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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메튜 프레더릭 지음, 장택수 엮음 / 동녘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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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은 과정을 깊이 이해한 자가 구사했을 때 공감이 가능하다. 그 근사함에 매료되어 건축학도가 아닌 건축학도로서 아주 즐겁게 읽었다. 그 시간은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이나 하이쿠 시집 한 권을 읽은 시간과 맞먹는다.

06_ 우리는 감춰진 공간을 이동하며 드러난 공간에 머문다.
10_ 건축 공간의 경험은 그곳에 어떻게 도착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11_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환경을 지나는 경로를 풍요롭게 하려면 ‘거절과 보상’을 이용하라.
14_ 건축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다.
17_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자인한다고 해서 건물의 쓰임이나 건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자 나름대로의 해석과 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19_ 전체 그림에서 특정 부분 디테일에 본인이 너무 집중하고 있다면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부분으로 넘어간다.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면서 각 부분을 마무리하고 평가하라.
20_ 엔지니어들이 물리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건축가들은 물리적인 것과 인간의 상호관계에 관심을 가진다.
21_ 건축가는 모든 것 중 일부를 알고 있다. 엔지니어는 하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4_ “과학은 연속성을 지닌 물질의 덩어리와 조각과 부분을 다루지만 예술가는 덩어리와 조각과 부분을 지닌 물질의 연속성을 다룬다.”
26_ 능력이 부족한 설계자는 실패한 파르티에 집착한 나머지 문제가 있는 부분만 해결하려고 하다가 결국 전체적인 통일성을 놓치고 만다. 통일성을 추구하다가 실패를 감지하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좋은 설계자는 실패한 파르티를 좋은 신호로 깨닫고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설계과정의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처음 계획이 무너졌다면 파르티를 바꾸거나 아예 포기하라. 그렇다고 파르티를 전혀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더 이상 쓸모없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자. 건물에 가장 적합한 또 다른 파르티를 만들면 된다.
27_ 부드러운 생각은 부드러운 선으로, 딱딱한 생각은 딱딱한 선으로
28_ 좋은 건축가는 괜찮은 아이디어라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다.
29_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건축가로서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능력이다.
30_ “적합한 건물은 건물이 처한 모든 조건으로부터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며 시(詩)적으로 성장한다.”
32_ 효과적이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메타 사고, 즉 ‘생각하고 있음을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33_ 하나의 건축 공간이나 요소에 독특한 특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그 특성을 실제로 존재하게 만든다.
35_ “나는 탁 트인 풍경을 좋아한다. 하지만 풍경을 등 뒤로 하고 앉는 것도 좋아한다.”
36_ 명암과 그림자를 넣은 스케치가 선으로만 그린 스케치보다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37_ 미적 특질은 대조를 통해 부각시킨다.
45_ 패턴 인식은 건축가에게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46_ 건축 미를 위해 미니멀을 추구했든 복잡함을 추구했든, 경험이 애매하든 명확하든, 공간이 간결하든 풍부하든, 건물은 잘 정리되어야 한다. 건물 평면에 단순한 패턴을 만듦으로써 질서가 만들어지며 다양한 해석과 경험도 생긴다.
48_ 자신의 아이디어를 할머니가 이해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여러분은 그 주제를 잘 모르는 것이다.
50_ 창문은 낮에 어둡게 보인다.
51_ 아름다움은 요소 자체보다는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나온다.
52_ 비대칭 균형은 고차원 사고로만 이해할 수 있다.
53_ 좋은 건물은 보는 거리에 따라 드러내는 모습이 다양하다.
55_ 작은 방을 통과하는 최적의 동선은 벽에서 약간 떨어져서 직선 방향으로 통과하는 것이다.
57_ 설계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발표하려면 일반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내용으로 진행한다.
58_ 건물의 비례는 그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는가를 미학적으로 설명한다.
59_ 전통건물은 외벽이 두껍지만 현대건물은 외벽이 얇다.
61_ “간결한 것이 더 풍요로운 것이다.”
62_ “간결할수록 지루해질 뿐이다.”
63_ 바닥 레벨을 계단 하나 정도로 구분한다면 공간을 구분하기에 불충분하다. 이용자가 계단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계단 세 개 정도의 차이가 무난하다.
66_ 기둥은 구조적 요소일 뿐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고 형태 지우는 도구이다.
68_ 좋은 설계자는 평면과 단면을 모두 고려하면서 작업한다.
69_ 평면은 건물의 조직적 논리를 설명한다. 단면은 감정적 경험을 구체화한다.
75_ 건물은 모서리가 분명하고 직선이나 수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으로 충분히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건축가는 자동차, 가구, 나무, 사람 등 수직이 아닌 것도 그려야 한다. 너무 복잡해서 그리기 어려운 물체를 그릴 때는 먼저 그 물체가 들어갈 상자부터 그린다. 그 다음 상자로 단순화된 내부에 물체를 그리면 된다.
77_ 설계자는 좋은 설계란 체계적으로 완벽하여 설계상의 모든 문제점들을 예외 없이 해결해야 한다는 선의의 잘못된 신념에 구속받을 때가 종종 있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들이 오히려 여러분의 프로젝트에 풍부함과 인간미를 고취시킬 수도 있다. 규칙에서 규칙 자체보다는 예외조항들이 훨씬 흥미로운 것처럼 말이다.
78_ “걸작의 성공은 실수로부터 자유로운 것에 있다기보다는(사실 우리는 걸작에 있는 엄청난 실수까지도 용납한다) 모든 관점을 완전히 정복한 그 엄청난 설득력에 있다.”
82_ 건축 양식은 특별하게 보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전체 과정 속에서 다소 애매하게, 때로는 우연히 발생한다.
84_ 건축은 ‘진실’을 실천한다. (…) 건축은 ‘이야기’를 실천한다.
85_ 재료 자체를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그것의 속성을 넌지시 표현하라.
90_ 도면은 그림이 그려진 면이 밖으로 나오게 말아서 가지고 다닌다.
92_ “더 큰 맥락을 고려하여 설계하라. 의자는 방에 있고, 방은 집에 있으며, 집은 마을에 있고, 마을은 도시계획 안에 있다.”
96_ 여름에 사람의 보폭은 56cm 정도이고 겨울에는 60cm 정도이다.
97_ 한계가 창의성을 만든다.
98_ 설계상의 문제점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수용해야 할 기회다.
99_ 일단 ‘무엇인가’ 하라.
 

