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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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던 잡지사의 폐간 이후, 계열사인 운화백화점의 콘텐츠전략팀에 '중고신입'으로 입사한 차윤슬. 신입사원 기획 과제 콘테스트인 슈퍼루키 발표장에서 운화백화점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자는 기획을 발표한다. 발표하던 중 받은 구체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질문에서 즉흥적으로 답한 구름 캐릭터를 구체화시키는 구름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이후 같이 구름 프로젝트를 맡게 된 팀원들과 준비한 팝업 행사는 실패로 끝이 나고 마지막 기회로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를 맡게 되는데...

✏️ 소소하지만 그래서 소중한 이야기

사람들은 특별함을 찾아 헤매고 그러한 것들에 가치를 두곤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것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작고 소박한 이야기 속에서 느낀 작은 감정들이다.

이러한 작고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윤슬은 엄청난 사건 속에 휘말렸거나 이상한 세계로 떨어지는 등 특별하고 거창한 일을 겪는 인물은 아니다. 그저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어떠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 한 사람이다.

또한 윤슬과 팀원들이 운화백화점을 대표할 캐릭터로 만든 소피아 역시 구름 마법사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어쩌면 작고 소소해 보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전달하는 일을 하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윤슬과 소피아, 이 둘의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고 소중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유독 마음에 들어 체크해 둔 문장들이 많았다.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속에는 스펙타클하고 독특한 이야기처럼 사람들을 한 눈에 사로잡는 문장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 같아서, 내가 겪게 될 일이나 하게 될 생각 같아서 한 번씩 더 생각해 보고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이 많았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찾기 어려운 행운의 네잎클로버가 아닌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어 그저 지나치지만 그 자체로 소중한 행복은 세잎클로버 같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일상 속의 작고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당신이 먼 곳에 있는 행운을 찾기보다는 곁에 머무는 행복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며

📍마음 속 문장
• "보통 사람들은 신입이니까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솔직히 경력이 쌓여도 모르는 게 많은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일은 매번 새롭거든요.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기술이 조금 더 늘고, 도움을 줄 사람이 누군지, 칼날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구분하게 되는 정도랄까?" -p.59-60-

• '꽃이란 게 말이다, 봄에만 피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단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꽃은 피는 법이지. 자신의 속도에 맞게 움트고 피어나는 것 뿐이야......." -p.126-

• 힘들어도, 묵묵히 살아내십시오. 때론 인생에 반전의 순간이 등장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만일 그렇지 않다 해도, 인생은 동굴처럼 꽉 막힌 암흑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힘든 순간은 터널과 같습니다. 터널에는 반드시 끝이 있지요. 그 사실을 믿고 나아가십시오. -p.235-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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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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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기 아이들이 폭발과 함께 초능력자로 변하는 세상. 엄마의 죽음 이후 초능력자의 격리를 주장하는 '격리파'의 주장에 동조해 온 수안은 대각성과 함께 초능력자가 된다. 그 후 살아있는 폭탄이 된 수안은 주변 친구들의 달라진 시선 속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우정을 만나게 된다. 우정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능력자에 대한 시각이 바뀌게 되고 그러던 중 엄마의 죽음에 얽힌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하게 되는데...

