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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픔이 아픔을 이해하기까지
심의(心醫)
우리는 모두 마음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 누구도 정의내리지 못한다. 무엇인지 모르기에 저도 모르는 새에 병들어버리고 마는 마음을 고치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 마음을 고치는 이를 심의(心醫)라고 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마음의 병이 사회적인 문제로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도 마음의 아픔을 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심의가 되는 길은 배울 수도 없을뿐더러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병자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돌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해.”
단지 듣는 것의 힘
세풍의 치료법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특별했다. 트라우마로 인해 침을 잡지 못하게 된 세풍은 의원으로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런 와중 계 의원으로부터 심의가 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세풍은 고민했다. 심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사람의 마음을 고칠 수가 있겠는지. 하지만 세풍은 잘 해내었다. 세풍의 타고난 따뜻한 심성은 병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도록 하였다. 단지 병자의 말을 듣기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자들의 마음의 병은 낫기 시작했다.
마음의 병은 자신의 아픔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끌어안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세풍이 병자들의 마음의 병을 고치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별 것 없이, 그저 병자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모습만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 반복되는 모습 속에서 타인의 말을 듣고 아픔에 공감하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아픈 마음을 보여 주십시오. 홀로 담아두고 앓는 것보다는 한결 나을 것입니다.”
아픔을 이해하기
아픔을 가진 사람이 아픔을 가진 사람을 더 잘 이해한다. 자신이 가진 아픔의 슬픔을 알기에 타인의 아픔에도 공감하며 슬퍼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보지 못하고 타인의 아픔만을 본다. 이는 곧 자신의 마음의 병도, 타인의 마음의 병도 고칠 수 없게 하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아무도 의원님처럼 말해 주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있는 그대로의 아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을 다루지 않는다. 여성, 아내, 천민, 양반, 남편,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자 등 다양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마음의 병이 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돈이 많고 잘 산다고 해서 마음의 병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니고, 돈이 없고 못 산다고 해서 마음의 병이 드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을 괴롭게 하거나 아프게 하는 일들이 생겼을 때 그것이 말로서 되지 못하고 마음 속에만 갇혀 있을 때 마음의 병을 알리는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자신보다 좋은 환경의 누군가의 아픔이 자신보다 덜할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되며, 아픔을 비교하지 않고 그 사람의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일도 누군가에게는 큰 일이 될 수 있음을 아는 것이 각박한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픔에 귀 기울이기
자신 주변의 누군가가 말 못할 아픔을 홀로 껴안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쌍방향적인 소통이 아닌 홀로의 소통이 되었을 때 그 욕구는 마음을 병들게 한다. 나의 마음이 가진 아픔의 소리를 느끼는 것부터 내 주변의 누군가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