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ㅣ 실버 센류 모음집 2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노년의 삶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어르신의 지혜와 웃음을 담은 책이다.
노년의 삶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하다. 겪고 싶지 않지만, 나도 언젠가 겪게 될 노년의 삶.
인간 누구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오늘,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값지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며 집어 든 책이다.
아이(미취학 아동)가 책의 제목을 보더니
"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 왜 흰머리가 아쉽다고 하는 거야?
"음...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모든 게 느려져, 행동도 느려지고, 머리카락도 잘 안 나고, 손톱의 성장 속도도 느려져.
이런 것을 노화라고 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아무래도 대머리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소중하다는 거야. 그래서 뭣 모르고 뽑았던 예전의 흰머리가 지금은 민머리라 너무 아쉬워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이렇게 설명을 해도 이제 태어나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가 노년의 삶을 이해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엄마인 나 역시 겪어보지 않은 노년의 삶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법이니 아이는 오죽할까?.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내었을까 나보다 먼저 책을 집어 들더니 책을 후루룩 보더니 또 내게 묻는다.
"엄마, 할 줄 몰라요. 가까이도 안 가요. 셀프 계산대.
이것은 무슨 뜻이야? 왜 가까이도 안 가는 거야? 나는 재미있는데 왜 그런 거야?"
아이는 책을 보더니 궁금증이 폭발했다. 그 말은 즉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뜻이겠거니 싶어 나는 또 설명을 해준다.
"음... 그건 말이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사회에서 많이 살아서 익숙해서 그래.
너는 지금 스마트폰이 익숙하고 미디어가 익숙하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과거는 그런 시절이 아니었어.
너는 태어남과 동시에 '터치'라는 문화가 익숙해졌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터치스크린, 무인화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
엄마도 카페나 햄버거 집에서 처음에는 주춤 주춤했어.
대면으로 주문하고 결제하는 게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차이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셀프 계산대가 무서울 수도 있어.
아마 엄마도 나이가 더 들면 그렇지 않을까? 물론 노력은 하겠지만 노화라는 게 대게 그런 거야. 인지,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거지.
배워도 천천히 익숙해질 거야. 우리 입장에서 노년의 삶을 바라보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닐 수도 있을 거야. 오히려 그런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이 짧은 글이 우리를 웃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잖아. 우리는 이렇게 또 서로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거야. 사람은 절대 혼자서는 살 수 없어. 서로가 서로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하고 배우기도 하는 거지. 그런 삶 속에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문화가 탄생하는 게 아닐까 싶어."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수긍하는 눈치다.
금방 읽히는 책이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짧은 센류(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로 풍자나 익살이 특색임)에서 웃기면서도 슬픈 몽글몽글한 감동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나도 이런 지혜를 가져야겠다는 소망과 함께 즐겁게 읽은 책이다.
노년의 삶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보이는 것들은 어떤 점이 다를까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이 책 한 권에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