✏️ 이상과 정상 그 기준에 대하여

‘이상하다 :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세상에는 누군가가 정해둔 ‘정상’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말을 듣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정상’의 기준에 맞추어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상능력자, 책의 제목이자 책 속 세상에서 초능력자를 부르는 말이다. 그들은 사회가 ‘정상’이라 부르는 사람들과 달리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힘을 각성할 때나 일정 수준 이상 사용할 때 폭발을 일으킨다. 본인은 다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위협이 되는 폭발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능력자'의 주인공 수안 역시 초능력자의 폭발로 엄마를 잃은 뒤 초능력자의 격리를 주장하는 ‘격리파’에 동조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수안은 자신이 혐오하던 초능력자가 되고 만다. 각성으로 인한 폭발 이후 다시 등교했을 때, 수안을 향한 시선은 이전과 달라져 있다. 수안이 초능력자를 바라보던 두려움과 멸시가 이제는 수안을 향하게 되고, 하루 아침에 ‘이상한 존재’이자 피해야 할 존재가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초능력자는 반드시 격리해야 할 만큼 위험한 존재일까? 분명 그들의 힘은 통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렇기에 대중들이 가진 두려움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은 아니다. 하지만 제어패치를 통해 폭발을 막을 수 있고, 자신의 힘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초능력자들까지 모두 잠재적인 위험으로만 규정하고 배척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특히 ‘15번’의 존재는 이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정부에 의해 '휴양림'에 갇혀버린 그는 두려움과 분노 속에서 점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15번은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사회에 의해 괴물로 만들어진 것일까. 사회가 낙인을 찍고 배제하는 순간, 그 사람은 정말로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초능력자는 '이상능력자'라고 불릴 만큼 위협적이고 이상한 존재가 아닌 어쩌면 우리가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기준에 맞춰지지 않은 자들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상능력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초능력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다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차별’이라는 단어는 종종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그러나 '이상능력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두려움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멀리한 적은 없는지, 안전을 이유로 배제를 정당화한 적은 없는지.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질문이지만 가상의 능력을 가진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현실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솔직해질 수 있다.

이 책은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정상’과 ‘이상’에 대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책장을 덮은 이후에도 쉽게 내릴 수 없으며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속 문장
• 염우정이 짧게 꺼낸 말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해 준 말이 놀라울 정도로 와닿았기 때문에. 꼭 비슷한 경험을 해 봐야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냥 진심을 담아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어리석게도 지금에 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p.118-

• "두려움이 지나치면 선한 사람조차 선하지 못한 판단을 하기도 해."
...
"그러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지. 그래서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거야.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으니까." -p.193~194-

• 이제는 안다. 피해 의식이 너무 큰 피해자는 도리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기가 겪었던 피해가 무서워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스스로 세뇌하는 것이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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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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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윤나는 새로운 교장이 교칙을 강화하는 기회를 틈타 학생들의 머리를 염색해 주며 돈을 벌어 자신이 원하는 미용학원에 다니고자 한다. 하지만 돈을 거의 다 모은 시점에 야자가 필수로 지정되며 학원에 다닐 수 없게 되고 그때, 담임선생님이 다음 모의고사 올 1등급을 맞은 학생은 야자를 제외시켜 준다는 제안을 한다. 윤나는 20년 전에 죽은 전교 1등을 강령술을 통해 불러낸다. 이후 전교 1등 귀신, 순지를 통해 올 1등급을 성공하지만 순지가 갑자기 몸에 마음대로 빙의를 해 움직이는데...

✏️ 불완전하기에 움츠렸지만 그럼에도 찬란했던 그 시절에 대하여

학창 시절, 누군가는 가장 찬란한 시기라고 하고 누군가는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하는 이중적이면서도 그리운 시절이다.

이 책은 권위에 짓눌러 침묵하기를 선택한 자들과 그 속에서 자신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다른 이의 찬란한 시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이 나온다.

이 소설 속에는 주인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인물이 넷 정도 등장한다. 바뀐 교칙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교장의 지지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점차 달라지는 윤나, 윤나의 친구이자 동성애자이고 좋은 대학을 위해 적당히 참고 넘어가려는 재이 그리고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과 재이와 연인 사이라는 것을 숨길 생각이 없던 현서, 마지막으로 20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한 순지까지. 주인공들은 각자의 목표나 신념, 생각들이 있고 그런 이들이 새로운 교장이 부임한 후 달라진 기순고에서 겪는 일들이 '귀신 붙게 해 주세요'의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들은 내용이 전개되면서 점차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꿔나가기도 실행해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가장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찬란하고 빛났던 시기에 대해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무언가에 움추려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생각조차 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철저한 계산이나 고민 없이 온몸과 시간을 다해 이루어낼 수도 있는 시기, 그 시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귀신 붙게 해 주세요'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본 사람이나 앞선 내용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강령술을 시도하는 학생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펼쳐보라고 그리고 앞으로 조금만 더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 순간 생각도 못했던 다른 이야기와 감동을 만날 수 있을테니까.

