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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평점 :
[이규연의 로스트타임]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근현대 한국사만큼, 격동의 시대를 달리는 역사는 없을 것이다.
3번의 독재정권과 민주화운동, 그리고 다시금 피어오는 독재와 불통의 시대와
그 겨울의 촛불집회, 그것은 어떤 국가의 역사나 흐름보다도 더 격렬하고,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이다.
보통,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으레, 고대와 선사시대, 중세의 왕국들을 지나
근현대의 한국사를 접어들게 되면, 어려워지고 갑갑해지는 마음을 지우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암기 부분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국의 근현대사가 가지는 시대의 아픔과
비극, 희망과 절망, 고통과 행복 등의 인간세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용광로처럼
섞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날의 역사와 사건들이 지금의 진실로 역사책에
기록된 이유는, '비록 참혹하고 추악한 진실이라도' 그것을 대면하고 기록하는 이,
바로 탐사 저널리스트들와 진정한 언론인, 역사가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30여년 넘도록, 탐사보도를 일관되게 진행하는 탐사 저널리스트 이규연이 쓴 이 책은,
현재 JTBC에서 방영되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일부분 + 저자가 탐사보도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충격적이고
참혹한 현실과 진실을 담담하게 기록하였다. 현대 한국사를 뒤흔들었던 36개의 사건들을 12개의 테마로 엮어
출판한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그날의 시간, 그리고 그 날의 알아야할 진실'들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책의 테마들 마다 표지에는, 그 테마를 관통하여 시시하는 메시지들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문구는 2가지이다.
첫째는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문구이다.
'잠든 척하는 사람', 즉 드러나는 범죄보다, 교묘하고 치밀하게 저지르는 범죄들은 그 탐사보도가
매우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문구는, 책의 뒷 표지에 나와있는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문구이다.
가장 절실하게 공감하는 부분인데, '정의'라는 것은 그것역시도 '타이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죄인이) 심판을 받아야 할 때에 받지 않고, 뒤늦게 처벌받는 것'은 너무 잘못된 것을 뒤늦게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니다'라고 뒤로 미루어둘 것이 아니라, 진정한 언론인이자 진실을 알리는 저널리스트라면
'지금 필요한 시기의 정의'가 바로 '정의'라고 생각한다.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알림으로써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언론인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소양이자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