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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 과거의 습(習)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4년 9월
평점 :
미리 접해본 샘플북 <1장. 도인>을 읽었을 때
친근한 표지에 놀랐다. 처음에는 도인을 다룬 소설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1장을 읽어가면서 소위 방랑자로서 만난 행인들에 대해 다룬 것을
보았다. 공간과 환경이 다른 각계각층의 인물과 대담(본문에서는 정면승부라 일컫는다)을 펼쳐 인간이 지닌 갖가지 관념을 논한다. 알레고리 형식이
되거나 심벌이 되거나 혹은 흔한 클리셰처럼 익숙한 본질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면서 자기와 자신에 담긴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명상에 따른
주관적 토대가 다르듯 조금 의아하거나 지루한 면면도 없지는 않다. 생각을 유도하되 너무 깊은 탐구 태도로 접근하면 오히려 역습을 당할 수 있는
책인 듯 보인다. 대중적이었던 표지 역시 내용이 주는 인상과 거리감이 있어 나중에는 안경 낀 스님이 결코 친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단언하건대 인생의 허무함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늘어놓고 있기에 내용의 폭은 그리 얕지도 이기적이지도 않은
것이다.
수행자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각 단원으로 구분되는데
개인적으로 5장에서 다룬 해피타오 한바다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전반적으로
공감을 하며 논리를 이어나갔다면 5장은 현문우답의 향연이었다. "세상과
조화되지 못하면 순수함도 왜곡된다."는 문장에서 나는 내부 통찰에 대한 판단과 편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소챕터가 수행과
지성이었기 때문에 명칭에 걸맞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읽어내려 가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일을 명확하게
구체화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는 부분일 것이라 확신했다. 특히 226쪽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에 대해서 소설가가 되기 쉽다. 자신의 수행
체계에는 적용되지 않는 다른 체계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성취 정도를 자신에게 강요하고 허구를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라는 글쓴이의 질문이
돋보였다. 그런데 한바다 선생의 답은 오히려 허탈했다. 마음법(관심법)을 주지하고 있는데 우리 같이 일반적인 사람에게 관심법이란 매우 생소한
개념이 아닌가. 꼭 던지고 싶었던 질문에 지극히 진부한 답변이라니 실망까지 하려던 찰나였으나 글쓴이의 다음 질문, 그 다음 질문이 뻥 뚫린
의문을 메워주었다. 결과적으로 마음법의 본질은 자기 이해였다. (그렇지만 아직도 한바다의 '영적인 이슈'는 굉장히 불편한 논리
같다.)
좋은 인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랬다. 나는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를 읽으며 글쓴이가 단연 실천했던 것, 이 책이 탄생할 수 있게 된 배경, 맥락의 잔뿌리마다 찾아가서 얻은 인연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내려놓으면서 얻게 된 깨달음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연을 얻기 힘들다. 인간관계의 만남과 유지에
대해 '찾아감'과 '받아들임'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접하기 힘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문충에 고마움을 전하며 세상에 허무와 우울이 많은 이들에게
유쾌함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