가장 힘들지만 가장 빛나는 그 시기를 거쳐온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학창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냐고 물어보면서 말이다.

📍마음 속 문장
•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는 솔직해지지. 주위에 듣는 귀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p.60-

• "이 미친 짓이 다 끝난 다음에 애들이 다시 동아리를 찾는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 막상 모일 곳이 사라지고 없으면. 얼마나 슬프겠어? 놓친 다음에 후회해 봐야 늦어." -p.76-

• 살아 있을 때는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종종 화를 냈다. 그들을 죽도록 내버려둔 세상에도. 덜컥 죽어 버린 친구들에게도. 어떻게 나를 두고 떠날 수가 있느냐고 이미 죽은 사람을 저주했다. 왜 더 살아 보려고 발버둥 치지 않았어. 왜 죽어 버린 거야. 왜 끝까지 버티지 않았어.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한 건에.......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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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연재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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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가 웹툰이 되어 연재되고 있었다.'
이 매력적인 한 문장이 각기 다른 작가의 상상력과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질까? '스며드는 것들'과 '이계전기 연재 중단을 요청합니다'라는 두 가지의 작품을 담고 있는 '익명 연재'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책이다.
'스며드는 것들' 속 주인공 우진은 웹툰 '붕괴'를 성공적으로 끝낸 작가이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다. 하지만 차기작으로 인한 문제와 고민을 겪던 도중 옆집 여자이자 대학 동창인 수희가 쓴 '빙의'라는 작품을 빼앗고, 그날 수희는 자살을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한 커뮤니티에 자신의 만행이 담긴 웹툰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다음으로 '이계전기 연재 중단을 요청합니다'는 이세계에서 마왕을 무찌른 영웅 태양은 지구로 돌아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은 자신이 이세계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작가의 사인회에 찾아간다. 사인회에서 만나게 된 작가는 이세계에서 그가 쓰러뜨렸던 마왕인데...

✏️ 매력적인 한 문장에서 시작한 두 이야기에 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가 웹툰이 되어 연재되고 있었다'. 이 한 문장은 아무도 모르는 나의 과거가 알려졌다는 수치스러움 혹은 내가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알려지고 있다는 두려움 등 하나의 감정이 아닌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로 풀어내서 들려주는 두 작가의 이야기는 독자가 가장 큰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 포인트이다.

먼저 '스며드는 것들' 속 우진의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섬찟한 감정을 안겨준다. 실제로 읽는 내내 괜히 주의를 둘러보고 한 번씩 멈칫하게 되는 이야기가 '스며드는 것들'이었다. 특히 우진이 저질렀던 일이 단순히 웹툰으로 연재되는 것 뿐만이 아닌 우진이 겪는 이상한 경험들이 합쳐져 후에 나오는 반전에서 더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반면 '이계전기 연재 중단을 요청합니다'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웹툰 연재에 포인트를 주기 보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가 조금 더 중심이 된 이야기이다. 태양은 영웅으로써의 영광을 뒤로 하고 지구로 돌아왔지만 막상 지구에서의 그는 5년간 실종되었다가 나타난 고졸도 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에 비해 이세계에서 지구로 넘어온 마왕은 잘나가는 웹툰 작가로 태양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묘한 차이점은 읽는 사람이 이 작품에 빠져들고 생각해보게 만든다.

