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도 우왕좌왕했다 - 답을 찾지 못해 불안한 당신에게 호빵맨 작가가 전하는 말
야나세 다카시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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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지 못해 불안한 당신에게

호빵맨 작가가 전하는 말


나이 마흔에는 방황하지 않을 줄 알았다. 뭔가 이루진 못하더라도 그냥저냥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마음만은 편안한 삶이 주어질 줄 알았다. 서른을 넘어서면서 마흔을 넘어선 지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힐끔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목격한 그들의 모습에 내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그러다 어영부영 만난 나의 마흔은 사춘기 저리 가라였다.


​이렇게 힘든 마흔을 지나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마흔에도 우왕좌왕했다>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그렇게 호빵맨 작가 야나세 다카시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즐겨보던 만화는 아니었지만 성공한 만화 호빵맨(일본 원작은 アンパンマン앙팡만이다)의 작가라면 누가 뭐래도 성공한 인물 측에 든다고 여겨지는데, 그런 그도 '나는 마흔에도 우왕좌왕했다'라고 밝히고 있으니 흥미가 생겼다.


쉰 살에 시작한 호빵맨을 

일흔에 인기 캐릭터로 만든 

국민 만화가 야나세 다카시에게 

삶을 배우다


1919년 2월 6일 미숙아로 태어난 야나세 다카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부모를 잃고 큰아버지 댁에서 살았단다. 또래보다 약한 체력과 외모는 평생을 열등감에 휩싸이게 해서, 초등학생 때는 목숨을 끊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철도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공예학교를 졸업한 뒤 징병되었을 때는 두 번 다시 고국 땅을 밟지 못하리라 생각했고,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이때의 경험은 나중에 호빵맨의 주제로 빛을 보게 된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그에게 정작 원하는 만화일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림책 제작, 라디오 각본, 방송 출연 등 전업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 시(詩)에 관심이 많아서 1966년에는 시집 <사랑하는 노래 愛する歌>를 출간하기도 하고, <시와 메르헨 詩と メルヘン>이라는 시 잡지를 창간하기도 한다. 잡다한 일을 많이 하며 살았기에 금전적으로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공한 만화가는 아니었다는 야나세 다카시. 그의 나이 쉰 살에 그리기 시작한 호빵맨은 20년 동안이나 주목받지 못했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빛을 발하게 되었을까.


인생,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이런 의문은 2장 일의 운과 불운 부분과 더불어 이어지는 그의 인생철학을 읽으니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먼저 그는 운이 수동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스스로 불러들이게 되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으려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단다. 야나세 다카시 역시 싸우는 것은 그만두고 좋아하는 것, 그리고 싶은 것에 집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쉰 살이 되어서야 호빵맨을 그리기 시작했고 출간된 후에도 20년 동안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의 나이 일흔에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 끝자락이 되어서야 찾아온 호빵맨의 인기와 전성기. 20년 동안 인기 없던 호빵맨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려왔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스스로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책에는 작가의 생애와 일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정의와 선악, 희망과 기쁨, 어린이와 개성, 생명과 삶의 자세라는 주제를 통해 저자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문장은 별도로 왼쪽에 따로 싣고 있어 다시 읽기에도 편했는데, 되새김하고 싶은 내용이 의외로 많아서 저절로 여러 번 읽게 되었다.


​특히 호빵맨을 떠올리면 저절로 기억에 남고 떠오르는 것들이 많았다. 그는 악당을 쓰러뜨리기보다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고, 자신의 얼굴을 떼어내 배고픈 이를 먹이는 호빵맨처럼 자신을 희생할 각오 없이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다고 한다. 선과 악이란 언제나 싸우면서 공생하며, 인간은 결점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 자신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창피를 당하며 살았단다. 이렇게 자신처럼 창피를 당하더라도 무슨 일이라도 일단 하면 무엇인가 얻기 마련이라며, 도전하라고 한다.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즐겁다면 그걸로 되었단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안아주기 위해 팔굽혀펴기를 매일 하며 근력을 키운다는 이야기와 성공은 바라서 손에 넣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것이었다는 그의 이야기가 유난히 인상적이었고 큰 위안이 되었다.


나처럼 재능이 없는 사람은

천천히 달리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가다 보면

분명히 한 번쯤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살아왔다며, '오늘 하루 살아남았으니까. 내일도 어떻게든 살아보자'라고 말하는 야나세 다카시.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사람이었다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인생이 즐거워진다는 말로 미소 짓게 한다.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アンパンマン 노래를 되풀이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무엇을 해야 기쁜지 알지도 못한 채 끝나는 그런 것은 싫어!

何が君の幸せ何をして喜ぶ何が君の幸せ何をして喜ぶ分からないまま終わるそんなのは嫌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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