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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 아무책방 / 2022년 12월
평점 :
@amubooks
#협찬도서
[오늘도 짓는 생활]
어릴 적 남의 집 셋방에 살던 시절 우리 가족은 동네에서 조금 벗어난 기차가 지나가는 밑. 큰 기둥 옆. 쓸모없는 작은 땅을 텃밭을 일구고, 상추, 깻잎, 가지, 향신료 일종인 방아도 심고 텃밭 주변에는 옥수수랑, 호박을 심었다. 이 텃밭을 가꾸기 위해 고사리 손으로 많은 돌을 주워 내었고, 여름이면 호미를 들고 잡초도 뽑아냈다. 이 텃밭에서 식자재 재료를 얻었으며, 반찬값도 아낄 수가 있었다. 당시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야 했기에 엄마는 늘 할아버지의 한복의 동전을 달아야 했으며, 식사 때마다 꼭 생선을 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난 지금까지도 고기 맛을 모른다. 아버지의 적은 월급으로 할아버지와 삼촌과 우리 둘 남매를 키워시 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다. 아버지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은 회사에 노는 땅 위에도 해마다 배추와 무를 심어서고, 그것은 일부 회사 사람들과의 회식비로 쓰였고. 나머지는 우리 집의 겨울철 식량인 김장 김치와 동치미로 만드셨다. 이렇듯 땅의 결실은 농부의 흘린 땀에서 얻어지는 결실인 것 같다.
지금은 도시에서 살다, 다시 김해의 한 시골마을에 정착하면서 시골마을이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처음 시골 생활은 맑은 공기, 고요함 새소리가 들려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하나 둘 조립식 공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집 근처 담하나 사이를 두고 마주 볼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마을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것이 난감할 정도다.
"일기는 살아 있다는 증거다."
저자는 대학교를 졸업 후 농사짓는 부모님 곁에서 낮에는 농사일을 밤이면 글을 쓴다. 우연한 기회에 신춘문예 백일장에 도전하여 당당히 장원에 뽑혀 신입 작가가 되었다.
농사의 일을 할 때는 영원히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고, 자신 보다 빛나는 모든 것들에 열등감은 사실 동경이 되었다. 내가 만든 불안과 걱정의 터널에서도 계절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단 몇 줄은 일기가 편안한 쉼터가 되었고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글의 소재가 된다. 들판에 아무렇게 핀 꽃들도 저마다 다 이유가 있다. 저자의 관찰미는 농사를 짓는 일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봄에는 고추를 심고 여름엔 고추를 따고 가을엔 들깨를 베고 나르고, 겨울엔 땅이 얼기 전. 비닐을 벗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안 쓰면 녹 쓰는 기계처럼 글도 그렇다. 오늘 일기 끝에 가능이라고 적어본다.
10년째 일기는 쓰는 저자.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 20대의 일기는 쟂빛이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잉여 시간이고, 충분한 시간들을 밑바닥에서 헤매었다. 이제는 내 일기가 살아있다는 증거 임을 알았으니 작년과 올해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자연의 신비함은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시간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햇빛이 다르다. 비록 똑같은 일상 같지만 그 속에는 내가 보는 관점 뭔가가 다를 것이다. 농사짓는 일상의 평범한 기록들 같지만, 저자의 순수한 열정 넘치는 삶의 리얼 스토리가 담겨져 있어 좋았다.
나를 키운 일기가 훗날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올 것 같다. 남성희 작가님 핫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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