도 공통점이 있다. 자식에겐 한결같이 '공부하라'고 강요하면서 학생 본인보다 학업에 더욱 집착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일면이다.


그러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식상한 표현과 비슷한 선상에서 학교에선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거나 학교공부와 내 꿈은 다르다는 말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학생도 있기 마련이다. 반면 안타깝게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생각하지 않는 학생도 많다. 언제나 부모가 판단 해 주었기 때문에.


만약 학교도 가지 않고 춤 연습만 하는 조카녀석에게 공부 얘기를 꺼냈다가는 십중팔구 가수되는데 공부와 대학은 필요없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한편으론 수긍되기도 하지만 그 철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부족한 경험에서 나오는 서투른 자신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더구나 자기의 미래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 학생이 이들 중에 숨어 있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어른이라는 나도 딱히 이렇다할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혼자 되뇌이는 말이라곤 '너도 학교 졸업해서 사회생활 해봐라'정도이다. 


학교를 중퇴하고 성공한 가수, 운동선수, 예술가들이 매체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종용할 때조차 학부모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래도 학교는 졸업해야지...'정도 이다.


이미 기성세대인 우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다음 세대에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해봤던 학부모라면 반가워 할 책이 출간됐다.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힘들게 학창시절을 관통하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지만 그에 앞서 고민하는 학부모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으로 힐링을 받는 사람은 학생들보다도 오히려 학부모들이 아닐까 싶다.




아, 이렇게 편파적으로만 말하면 학생들 입장에선 '책 제목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또 공부하라는 책이 나왔구나'라고 선입견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 동안 부모님조차도 공감해 주지 못했던 내 마음을 귀담아 들어주고, 수고했다고 다독여 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같이 울어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정말이지 막연하기만 했던 공부에 대한 모든 것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니 어차피 공부하지 않는 시간 중에 편한 마음으로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 이 책을 읽고 그냥 마음만 바꿔 먹으면 되니까.


- 난 학창시절에 어지간히 공부를 안했었나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구구절절이 가슴을 후비고 들어와 밑줄 긋게 만든다.



프롤로그에서 "저는 믿습니다. 그 누구라도 '공부하는 이유'를 붙들고 고민하다보면 틀림없이 '공부할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요."라고 말하는 저자는 처음부터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서의 심리상태를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 공감으로 마음을 열어간다. 그리곤 간절하게 호소한다.


- '진짜 나'에게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주세요. 뜨거운 힘 한번 발휘도 못해보고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굳어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내가 나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 (24쪽)


-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27쪽)


이 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공부는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2. 공부 자체는 마음을 단련시키는 과정이다.


이것을 기성세대인 학부모가 모를리 없다. 오히려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니 자꾸 훈계하려 들고 강요했던 것은 아닐까. 반면 학업에 곤란을 겪는 학생들에겐 이것은 추상적이고 막연하기만 할 것이다. 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결국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인데 저자는 고백과 체험, 공감과 격려를 도구로 사용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바로 앞에서 강의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다정하고 친근한 말투이다. 저자의 진심이 말투에도 녹아 있다. 누구나 거부하는 '훈계하려고 덤비는' 말투가 아니다.


모두 4개 파트,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파트는 저자의 고백과 함께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주제를 먼저 던진다. 공부는 마음을 다잡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그리곤 마음 다지기, 마음 키우기, 마음 붙잡기를 각 파트의 제목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는 내용과 부합하는 명언을 2개씩 싣기도 하였는데 분류된 소제목과 더불어 촌철이 된다. 각 장의 마지막 문장은 반드시 '나는 믿습니다.'로 시작하는 격려의 말도 빼놓지 않고 있다. 


각 파트가 시작되는 페이지와 각 장의 끝에 Beyond Story라는 별도의 마무리 페이지를 통해 내용과 연결되는 감명 깊은 이야기들을 실어두어 읽는 이의 감성에 진한 자국을 남긴다. 

저자가 오래 전부터 구상하여 8년만에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그 구성에도 빈틈이 없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천천히 조금씩 나누어 읽으라고 조언한다. 공부하는 틈틈히 한 장章씩 읽어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받은 자극에 당장 결심을 하여도 사색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단기적인 이벤트로 끝나리라 우려하는 것이다. 