*책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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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킬라 이야기 - 멕시코 태양의 술 살림지식총서 378
최명호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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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테킬라 한 잔!" 하면 보통 나오는 게 '호세 쿠에르보 에스페샬'이다. 숙성 기간은 3개월 정도이며, 빛깔은 (숙성이 더 된 것처럼 보이려고 카라멜 같은 걸 첨가한 탓에) 맑지 않은 호박색을 띤다. 한데 이 대중적인 술을 멕시코 사람들은 먹을 수가 없단다. 수출용이라서. 해외, 특히 미국에서 엄청나게 소비되고 있는 게 바로 이거다. 그러니 멕시코 갈 때 한 병 가져가면 그곳 사람이 아주 좋아할지도 모른다.

숙성 기간에 따라 테킬라는 1) 블랑코, 2) 호벤 아보카도, 3) 레포사도, 4) 아녜호로 등급이 나뉜다. 60일, 3개월, 1년을 상한선으로 보면 된다. 빛깔은 블랑코처럼 단기 숙성시킨 쪽이 투명한 편이고, 아녜호처럼 참나무통에서 장기 숙성시킨 쪽이 호박색을 띤다. 풍미는 당연히 장기 숙성시킨 쪽이 낫다. 아녜호 중에서도 10년쯤 장기 숙성시킨 것은 고급양주 한 병 값을 호가한다고.

살림지식총서는 읽고 나면 늘 몇 퍼센트 부족한 느낌이었다. 총량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창 재밌게 보는데 갑자기 끝나버리는 영화 같다고나 할까. 한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테킬라 마니아'라면 꼭 한 번은 봐야 할 책이다.

멕시코에서 공부한다는 이 책의 필자가 재밌다. 소주 좋아하는 한국 사람한테는 테킬라가 맞을 거란다. 그러면서 권하는 게 '테킬라 투어'다. 멕시코 어느 호텔에든 들어 '테킬라 투어'를 신청하면, 기차든 버스든 대절하여 용설란 농장으로, 양조장으로 당신을 모시고 다니며 몇 날 며칠을 테킬라를 맛보게 하고, 나중에는 파티까지 벌이며 엘 마리아치를 들려줄 것이란다. 

아주 즐겁겠다. 그치만 투어 도중에 <리빙 라스베가스>의 주인공이 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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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지된 박물관, 피렌체 - 건축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14
양정무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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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일컫는) ‘피렌체’는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브루니, 알베르티, 브루넬레스코, 도나텔로, 마사초, 기베리티, 프라 안젤리코, 미켈로초, 우첼로, 델라 프란체스카, 베노초 고촐리, 베로키오, 기를란다요, 다 빈치, 라파엘로가 활동한 그야말로 천재들의 도시였다. 

