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
정재영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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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라는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최근 번역소설이나 현대소설에 많이 빠져있어 다양한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에 비해 토속소설을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고 외래어나 신조어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각성이기도 하다. 이소설은 예상대로 우리말을 바탕으로 충실하게 쓰인 작품이었다. 특히 여러 이야기가 묶인 단편소설집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문장도 짧고 글씨도 크고 분량도 적어 속독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바우는 두 번째로 실린 소설의 제목이다. 이 작품집은 전체적으로 삶의 생명력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었다. 새로운 관습과 시대상에 우리 본연의 정서를 강조하는 소설의 면면에는 멀게만 느끼던 현대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특히 68쪽에 '아! 바우 형을 저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가 이 작품의 주제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은 <동지섣달 꽃 본 듯이>이다. 40년 만에 고향을 찾아가면서 떠오르는 회상과 기억들이 그리움으로 번진다. 내게 용기를 주었던 선생님이며 동네 아이들, 심지어 나와 각축전을 벌이던 라이벌이며 모교 운동장들이 하나의 장면처럼 스쳐지나간다. 옛 초등학교를 방문할 때 드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문장으로 쓰되 군더더기가 없어 여운이 남는다. 단편적인 재회에 대한 이야기를 소소하게 서술함으로써 정신 없이 살던 우리에게 시사점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작품의 말미에는 2010 강원 문학상 수상 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작품이 인정받으려면 가장 먼저 대중성을 획득해야 함을 느꼈던 대목이다.

 

그리고 새삼 이 작품집에 나오는 대화들에 표준어는 거의 없음을 찾아볼 수 있다. 토속어의 묘미는 향토색 짙은 우리말로 진한 추억을 상기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될 일이다. 저자는 각박하지 않은 시골 교장으로서 작품을 통해 순수하고 인간적인 풍경, 인심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힘드나 수명이 길어 오랜 시간 두고 치유의 책으로 읽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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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소재원 지음 / 마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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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근대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일부 소설과의 차별성을 눈여겨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재원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눈여겨봤던 독자로서 그날이라는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장점은 문장의 간결성에 있다. 문장의 길이가 짧아 맥락을 이해하기에 난해하지 않으며 줄거리를 담아내기에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유려한 문장이라기 보다는 나열식으로 보여 가독성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졌다. 특히 135쪽에서 위안부를 묘사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 또한 진부한 묘사 표현의 연속이었다. 주인공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인데 여느 소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작가가 공들인 것에 비해 감동의 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줄 수 있는 시사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 당대가 보여주는 악행을 고발하는 측면에서도 이미 문학의 반영론적 성격을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부인할 수 없으니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허심탄회함들이 생긴다. 위안부라는 소재 역시 흥미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진중한 부분들이 있으니 역사적 핵심 소재를 고려한다면 이 작품을 읽어도 좋다.

 

특히 인상깊은 부분은 마지막 재회 장면이다. 영화 클래식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재회 장면은 사뭇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작품 고유의 개성은 없어보인다. 재회 장면이 가장 극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74년만에 만난 것 치고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조금 부족해 보였다. 위안부와 한센병을 다룰 뿐 그 이상의 차별성은 느끼지 못했다. 이 책과 비슷한 소설로는 <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가 있다. 이 책과 견주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적어도 묘사 측면에서는 맥락이 더 잘 풀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무거운 이야기를 명료하게 서술한 소설이라서 잘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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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의 힘 - 하나가 아닌 모두를 갖는 전략
데보라 슈로더-사울니어 지음, 임혜진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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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처음 신청했을 때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사람은 모두 패러독스에 빠진다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전제를 인정하고 본문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패러독스라고 하면 단지 '역설'이라고만 이해할 뿐 패러독스의 사고의 전환과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서론에 들어가기 전부터 패러독스 사고의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해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다.


58쪽에서는 비즈니스에서의 패러독스 범주를 찾고 있다. 여기서 패러독스의 범주는 리더십, 조직, 인간 행동의 세 가지 진영으로 나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리더십 패러독스의 예이다. 업무 중심 그리고 관계 중심, 공명정대 그리고 임기응변, 개인 그리고 팀. 공식과 비공식 체계 내에서 문화의 양면으로 부딪치는 패러독스의 성격은 때로는 정확하고 때로는 유연하게 작용한다. 책에서는 '패러독스의 대다수는 사적인 경우보다는 공적인 리더십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실 실제적인 예를 더 들었어야 한다. 이 책의 패러독스는 바로 이 간결성에서 비롯된다.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87쪽의 '공유된 패러독스'이다. 자아 그리고 타아/오늘 그리고 내일 등으로 표상되는 공유된 패러독스의 나열은 극우 또는 극좌로 한편에만 치우지지 않은 균형성을 강조한다. 물론 그럴 듯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오늘 그리고 내일은 어떻게 균형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가장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은 프로세스 그리고 사람이다. 좀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밖에 138쪽에 나온 레비의 운영철학과 리더십 원칙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책의 마무리를 읽으며 이거나/또는 사고 적용을 되새겨 보았다. 때때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선택을 강요당한다. 어쩌면 한 가지 결론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줄로만 믿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A와 B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답안을 내놓기 보다는 A이거나 B, A 또는 B로 답할 순 없었을까. 누구도 묻지 않았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제3의 문답을 통해 모두 유연하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쟁취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바이다. 패러독스 안에서 생산된 논리이자 가치를 추구했을 때 생각을 폭넓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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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직하라 - 신입사원 취업비법부터 10년차 경력직 이직전략까지
김호종 지음 / 시대에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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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의 시의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은 2014년 9월에 발행한 따끈따끈한 신규 도서로 취업에 관한 모든 정보를 망라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취업 박람회에 직접 가지 않으면 (막상 가더라도) 얻지 못할 정보들을 촘촘하게 담고 있다. 물론 책 제목은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취업 준비생이나 장기 백수들이 읽기에도 좋으며 대학교 고학년생들까지 참고해서 읽을만 하다. 평소 시대에듀의 교양서, 상식책을 즐겨 읽는데 이 책 역시 출판사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도서이다.