고민을 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색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마지막 13장의 부모님에 대한 내용은 가슴 뭉쿨하게 만들고 이어서 에필로그에서 소개된 저자와 스승과의 인연은 감동하게 만든다. 그렇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뜨거워진 가슴을 느낄 수 있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는 중년이라 그런지 하마터면 눈물까지 흘릴 뻔 했다.


예전에 어느 고고학자가 신석기시대 동굴 벽화에서 상형문자를 해석하니 '요즘 애들 버릇없다'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어느 시대나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것이다. 


쌍팔년도 이등병이나 병아리를 상징하는 노란색 어깨견장을 차고 있는 21세기 이등병이나 힘들다는 마음의 무게는 똑같다. 


마찬가지로 신석기시대 젊은이나 지금의 학생들이나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사색의 깊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요즘 애들'이라고 치부하며 '나 때는...'이라고 비교하기 전에 이 책의 저자처럼 학생들을 고뇌하는 '한 사람'으로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브라이언 트레이시나 스티브 코비 같은 자기계발 전문가를 대학 졸업 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들의 책을 보면서 '이런 책들을 일찍 접했더라면...'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드디어 이런 청소년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나중에 내 딸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가능하면 많은 학생들이 이 책을 접하고 단지 성적만 좋은 인간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가슴이 따뜻한 인재로 성장 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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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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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시詩처럼 짧디 짧은 책이지만 따뜻한 감성과 함께 사색을 향한 입구로 우리를 안내 해 준다. 


같은 고양이과科 동물인 호랑이와 고양이(고기잡이 살쾡이)가 등장하는 그림동화다. 자칫 평범할 수 있었지만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와 반대로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로 이야기를 전개시켜간다.


동화 속에서 호랑이와 고양이는 각자의 이유때문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한다. 

호랑이는 첫째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가 놀라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로는 호랑이라는 정체가 탄로 나서 서커스단에 잡혀가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고양이가 되기로 한다.

반면 고양이는 자신이 나약한 존재라고 느낀 나머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호랑이라고 믿어버린다.


호랑이든 고양이든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출발점은 '두려움'이지만 목적은 다르다. 호랑이의 목적은 '배려'이고, 고양이의 목적은 '경쟁'이다.


고양이인 척 호랑이는 타고난 재능과 본성을 숨기기 위해 다른 능력을 개발할 줄 아는 노력가이자 진정한 능력자이다. 반면 호랑이인 척 고양이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곤 남다른 능력만을 동경하며 허황된 꿈을 쫓는 이기적인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파트2로 들어가기 전에 소개된 마크 트웨인의 격언이 '호랑이인 척 고양이'를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열다섯 가지 재능으로 칭찬 받으려 하기보다, 갖고 있지도 않은 한 가지 재능으로 돋보이려 안달한다. - 마크 트웨인]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교훈을 주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각기 다른 삶을 사는 호랑이와 고양이가 친구가 되어 서로 배려하고 돕고 성장한다는 점에 있다. 즉 '관계'라는 키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각자 다르지만 같은 고양이과 동물이라는 점은 근원적으로는 차별없이 한 뿌리임을 비유한다. 우리는 각기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기답게 가능성을 열어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작가는 노트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제를 직접 말해 준다.


[이 이야기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든 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 버드폴더's Note


직선으로 달리는 짧은 이야기 속에 작으나마 반전도 있으며 이야기의 전개도 자유롭다. 짧고 예쁜 이야기를 어찌도 이렇게 빈틈없이 구성했는지 또 예쁜그림으로 그렸는지 감탄 할 뿐이다.

수묵화 기법으로 그린 그림은 한국적 정서를 옮겨놓은 듯 따뜻하고 다정하다. 특히 호랑이의 얼굴은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과 비슷하여 친근하다. 정겨운 그림과 단순한 줄거리로 유아도 함께 볼 수 있는 그림동화책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분명 나와 같은 어른들일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따뜻한 차 한잔 같은 그림동화책에 마음도 따뜻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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