한 문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다른 느낌을 가지는 것은 마치 한 권의 책을 들고 있지만 두 권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맨 처음에 나오는 독자에게 주어진 미션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한 문장 한 문장에 더 집중하고 신경을 쓸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작가와의 추리 싸움, 그리고 매력적인 두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마음 속 문장
- '붕괴는 예상치 못한 작은 균열에서 시작한다.' -p.13-

-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나의 추악한 과거가, 웹툰이 되어 올아와 있었다. -p.109-

- "아마 그곳에서는 조금 외로웠던 것 같아."
마왕은 내 대답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질문했다.
"여기서는 외롭지 않고?"
나는 다시 커피를 들이켰다. 얼음이 녹아 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쓴맛이 입안을 감돈다.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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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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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뷸런스 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한밤중의 종합병원 매점에서 일한 지 일주일이 된 나희는 사장인 미수에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다. 이유를 묻는 말에 나희의 답은 새벽 두 시만 되면 귀신이 보인다고 답한다. 이 말을 들은 미수는 10년 전 그런 말을 한 알바생이 있었다는 말과 함께 알바 시간대를 바꿔주지만 일몰 시간에 여전히 귀신들은 나타나고 이해할 수 없는 부탁들을 하고 간다. 부탁들을 들어주고 10년 전 알바생 수영을 만나게 되면서 나희는 그들의 부탁이 생의 마지막 순간 잡고 있던 미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이 이승을 편안히 떠날 수 있도록 그 부탁을 들어주고자 하는데...

✏️ 삶과 죽음, 그 사이의 평범한 미련과 남겨진 자들에 대하여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며, 그렇기에 주변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경험 역시 살면서 한 번씩은 겪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는 못한다. 아니, 알더라도 무의식중에 그것을 거부하게 된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도 이러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처음에는 소개 글이나 이런 소재의 이야기들에서 많이 나오는 것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혹은 숨겨진 능력이 있는 소녀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귀신들의 한을 해결해 주는 그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조금 달랐다. 물론 귀신을 본다는 것도 특별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 외에는 크게 남다르거나 특별한 점이 없는 평범한 나희가 일상 속에서 이미 떠나간 이들이 남긴 사소해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미련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이 색다른 점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귀신의 미련은 아주 위험한 비밀을 숨기고 있거나 풀리지 않은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 속 귀신들의 미련은 누군가 보기에는 아주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키우던 고양이에 대한 걱정, 치매인 아내에게 주려고 했던 한 끼 식사, 주인을 보고 싶어 하는 강아지 등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에 대한 미련이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와 마음이 담겨있기에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우리는 더 자연스럽고 깊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책 속에서 다른 점 하나는 이 책이 죽음만을 담은 이야기가 아닌 남겨진 이들이나 죽음 사이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점 역시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이 책을 읽게 될 이들은 이미 떠난 이들이 아닌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일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에게 책 속에서 떠나간 이들이 미련을 해결하고 편안하게 이승을 떠나는 모습이나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이 그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것들을 본다면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억지스럽지 않은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 당장 당신이 떠나보낸 이를 잊거나 극복해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조심스럽게 건네면서 말이다.

📍마음 속 문장
• 삶은 건강하게 지속되다가도 어느 순간 절벽처럼 꺾어지기도 한다. 사랑했던 소중한 존재의 안위를 살아서 채 챙기지도 못할 만큼 갑자기. -p.45-

• 죽음은 참 다양한 형태로 불시에 찾아온다. 아마 사람의 숫자만큼 죽음의 가짓수도 많을 것이다. 누구나 자기 몫의 죽음을 목에 건 채 타고나는 법이다. -p.75-

• 나희는 여전히 가슴 속에 엄마와 슬픔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안고도 건강하게 사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삶에는 기쁨과 행복뿐 아니라 슬픔도 언제나 공존한다는 사실을 나희는 빨리 배웠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을 그녀는 조금 더 이르게 배웠을 뿐이다. -p.174-

• "쭈그리고 있는다고 잊히겠니? 살다 보면 잊는 거지." -p.197-

•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도 누군가는 남아서 살아간다. 떠난 사람의 기억을 품은 채 산다. 그것이 끝없이 반복되는 삶이었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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