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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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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 하나 있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주변을 둘러보고, 혼자 끊임없이 일기를 쓰고,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봐도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지는 고민이었다. 사피엔스는 그런 내 고민에 예상 외의 명쾌한 답을 내려준 책이었다.

 '일실론은 질서를 설명하지만 악 앞에서 쩔쩔 맨다. 이신론은 악을 설명하지만 질서 앞에서 당황한다. 온 우주를 창조한 전능 유일신이 악하다고 하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사피엔스에 나온 한 구절이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신박한 주장이었다. 깔끔하고 명쾌했다. 그래, 세상은 원래 악하지. 인간도, 세상도 정말 악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들이 마구 일어나. 노예제도, 죽어가는 기아들, 남의 삶을 짓밟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원래 세상이 악해서 일어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쉽게 납득이 갔다. 하나님이 선한 의도로 세상을 창조했다면 왜 이렇게 세상에는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는지, 왜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불공평한지, 모두 납득이 갔다. 그리고 오히려 인간이 기특하게 보였다. 이 악한 세상에서 악하게 태어나, 조금이라도 선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여웠다. 세상을 좀더 낫게 만들어 보려고 우리 모두는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으니까. 안 될 걸 알면서도 우리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 주장하고, 외면보다 내면이 소중하다고 말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비판하고. 본능을 거스르는 걸 알기에 더더욱 강조하고 매일 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우리 모두가 가엽고, 그렇게라도 세상에 작은 선의 뿌리라도 내려보려는 모두가 기특했다.

 인간이 발전하기 시작한 건, 없는 것을 함께 상상해내는 능력 덕분이라고 한다. 그 능력은 우리에게 자유, 사랑, 평등, 행복 등의 개념부터 종교, 경제, 돈, 정치 등의 개념까지 만들어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고 미래를 향해 달릴 수 있게 되었다.우리는 지금도 그런 관념들을 믿으며 이를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차별을 막기 위해 거리시위를 나가며 살아간다. 악한 세상에 태어나서, 가치를 믿고 지키려는 우리 모두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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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 - 1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3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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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의 끝에서 김평산과 귀녀의 음모가 발각되고, 김평산 귀녀 칠성이 모두가 처형을 당했다. 과거에는 연좌제가 적용됐는지, 그들의 가족들의 삶은 끔찍했다. 김평산의 부인은 자살했고 자식인 거복이와 한복이는 외갓집으로 쫓겨갔다. 칠성이의 부인 임이네는 마을을 떠나 살게 되었다. 평소 용이에게 추파를 던지던 임이네를 미워한 나로서는 통쾌하면서도 씁쓸했다. 임이네가 천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본인의 잘못이 아닌 일로 이렇게까지 팔자가 고약하게 꼬였다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3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여러 번 뒤바뀐다. 떠났던 임이네는 다시 돌아왔고 용이의 아이를 가지게 된 임이네는 강청댁과 더 사이가 안 좋아졌다. 나는 임이네도 용이도 밉게 느껴졌고 둘이 벌을 받기를 바랬지만, 세상은 그리 공평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마을에 역병이 돌았고 강청댁이 죽고 말았다. 평생을 한만을 안고 살다가 죽은 강청댁이 불쌍해서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졌다. 최참판 댁도 상황이 말이 아니게 돌아갔다. 최치수가 김평산에게 살해당한 후로, 윤씨부인은 집안의 기강을 잡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윤씨부인은 서희와 함께 소작농가를 돌아보기도 하며, 손녀 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그러나 마을에 역병이 돌고 윤씨부인은 죽었으며, 집안에서 기생하던 조준구가 그 틈을 타고 최씨 집안을 휘어잡는다.

 3권 내내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벌이 돌아가지 않았고, 그저 억울한 죽음들만 가득했다. 용이도, 임이네도, 조준구도 멀쩡히 살아남았다. 역병은 못된 마음씨를 찾아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저 자기 앞에 보이는 인간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3권을 읽는 내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인생은 착하게 산다고 행복이 보장되지 않고, 내가 뜻하지 않은 문제로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강청댁이 어느 날 한 서방 아래 두 아내로 살게 됐듯, 서희가 하루아침에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를 모두 잃어비리듯 말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에, '함께'로 인해 따라오는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 때로 그 대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나는 그런 사실을 상기하며,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했다. 인생에 내맘처럼 흘러가는 게 정말 적다면, 그럴수록 나의 선택이 중요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선택 자체에 의미가 있어야 겠다 생각했다. 나의 선택, 남의 선택이 몰아오는 말도 안되는 나비효과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정신을 굳건히 하고 선택한 이유를 기억해야 겠다, 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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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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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지 2권은 굉장히 급박하게 돌아갔다. 귀녀는 최치수의 첩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칠성이와 김평산과 일을 꾸민다. 최치수는 도망간 별당아씨와 구천이를 쫓기위해 강포수를 대동하고 사냥을 나선다. 사냥에서 돌아온 최치수를 귀녀가 유혹하려 하지만 최치수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귀녀는 계획을 변경해 김평산과 함께 최치수를 죽여버린다.