우선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별점 5개이다. 지금 내 나이와 직위, 입장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떤 소설보다 와닿은 부분들이 많았고 참고할 정보들이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분야가 아니면 좀처럼 115쪽의 주요 직무에 따른 설명표라든지 116쪽의 기술부문 주요 직무 설명표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통섭적 서술로 정보를 집필하되 실제 예시를 들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다양한 예시의 삽입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취업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 준다.


취업하는 곳에 따라 전략과 작전이 달라진다. 전략과 작전에 따른 무기도 다르고 무기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도 다르다. 이점에 관해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 또하나의 장점이다. 156쪽의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대한 내용은 그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원이다. 좋은 자소서가 갖추어야 할 3가지 요건으로 기본기/차별성/간결성을 다루고 있다. 7단계 작성 절차도 꽤 설득력이 있다.


이책을 읽었을 때 깨달은 세 가지 생각 고리는 굉장히 다르게 번져갔다. 우선 이 책을 두루 살펴보았을 때는 시의성을 잘 담고 있으며 현재 업계 순위 정보를 주고 있어 고3이 마치 대학 평가를 접해보듯이 굉장히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그런데 두 번째 느낌은 과연 이점이 이 책의 수명을 짧게 하는 것 같았다. 기업의 채용 방식과 현실의 수요 조건은 3~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2014년의 입장에서 평가하기에 긍정적인 것이지 내후년 이후에는 그저 케케묵은 책, 오래된 책으로 치부당할지도 모른다. (물로 시대에듀 출판사의 책들이 시의성을 위주로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유익하긴 하나 오래 볼 책은 아닌가 싶었지만 책의 후반부를 지나 끝맺음을 볼 때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담고 있는 정보가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오래두고 볼 자료도 많으며 소장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였다. 특히 오늘날 젊은 세대는 공직을 제외하고는 한 분야에 평생을 종사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 것이다. 끊임 없이 자신을 소개해야 하고 가꾸어야 한다. 아무래도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가장 강력한 팁은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직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고 있다. 취업 아카데미나 취업 박람회에 손쉽게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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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 과거의 습(習)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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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접해본 샘플북 <1장. 도인>을 읽었을 때 친근한 표지에 놀랐다. 처음에는 도인을 다룬 소설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1장을 읽어가면서 소위 방랑자로서 만난 행인들에 대해 다룬 것을 보았다. 공간과 환경이 다른 각계각층의 인물과 대담(본문에서는 정면승부라 일컫는다)을 펼쳐 인간이 지닌 갖가지 관념을 논한다. 알레고리 형식이 되거나 심벌이 되거나 혹은 흔한 클리셰처럼 익숙한 본질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면서 자기와 자신에 담긴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명상에 따른 주관적 토대가 다르듯 조금 의아하거나 지루한 면면도 없지는 않다. 생각을 유도하되 너무 깊은 탐구 태도로 접근하면 오히려 역습을 당할 수 있는 책인 듯 보인다. 대중적이었던 표지 역시 내용이 주는 인상과 거리감이 있어 나중에는 안경 낀 스님이 결코 친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단언하건대 인생의 허무함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늘어놓고 있기에 내용의 폭은 그리 얕지도 이기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수행자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각 단원으로 구분되는데 개인적으로 5장에서 다룬 해피타오 한바다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전반적으로 공감을 하며 논리를 이어나갔다면 5장은 현문우답의 향연이었다. "세상과 조화되지 못하면 순수함도 왜곡된다."는 문장에서 나는 내부 통찰에 대한 판단과 편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소챕터가 수행과 지성이었기 때문에 명칭에 걸맞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읽어내려 가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일을 명확하게 구체화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는 부분일 것이라 확신했다. 특히 226쪽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에 대해서 소설가가 되기 쉽다. 자신의 수행 체계에는 적용되지 않는 다른 체계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성취 정도를 자신에게 강요하고 허구를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라는 글쓴이의 질문이 돋보였다. 그런데 한바다 선생의 답은 오히려 허탈했다. 마음법(관심법)을 주지하고 있는데 우리 같이 일반적인 사람에게 관심법이란 매우 생소한 개념이 아닌가. 꼭 던지고 싶었던 질문에 지극히 진부한 답변이라니 실망까지 하려던 찰나였으나 글쓴이의 다음 질문, 그 다음 질문이 뻥 뚫린 의문을 메워주었다. 결과적으로 마음법의 본질은 자기 이해였다. (그렇지만 아직도 한바다의 '영적인 이슈'는 굉장히 불편한 논리 같다.)

 

좋은 인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랬다. 나는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를 읽으며 글쓴이가 단연 실천했던 것, 이 책이 탄생할 수 있게 된 배경, 맥락의 잔뿌리마다 찾아가서 얻은 인연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내려놓으면서 얻게 된 깨달음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연을 얻기 힘들다. 인간관계의 만남과 유지에 대해 '찾아감'과 '받아들임'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접하기 힘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문충에 고마움을 전하며 세상에 허무와 우울이 많은 이들에게 유쾌함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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