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
량셔우쭝 지음, 김영수. 안동준 옮김 / 김영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千古文人俠客夢 : 자고로 협객을 꿈꾸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무명시인」

'동방불패_東方不敗'가 무림비급 <규화보전_葵花寶典>을 익히고는 "동쪽에서 해가 뜨는 한 패배하는 일은 없다!"라며 큰소리친 이후 수 많은 초급중급고급 협객들이 너나우리할 것 없이 찾아 헤맨 무림비급이 또 한 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역사이래 중원에 발을 내디딘 모든 고수들의 초식이 한 점 누락된 것 없이 몽땅(?) 실려 있다는 <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
'2천 년의 무협역사를 담은 최고의 무협 백과전서!'임을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이 책은 중국 전통문화 연구가이자 무협소설 평론가인 '량셔우쭝'이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중국의 전통문화를 되새길 목적으로 중국문화의 대표적 코드라고 할 수 있는 무협소설의 역사를 돌아보고 있는데, 중국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무협소설의 까마득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최초의 '유협자객_遊俠刺客'이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가히 무협소설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유협열전_遊俠列傳>이나 <자객열전_刺客列傳>이 실린 한나라 시대 '사마천_司馬遷'의 <사기_史記>에서부터 남북조 시대에 유행했던 기이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는 '지괴소설_志怪小說'의 등장 이후 비로소 무협소설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두광정_杜光庭'의 <규염객전('연개소문'이라는 설이 있는 그 인물!)> 등의 '전기소설_傳奇小說'이 나타나게 된 당나라, 그 뒤를 이은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를 줄줄이 거치면서 무협소설의 '극성기'로까지 일컬어지는 1930~1950년대까지의 중국대륙 내에서의 본격 무협소설과 1950년대 중반이후 홍콩과 대만에서 새로이 등장한 '신파 무협소설'의 계보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동시에, 일찌기 무공을 연마하여 오랜 세월 중원을 주름잡았던 절대고수 또는 혜성같이 등장해 한때나마 중원에 손자국발자국을 남겨 놓았던 방랑협객과 같았던 무수한 작가와작가와작가들의 배경과 숨은 얘기 + 그들이 초식 삼아 눈부시게화려하게신비롭게 펼쳐 보였던 각종 작품과작품과작품들 + 때론 실존 인물이기도 했고 때로는 순전한 가공의 인물이기도 한 작품 속 주인공과주인공과주인공들 +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사용했던 각종 무공과무공과무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두루두루 주절이주절이주절이 소개하고 있는 등 실로 어마어마어마한 자료가 들어있기에 이제 막 무협소설에 관심을 기울이려는 수련생들은 물론 정파/사파를 막론하고 세갑자 이하의 내공을 지닌 독자들이라면 중원으로의 성지순례에 반드시 지참해야할 가히 필독서라 할만함!(뭐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동방불패'가 '소림'과 '무당'을 포함한 구대문파를 거느리고 살아 돌아와도 능히 맞서 대적할 수 있을 듯~)





덧, [촉산(원제:촉산검협전_蜀山劍俠傳)], [촉산전](이상 환주루주_還珠樓主), [칠검_(원제:칠검하천산_)], [백발마녀전_白髮魔女傳](이상 양우생_梁羽生), [초류향_楚留香], [절대쌍교_絶代雙驕](이상 고룡_古龍), [와호장룡](왕도려_王度廬) 등과 같이 우리가 익히 들어본 무협영화가 모두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었고, 특히 [진가락_陳家洛(원제:서검은구록_書劍恩仇錄)], [영웅문_英雄門(원제:사조영웅전_射雕英雄傳)], [신조협려_神雕俠侶], [의천도룡기_倚天屠龍記], [천룡팔부_天龍八部], [소오강호], [동방불패], [동사서독_東邪西毒], [녹정기_鹿鼎記] 등은 전부 김용_金庸이 원작자!

덧덧, 부록으로 실린 '한국 무협소설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1960년대에 중국 무협소설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군협지_群俠誌(원제:옥차맹_玉釵盟)> 등으로 명성을 떨친 '와룡생_臥龍生'의 작품을 비롯한 번역무협의 시대를 거쳐 금강, 사마달, 야설록, 서효인으로 기억되는 1980년대의 국내 창작무협 1세대와 그 뒤를 이어 용대운, 좌백 등이 활약했던 1990년대의 창작무협 2세대, 그리고 신무협의 기수로 불리는 전동조, 검류혼 등이 등장한 2000년대까지의 국내 무협작가와 출판계 상황 등을 돌아보는 한편, 한시절을 풍미했던 대표작가 및 출판사들의 무분별하고 비양심적이었던 출판 관행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무협소설의 앞날에 대해 3세대 작가들한테 거는 자그마한 기대감과 함께 '판타지'물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는데 글쓴이는 다름아닌 '금강'이다...

