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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오리진 - 우리 인생에 더하고 싶은 1cm를 찾아서 ㅣ 1cm 시리즈
김은주 지음,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20년 5월
평점 :
나이 듦의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는 예전 같지 않은 몸과 달리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젊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인생의 전성기인 20대일 건 뭐람. 그리고 그 부조화는 오늘도 어김없이 생뚱맞은 우울함 혹은 쓸쓸함을 선사하곤 홀연히 떠나버린다.
이유야 어떻든 이렇게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면 여행을 떠나거나 오래된 영화를 찾아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에세이를 찾게 된다. 그런데 마침 때를 맞추기라도 하듯 찾아온 김은주 작가의 <1cm 오리진>. 2018년 <기분을 만지다>와 2019년 <너와 나의 1cm>를 통해 딱 적당한 깊이의 감성으로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곤 하던 작가이기에 망설이지 않고 만나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1cm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겐
1cm만큼의 ()가 더 필요하다.
'독보적인 베스트셀러 1cm의 귀환'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타난 <1cm 오리진>. 2008년 처음 카피라이터 특유의 신선한 발상과 재치를 선보였던 <1cm>와 2014년 개정증보판 <1cm 첫 번째 이야기>를 2020년의 감성에 맞게 새롭게 수정·편집해서 재탄생시킨 책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미 2008년, 2014년에 1cm를 만났던 분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때의 향수와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도 될 듯하다.
나중에 출간된 책부터 만났기에 김은주 작가를 거꾸로 만나고 있는 나. 그럼에도 처음부터 이건 딱 김은주 작가의 글이다 싶었다. 작가는 어떻게 알았을까? 마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묻는 듯 시작하는 책. 역시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나 보다. '인생이 흥미로운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의외의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라니, 뻔한 위로일망정 한편으론 원하는 대답이 이거였나 싶기도 하다. 이러니 시작부터 책장을 쉬이 바쁘게 넘길 수가 없다. 분명 누군가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삶은 달걀이 왠지 측은하기도 하다. 넌 왜 다른 아이들처럼 생명을 품고 태어나질 못하니!
겨우 넘긴 다음 장~ 요즘 내 마음을 딱 꼬집는 듯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말한다.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익숙한 것은 사랑받는다.'라는 문장에서 정말 그런가라며 따지다가 어느덧 위로를 받고 있다. 분명 여백은 많고 글도 짧은데 또 넘기질 못한다. 심각하지도 않은데 이 짧은 글은 한 시간짜리 드라마처럼 나를 붙잡는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 숨은 1cm를 발견할 수 있는 책
이렇게 길지 않은 책을 마치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처럼 온종일 읽었다. 그러고도 마무리는 영화 같아서, 앞으로의 나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크레디트처럼 올라가는 듯했다. 마흔 넘어서야 그러질 못했던 내 인생을 후회하며 인생 모토로 삼기 시작한 'Love Myself'. 어쩜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걸까.
"지나간 사랑을 통해 배운 것들은 새로운 사랑을 통해 실현된다."
그제서야 이 책이 11개국에 출간했던 베스트셀러 에세이라는 것이 더욱 실감 났다. 카피라이터다운 짧은 글에 위트, 재미, 감동을 가득 담고 또다시 새롭게 찾아온 김은주 작가의 <1cm 오리진>. 2008년의 <1cm>를 알지 못하기에 얼마나 달라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역시 김은주 작가구나 싶었던 책이었다.
'백지 위에 어떤 것을 해도 된다. 단, 그것이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곳곳에 페이지를 접고, 그림을 그리고, 뒤집어 보는 재미를 숨겨두었다는 작가. 그 때문인지 절대 가볍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책. 덕분에 적당히 가벼운 마음 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세이 <1cm 오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