당시 공화제였던 이 도시(국가)는 길드(중요한 길드 6개+중간 길드 5개+덜 중요한 길드 9개)를 기본 단위로 삼고, 건축위원회(길드나 시민들 사이에서 선출된 3~6명의 ‘오페라이’로 구성된, 일명 ‘오페라’), 시뇨리아(선별된 길드에서 선발된 ‘프리오리’로 구성된 행정부와 입법부의 최고기관, 권력의 독점을 방지하는), 권력재벌가(상공업이나 은행업으로 돈을 번 신흥 상호 부호들 = 곤디, 파치, 바르디, 페루치, 피티, 스트로치, 메치디 등의 부르주아 계층)로 체계가 잡혀,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제조품과 예술품과 건축물, 그리고 벌어들인 돈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시민정신으로 형성된 피렌체, 이 도시의 ‘도시 건축’에 주목한 저자는 건축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피렌체의 부의 수준, 건축 제도, 건축 인력의 구성, 건축 재료의 조달 방식, 건축 노동자의 삶을 한데 엮어낸다. 도시와 함께 르네상스가 완성되었으며, 그러한 도시들의 대표격으로 건축을 통해 도시라는 정치문화경제의 공간을 이루어낸 피렌체를 들여다본 것이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본 건 ‘피오리노’라는 금화, 권력재벌가의 재산 정도, 권력재벌가의 팔라조(도심용 대저택)와 빌라(전원용 저택), 건축 계약서, 건축 노동자들의 급여 방식과 임금 수준, <피렌체 노동자 임금의 실질구매가치 변동표>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히 관심을 끈 건 ‘막노동꾼 니콜로의 사망 사건’에 대한 기술이었다.

<산토 스피로토 성당> 공사 일지에는 당시 건설 인부의 작업 상황을 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햇볕이 작열하던 1496년의 한여름인 7월 5일에 막노동꾼 니콜로 디 루카(Niccol’o di Luca)가 기중기에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즉사합니다. 공사 현장을 책임지던 대목수가 유품을 수습하여 니콜로 부인에 전달했는데, 니콜로의 소지품에는 지갑과 고기가 들어 있는 주머니, 나무망치, 그리고 자그마한 상자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갑에 꽤 많은 현금이 들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발견된 금화 5피오리노와 1리라 6데나리로의 현금은 공사판 인부가 가지고 다닐 만한 정도의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돈이 니콜로 개인의 것인지 의심하기도 했지만 결국 니콜로의 부인에게 전달됩니다. 이 사고를 통해 우리는 니콜로가 당일 아침 자기 먹을 음식과 소도구, 거기에 아마도 자신이 오랫동안 모은 비자금을 소지하고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는 것을 추측해 낼 수 있습니다.(169~170쪽) 

‘건축’으로 ‘피렌체’를 읽게 한 즐거움을 안겨준 책이다. 한 주제로 도시를 읽어내는 건 좋은 기획이라는 데 공감한다.

르네상스의 예술 작품으로 가득한 피렌체에서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한 스탕탈이나 “장엄한 빛 속에서 무릎을 꿇고 감동에 떠는 침묵”의 상태에 빠져든 릴케처럼 그곳에서 한 달만 살아도 좋을 듯하다. 태양의 기운이 가득한 ‘키얀티’의 고장이기도 하니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 네 고장난 자전거로도 지낼 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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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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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블로그를 책으로 보니 색다르다.
하나 아쉬운 건 전에 찍어둔 몇몇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옮긴이가 골라낸 여러 사람과 그들의 패션에 대한 글 또한 흥미롭다.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이 이토록 다르다니.

끝으로 스콧 슈만 씨, 한국에 한번 들를 생각은 없으신지?
(혹 그사이 다녀간 것은 아니겠지…….)
당신이 어떤 사람을 찍어서 보여줄지 꽤 궁금하오. 

한국도 스트리트 패션 천국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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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의 우리 새
장석신 지음, 원병오 감수 / 눌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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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창덕궁이든 창경궁이든 종묘든 꼭 한 번은 꽃구경을 간다. 한두 시간은 줄곧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와서는 종묘에선 100평 남짓한 보랏빛 제비꽃 밭이, 창경궁에선 늙은 살구나무 꽃과 할미꽃, 함박꽃이, 창덕궁에선 매화가 볼만했다고 쓴다. 앵두꽃, 복사꽃, 조팝꽃이 좋았다고 쓴 해도 있다. 한데 새는 그런 적이 없다. 일 년에 한 번 보는 꽃들과 다르게 자주 보는 새들이었으니 그럴밖에. 꽃을 짓뭉개는 까치, 참새, 직박구리나 창덕궁 후원으로 넘어가는 숲에서 본 딱따구리, 창경궁 식물원 앞 연못에 둥둥 떠 있는 원앙이 전부였던 것이다. ‘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라거나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라고 해야 할까. 궁궐에 이리 많은 새가 깃들이는 줄 몰랐다. 텃새뿐 아니라 여름새, 겨울새, 나그네새, 길잃은새에게도 ‘궁궐은 낙원’이라는 걸 알았다. 올해 다시 궁궐을 거닌다면 이번에는 새를 찾기 위해 눈으로 사방을 더듬거리겠지. 책에서 한번 보았다고 해서 깝작도요, 꺅도요, 힝둥새 들이 과연 내 눈에 쉬 띌까마는. 

<<궁궐의 우리 나무>> 자매편이라 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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