덧덧덧, <판타스틱> 10월호에서도 소개하고 있듯 국내에서는 4대 무협작가로 '양우생', '김용', '고룡'과 더불어 '와룡생'을 꼽고 있는데 정작 홍콩, 대만 등지에서는 '와룡생'대신 '사대명포_四大名捕'로 유명한 '온서안_溫瑞安'을 4대 무협작가에 포함시킨다고 함.(국내에서 '와룡생'을 꼽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중국 무협소설이 처음 번역되면서 소개된 작가가 '와룡생'이었는데 그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다른 작가의 작품까지도 '와룡생'이란 이름을 달고 출간될 정도였고, 당 소개된 '김용'의 작품도 있었으나 '와룡생'의 외공에 일초식도 못 버티고 맥없이 무너졌다고 함.)

덧덧덧덧,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한테 깜짝 놀란 동시에 의외이기도 했던 것이 무협영화는 제법 봤다고 자부하는데 정작 활자로 된 무협소설은 단 한 편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것...;;;
그런 까닭에 처음엔 '김용' 작품중에서 뭐든 한 편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노라니 생전 듣도보도 못한 작가한테 계속 관심이 갔으니 그는 바로 천하의 '김용'조차 한 수 아래에 둘 정도로 저자가 높이 평가하는 작가로 영화 [촉산]의 원작인 <촉산검협전_蜀山劍俠傳>과 <청성십구협_靑城十九俠> 등을 쓴 '환주루주'!('이수민'으로도 알려져있으나 본명은 '이선기_李善基')'
'신마검협소설_神魔劍俠小說'의 대표격인 <서유기_西遊記>와 <봉신연의_封神演義>를 능가하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작품을 쓴다는 그는 박진감 넘치고 유려한 문장을 잘 구사하며 특히 풍경과 대상물의 묘사에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다고 하니 추후에라도 무협소설을 읽게 된다면 반드시 읽어보고 싶을정도이다.(놀랍게도 <촉산검협전>은 이미 두 번이나 번역출간되었는데 지난 1993년 '독서당'에서 <촉산기협>이란 제목으로 1, 2부 각 다섯 권씩 출간됐었었고, 2001년 영화 [촉산전]개봉시 '세교'에서 일곱 권짜리 <촉산전>이 출간됐었음~)

덧덧덧덧덧, 이 책은 1990년대 초반에 한 번 출간되었던 것을 사진자료와 문장, 내용 등을 보완/수정하여 개정판으로 재출간한 것으로 초판본이 <무협백과_武俠百科>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는 얘기가 있으나 확인할 길이 없음. 만일 제목이 바뀐 상태로 재간되었다면 아무리 개정판이라 할지라도 당연히 이를 밝혀야 할 터, 다른 책인줄 알고 또 구입한 독자도 한두 명은 있지 않을까 싶다.(나야 뭐 알고도 또 구입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니 할 말 없지만서도...;)

덧덧덧덧덧덧, 책임역자 '김영수'는 사마천의 <사기> 연구를 통해 중국 역사와 문화 알리기에 힘쓰고 있는 재야역사학자 겸 중국문화학 전문가로 지난주까지 교육방송에서 EBS기획시리즈로 방송하고 있는 김영수의 사기_史記와 21세기를 진행하기도 했음.

덧덧덧덧덧덧덧, 끝으로, 중국의 '손리_孫犁'라는 학자가 신파무협소설의 열기에 대해 "비정상적이고 후퇴적인 현상이며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현상으로 국내외의 저질 취미와 기호에 영합한다."라며 비난했다고 한다. 아마 무협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채 그저 막연하게 '천박하고 허황되며 별 의미없고 황당무계하기만 할 뿐인 수준이 낮고 형편없는 이야기'라는 의미로 얘기한듯한데 이런 비판/반응에 대해 저자는 '무협작가들도 방대한 지식과 학문적 소양을 지니고 있음'을 수시로 거론하고 있는데다 제2장의 '무협소설에 나타난 과학성'에서는 무협소설이 비록 상상력을 바탕으로 지어낸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작품속에 등장하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무공들이나 자연현상에 대한 사실적 묘사 가운데에는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가 있는 것도 있음을 강조하며, 절대 무시하지 말란다.
자,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세상에, 아니 전 우주를 통틀어 SF만한 것이 어디 또 있던가? 그 누가 <라마와의 랑데부>같은 작품을 '비정상적' 내지는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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