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심리육아 -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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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춘기 아이와 다툼이 잦았습니다. 제 마음 같지 않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며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독립된 한 사람으로 봐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제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지요. 자라면서 투정 한번 부리지 않던 아이의 변화는 사실 제 태도의 변화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제 한발 물러서서 아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여도 괜찮을까'라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불안감은 <아들러의 심리육아>를 만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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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작가 기시미 이치로는 철학을 전공하였고,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하였습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로,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했는데요. 이런 아들러의 철학은 기시미 이치로의 아주 쉬운 설명과 함께 이 책 <미움받을 용기>에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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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계속 길을 돌아서 올거라고 안심 하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일이 일찍 끝나서 집에 오던중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2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는데 아들은 길을 돌아오지 않고 신호등 없는 삼거리 길을 태연히 건너고 있었습니다. … 그동안 걱정했던 게 억울할 정도였습니다.  39쪽 


​사실 직접 육아를 전담했다고는 하나 아이에게 얼마나 집중했을까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제가 가진 편견이었나봅니다. 책 속의 일화들은 남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요. 아들의 첫 등교, 학교 숙제, 걸으면서 우유를 먹던 일, 실내화나 물통 등의 준비물을 깜빡하는 일, 선생님과의 상담 등 아이들과 저자의 풍부한 일화는 흥미로웠고, 때문에 저로 하여금 아이와 함께 했던 지난일들을 떠올리게 하였고 어느새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7년 반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두 아이의 육아를 전담했다는 기시미 이치로. 그는 부모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을까요.


​​칭찬도 꾸중도 필요하지 않다.

눈치 보지 않는 아이, 용기 있는 아이는 

대등한 관계 맺음에서 시작한다!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을 통해 이와 같은 말 한마디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정리합니다. 기성세대의 전통적 교육관으로 칭찬과 꾸중을 할 필요가 없으며, 자식을 독립된 인간으로 대하라는 건데요. 칭찬이나 꾸중은 상하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등한 관계 맺음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남들과 다른것을 '표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면, 부모는 아마 남들과 다른 아이의 개성을 교정해야 한다고 여길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성장에서 겨우 틔운 싹을 뽑을수도 있습니다. 44쪽


​그렇다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어떻게 교정을 해야 할까요? 걱정하는 부모들과 달리 저자는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한다고 합니다.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어쩌면 개성일지도 모른다고 하지요. 부모가 문제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문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어른의 개입여부가 달라져야한다고 하는데요. 이또한 전통적 교육관에 따른 칭찬이나 꾸중으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해답은 아이를 대등한 관계로 보고 행동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칭찬과 꾸중으로 아이를 키워왔고, 이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용기를 잃었습니다. 인생 과제를 회비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쓰거나,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만을 부각시켜 봅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는 얻기만을 바라며,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용기를 잃는다는 것은 독립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인데요. 이에 기시미 이치로는 해결책까지 제시해 줍니다. 아이들에게 용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상호존경, 상호신뢰, 협력작업, 목표일치의 방법으로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용기 부여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에게 능력이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은 적이 아니고 친구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163쪽


​어쩌면 기시미 이치로의 이런 의견에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근간에도 결국은 아이와 부모의 상하관계가 기반하고 있으며,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훌륭한 혹은 성공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자식관계가 잘못된다면 차라리 이보다는 자녀를 대등한 관계,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오히려 나은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육아, 교육의 목적이 성공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아이의 독립에 있다고 본다면 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행복한 방법이겠지요.


​존경에 대해서 에리히 프롬은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상대방을 유일무이한 존재, 즉 다른 누군가와 바꿀 수 없는 존재임을 아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180쪽


​또한 어느덧 성공만이 육아,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하게 된 세상에서 어쩌면 부모가 생각하는 성공이 아이에게는 성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필요해 보입니다. 부모가 꿈에 그리던 성공이 이루어진 순간 어쩌면 우리 아이는 불행을 느끼고 살아갈지도 모르니까요. 


이론만이 아닌 경험에 기반한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의 심리육아>. 딱딱한 표지와 달리 여느 부모교육서적보다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잊고 지내던 교육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한발 떨어져 지켜보던 부모에서 이제 대등한 부모자식 관계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도 하고 싶을때 부모는 없다고도 말하지만, 다시 한 번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고 생각해도 이미 아이는 우리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간 뒤입니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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