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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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4일 📚

용어인 '페미니즘'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민감한 주제어가 된 과정에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다.

이 책은 고대에서 근ㆍ현대에 이르기까지 왜곡되거나 균형을 잃은 모든 시각에 대한 재고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다. 저자가 몇 번이나 기술했음에도 - 시대의 한계로 우선 그 지점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강연 대상을 고려한 맞춤형 주제의식의 한계가 있어 - 이 시대에 과열된 하나의 분위기인 아테의 베일 하에 감정만을 일으키는 면은 없는지 재고해 본다.

어떤 문제를 의식하고 확대ㆍ심화하여 들여다 볼 계기를 만드는 것은 분명 하나의 감정ㆍ감성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동인動因으로 작용할 뿐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성에 있어서는 논리ㆍ이성의 사고가 가진 (그들이 키잡이가 되어 이끄는) 힘이 작용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감정만을 끌고 그대로 분출해가는 것이 종종 사고의 본질을 흐리는 일을 보았기에.

깨어있는 목소리들 덕분에 내가 생각해야 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을 본다. 지금이야말로, 이제부터야말로 - 하나의 성性을 넘어, 하나의 사람으로 독립적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 또한 그것을 헤아리도록 함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헤아리지 못하고 부려놓은 말이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이 되지는 않았는지, 부디 깨닫고 자숙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게 말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 -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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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너 - 힙스터의 도시 베를린에서 만난 삶을 모험하는 몇 가지 방식들
용선미 지음 / 제철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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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를린의 다양한 사람 냄새, 삶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인터뷰를 모아 엮은 여행 에세이다.
*
*
나는 여행에는 별 감흥이 없다.

훌쩍 떠나고 싶다거나, 어디를 가보고 싶다거나 하는 흥미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적은 것 같다. 다만 떠난다는 기대, 그 '가능성'에는 굉장히 구미 당겨하는 편이어서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일단 도서관부터 달려간다. 관련 도서를 쭉 훑어가다 빠져들면, 결국 책만 읽고 말았다-는 그런 사연.

뭐, 어느 쪽이라 해도 준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즐기라면 세상에 둘도 없이 즐기고야 마는 타입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이 너무도 좋았다.

스무 명의 베를리너가 늘어놓은 이야기 속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베를린에서도 서울에서도 삶은 이어진다.


[베를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절대 밀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351p.] [순간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느끼느냐, 또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분명 더 중요하다. "그게 우리 삶을 영화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하이라이트가 없더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 35p.] [베를린에서의 자유는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다. 중요한 건 그것을 좇는 시도와 과정을 통해 무엇을 얻는가에 있다. 모든 일이 결코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보잘것없더라도, 무던히 그리고 꾸준히! 87p.] [스스로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는 순간 알게 돼. 결국 타인의 우려는 그들 자신의 두려움에 불과하다는 것을. 101p.]


인터뷰 속에 담긴 한 편 한 편의 인생들을 꺼내보는 즐거움으로 곁에 둘 이 책을 끝으로 내도록 지고 있던 짐을 내려 놓는다.

'지다'에서 '지우다'로,
자신에게 종용해오던 그 많은 마음들..

그저 함께 해나가고 싶을 뿐이라고
욕심에 욕심을 더하던 나의 오만에도 안녕을 고한다.

물론 알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이미 성장했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만큼 지나친 욕심이었지만 분명 얻은 것 투성이인 시간들이다.


'다녀왔어.' 한 마디로 웃을 수 있는

다시 또 '무던히 그리고 꾸준히' 살아갈 그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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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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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인칭 최연소 서술자 '나'의 이야기이다. 정말이지 그 이상은.. 어떤 정보도 없이 읽는 게 최고라는.. (잡으면 곧바로 속지부터 읽는거다-!)
*
*
[우리는 언제나 현재 상태에 괴로워한다 - 그것이 의식이라는 선물이 주는 고난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알겠는가? 45p.]

선택에 놓인 인간은 '확신'할 수 없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수많은 시간 끝에 결국 옳다고 결정한 일이 나를 좋은 곳에 데려다 줄 것인지 아닌지.. 모른다, 정말이지 어느 것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던져진 생의 모든 순간은 '선택'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생의 가장 큰 한계요 진실은 이것이다 -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 그때, 거기가 아니다. 우리는 취해간다. 여기 진짜는 없다. 54p.] [이 친숙한 일상에, 가정적인 물건들이 부딪히는 소리에는 비애가 깃들어 있다. 삶의 얼마나 많은 것이.. 일어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잊히는지 나는 이미 잘 안다. 대부분이 그렇다. 현재는 주목받지 못한 채 실감개의 실처럼 우리에게서 풀려나간다. 특별할 것 없는 생각들이 헝클어져 수북이 쌓이고, 존재의 기적은 오래도록 방치된다. 219p.]