 2권을 읽는 내내 가장 눈에 밟힌 것은 귀녀였다.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나 부유한 삶을 꿈꾸는 그녀. 책에서는 못된 인물로 묘사했지만 내 눈에는 꽤나 멋져 보였다. 그 당시 양반가문의 노비 신분으로 태어나서 꿀 수 있는 가장 당돌한 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서 최씨 가문이 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론 귀녀가 성공하길 바라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계속 읽어내려 갔는데, 마지막을 보니 곧 계획이 탄로나고 귀녀가 죽게 될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귀녀가 대비되어 보였던 것은 임이네였다. 읽는 내내 임이네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월선이 문제로 속을 끓는 강청댁을 꼭 그렇게 괴롭혔어야 했을까 싶었다. 칠성이가 그리 좋은 남편이 아닌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임이네가 외로운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이에게 접근한 건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주변에, 자기보다 힘들게 사는 누군가의 동앗줄을 끊어버리는 행위다 싶어 읽는 내내 임이네가 천벌을 받았으면 싶었다.

 토지2에서 나는 두 여인의 삶에 집중했다. 귀녀와 임이네. 둘은 똑같이 자신의 것이 아닌 걸 탐냈지만, 나는 귀녀는 응원했고 임이네는 미워했다. 귀녀가 탐낸 최치수는 귀녀보다 높은 지위에 있고 아내가 도망가서 없는 남자다. 그집 종으로 태어나 늙어죽을 때까지 그 집에 종속될 운명인 귀녀의 삶을 생각했을 때, 최치수를 죽이지 전까지의 행동은 개인적으로 비난하기 어렵다 싶었다. 타고난 조건에 맞추어 그걸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은 너무 가혹하다고 느끼기 떄문이다. 그러나 자기보다 힘든 처지에 있는 강청댁의 남편을 뺏으려는 임이네의 마음은 비난하게 된다. 저지른 행동만 생각하면 귀녀가 훨씬 못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내가 너무 이중적 잣대로 두 사람을 평가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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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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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유명 신경외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가 환자들을 보며 써내려간 작품이다. 제목을 보고 소설인 줄 알았는데,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신경외과 환자들의 이야기였다. 올리버 색스는 오랜 시간 신경의학을 연구한 학자인 동시에 안면인식 장애를 겪는 환자였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올리버는 의사가 환자를 보는 시선을 넘어, 환자들의 삶을 철학적으로 고찰하고 심도 있게 공감한다. 그 덕에 나도 읽는 내내 환자들의 삶에 빠져들어서 우리 삶에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았다.

 

 우리 삶에는 당연한 것들이 참 많다. 당장 글쓰기만 해도 그렇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500년 전만 해도,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특권층만이 누리는 권리였다. 더군다나 인쇄술이 발달한 이후에도 여성들의 글쓰기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작가의 지위는 오랜 시간 남성들이 누려온 특권이었고, 여성들이 작가로써 자리를 차지하게 된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가 발달한 지금,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누구나 다 누릴 수 있어서인지, 우리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 특별히 여기지 않는다. 글쓰기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우리가 삶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나'의 일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른쪽을 보지 못하는 여자, 사물의 형상을 파악하지 못하는 남자, 충동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사람.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 방금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기억, 몸의 감각, 시각, 일상 등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다. '나'를 느끼는 바탕이다. 그런 내가 사라졌을 때 삶이 어떻게 될까, 정체성을 구성하는 바탕은 무엇일까 기억일까 몸일까 영혼일까,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리고 내가 너무 당연한 것이라 느꼈던 '나'조차도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가진 수많은 기억,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손이 감각, 생각하는대로 움직이는 몸 등이 내 안에 모두 존재하기에 나는 '나'일 수 있는 거였다.

 

 어린 시절, 나는 경기를 일으킨 적이 있다. 엄마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앞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발에서 쥐가 났다. 뭐지?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쥐는 발을 타고 무릎까지 올라왔고 불길함을 느끼기도 전에 온 몸을 뒤덮었다. 그건 아주 이상한 느낌이었다. 내 몸이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않는 기분.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고 몸이 뒤집히고 숨을 쉴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입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는 그 날 그렇게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고, 다행히 나는 무사히 깨어났다. 엄마 말로는 당시 나는 중환자실에 있었고 의사선생님께서 아이가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면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한다고 그랬단다.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고 싶은 말, 행동을 할 수 없는 답답한 느낌을 떠올리며 내가 '나'일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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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191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아널드 베넷 지음, 이미숙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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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다. 시간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해서 많이 기대했는데, 그렇게 좋은 책은 아니었다. 나는 단순히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라, 시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소중함, 그리고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가를 말해주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상대성이론이랑 엮어서 시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던가 그런 책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었다. 하루 1분 1초도 너무 소중하니까 제발 열심히 살아라!!!

 그리고 초판본으로 구매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번역이 정말 별로다... 그 어색한 번역투가 그대로 책에 남아있다. '그러니 지금은 부디 신문을 사서 기차에 올라주겠는가?' 약간 이런 문장들. 아예 못 알아듣겠는 건 아닌데, 우리나라 말투가 아닌 느낌의 문장. 그래서 읽으면서 몰입이 좀 안 됐다.

 나름 읽으면서 깨닫고 느낀 점도 있고 싸게 산 책이라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남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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