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새움 세계문학전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 애증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장현주 역/새움출판사]

 

순수

  주인공 요조는 부잣집 막내아들로서 남부럽지 않게 자라왔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를 사로잡은 생각, 자신의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의 행복의 관념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감과 혼자만 다르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

  이는 순수함으로 인한 무지에 대한 공포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아닌 타인의 본질과 본성을 알기 힘든 존재이며 내가 타인을 속이듯이 타인도 나를 속일 수 있다. 요조는 그런 인간의 이기심과 모호성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것이 무지 자체가 되어버리고, 공복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보통의 인간과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닐까.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

저에게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무지(無知)는 어떤 의미로 순수함을 의미한다. 선과 악, 그 무엇도 알지 못함은 백지의 상태이며, 그 순백의 공간에 대한 공포심은 인간을 향했다. 인간은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면서도 또한, 그 무엇보다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익살스러움

  요조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부적절함을 잊기 위하여 인간을 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서 술, 담배, 여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아니, 인간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요조는 알아가려는 그 시도조차 두려워하며 포기했다. 단지 그것들은 공포심과 불안을 잠깐이나마 잠재우는 약과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발목을 끌어당기는 공포로부터 도망치려는, 벗어나려는 요조의 모습은 타인의 눈에는 타락해가는 아들, 남자, 인간이었다.

  처음 요조가 자신의 공포심을 누르고 숨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익살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이 인간으로서 생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숨기고자 했던 것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놓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리 해도 단념할 수 없었던 듯합니다.

 

  자신의 익살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들켜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떨며 지내왔던 요조는 중학교 학급 친구의 일부러 그런 거지?”라는 말을 듣게 된다. 요조가 담배와 술, 여자와 마약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이보다 훗날이지만 이 한 마디가 제일 큰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언젠가는 자신의 연기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에 언젠가 막을 내릴 자신의 연기를 알고 본능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려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곧 죽음이라는 답에 다다랐던 것이다.

 

人間失格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고민하게 했던 질문이었다. 본질적이면서 철학적인 이 질문은 요조가 오랜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아간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알고 싶지 않으면서도 알고 싶은 인간이라는 존재, 인간이 무엇이기에 평범한 인간으로서 살지 못하는 것이 그를 괴롭히는지.

어쩌면 지금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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