오늘의 나도 그러하다.

그 속에 놓여있다.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 악몽을 꾸는 중이다.

이 껍질을 깨고 나갈 때는 다시 '삶'이기를 바라면서.. :)


[아아, 나는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
*
*
미리 알고 있던 정보가 많아서 저자가 담아낸 특별함을 오롯이 누리지 못한 작품이다. 간단한 전개도 말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모르고'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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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Conceptzine 2017.6 - Vol.47
컨셉진(월간지) 편집부 지음 / 컨셉진(월간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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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한달에 한 번, '당신의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하고자 하는 컨셉으로 매월 다른 주제를 다루는 문화교양지이다.
*
*
벌써 세 권째,

이제야 세 권째이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기사와 눈이 편안한 색감의 사진으로 가득찬 중독성 있는 잡지라서 주변에 추천 또 추천 중이다.

마흔 일곱 번째 컨셉진은 묻는다, '당신의 삶엔 식물이 있나요?'

사실 식물 죽이기에는 나만한 실력자가 없었다. 그래서 눈이 번쩍 뜨였던 것 같다. 식물? 식물이라니! [어쩌면 식물을 가꾸는 건 미래를 위한 행동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그루의 나무 안엔 수년, 수백 년의 역사가 숨어 있다. 그 성장을 헤아리는 건, 과거의 아름다운 행적을 좇는 일이기도 했다. 56p.] 이건 너무나 나의 관심사와 맞닿는 정보가 아닌가!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그곳에 있고, 치유의 움직임은 사라지지 않는 상처 위에 덧대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는 필연적으로 상처의 의미를 동반하잖아요. 그렇다면 상처 또한 치유의 의미를 동반하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누구나 상처를 받고 살아가기에 지속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의 행위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105p.]

상처를 깁는 것,

지구의 상처를 깁고,

나의 상처를 깁는 일.

[식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살기 위해 애쓴다. 58p.]

주변에서 반려식물로 추천 받은 '레몬밤'은 다이소 허브 키우기 세트로 간편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고 하니, 이번 주말은 다이소다! +_+ (..응? ..끝?)

나는
절대 포기 하지 않는다.
끝까지
살기 위해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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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왕가리 마타이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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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77년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한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 '왕가리 마타이'의 유작 에세이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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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관심사는 '지구'다. 특히 올 해 들어 지구가 진짜 아프구나.. 자주 생각하게 된다. 피부가 따가워서 햇빛 아래 도무지 나설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절로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왠지 자꾸 '지구'를 '나'로 환원시켜 가며 읽게 되었는데, 가령 [지구가 되살아나도록 돕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돕는 일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거나 지켜 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구는 그 보답으로 우리가 자아를 치유하고 생존해 나가도록 도와줄 것이다. 13p.] 이런 부분에서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방식]이라던가, [핵심 가치]라던가.. 지구를 위한 일이라고 하는 것들에 모두 나를 살리는 방식이 숨어 있는 기분이었다. 읽는 동안 조금씩 주변에 시선을 준 것 만으로도 내 안의 상처들을 돌보는 기분이 들었다. 지구를 가꾸는 것은 나를 가꾸는 일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나날이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이성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삶을 채워가며 사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적이고 감성적인 동물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에 힘이 실린 인간이다. 사고의 기형은 생활의 기형을 낳는다. 균형과 조화를 잃은 나의 모습을 망가진 지구 이곳 저곳에서 발견한다.

습기를 잃은 땅, 그만큼 메마른 마음.

생기 없이 고개 숙인 꽃, 그보다 멀어진 마음들..

근원과 가치의 대립 속에, 나의 자연관과 나의 세계관을 생각해 본다. 내가 지구를 대하는 방식은 또한 인류를 대하는 방식에 반영된다. 나는 지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환경에 대한 사랑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11p.]

'항상', '언제나'의 이름으로 방치되는 수많은 소중함들..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를 그런 자기 파멸로 이끄는 태도는 너무 늦기 전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의식의 변화와 함께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54p.] 이유를 따지고 분석하고 앉아 있을 시간에 일어나 행동해야 한다. 무엇 하나라도, 작은 것이라도 '하면서' 생각을 더해 나가면 될 일이다.

[아주 먼 곳에서 바라보면 전체가 뚜렷하게 다가온다. 61p.]

[공정해지려면,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설 용기와 힘을 얻기 위해 필요한 영적 자원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153p.]

나는 지구를 지킬 수 없다.

내 주변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내겐 가당치 않다.

하지만 나의 작은 행동은 가능하다.

나를 지키고, 내 주변을 지키는 아주 작은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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