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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잠 속의 모래산 ㅣ 민음의 시 111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02년 7월
평점 :
'꿈 몽夢' 자로 시작되는 낱말 중에 많이 쓰이는 것은 이렇다.
몽매夢寐, 몽매간夢寐間, 몽상夢想, 몽상가夢想家, 몽유夢遊, 몽유병夢遊病, 몽정夢精, 몽중夢中, 몽환夢幻.
'몽'은 '몽, 그대로'의 '몽'이기가 힘들다. '그때, 거기'의 '몽'이지만 이물스럽게도(!) '이때, 여기'의 살점을 묻히고 있다. '이때, 여기'에서도 '그때, 거기'의 체취가 심심찮게 풍기듯이. 이장욱은 이런 여-거기, 이-그때를 더욱 극대화시켜 마치 낡은 비디오 화면처럼 보여준다. 그저그런 이때와 (일상으로 삼지 않는 이상) 그저그렇지 않은(않을) 그때를 뒤섞어서 말이다. 그 와중에 거의 모든 시편에 '그녀'가 등장한다. 오호라! '그녀'는 '그때, 거기'의 편이라고 해야겠지. '그녀'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시들은 덜 비애스러웠을 테고.
여기(거기)와 거기(여기)가 너무나 오래간만에 뒤섞이는 거기(여기)에서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