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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너 - 힙스터의 도시 베를린에서 만난 삶을 모험하는 몇 가지 방식들
용선미 지음 / 제철소 / 2017년 6월
평점 :
이 책은 베를린의 다양한 사람 냄새, 삶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인터뷰를 모아 엮은 여행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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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에는 별 감흥이 없다.
훌쩍 떠나고 싶다거나, 어디를 가보고 싶다거나 하는 흥미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적은 것 같다. 다만 떠난다는 기대, 그 '가능성'에는 굉장히 구미 당겨하는 편이어서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일단 도서관부터 달려간다. 관련 도서를 쭉 훑어가다 빠져들면, 결국 책만 읽고 말았다-는 그런 사연.
뭐, 어느 쪽이라 해도 준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즐기라면 세상에 둘도 없이 즐기고야 마는 타입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이 너무도 좋았다.
스무 명의 베를리너가 늘어놓은 이야기 속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베를린에서도 서울에서도 삶은 이어진다.
[베를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절대 밀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351p.] [순간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느끼느냐, 또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분명 더 중요하다. "그게 우리 삶을 영화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하이라이트가 없더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 35p.] [베를린에서의 자유는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다. 중요한 건 그것을 좇는 시도와 과정을 통해 무엇을 얻는가에 있다. 모든 일이 결코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보잘것없더라도, 무던히 그리고 꾸준히! 87p.] [스스로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는 순간 알게 돼. 결국 타인의 우려는 그들 자신의 두려움에 불과하다는 것을. 101p.]
인터뷰 속에 담긴 한 편 한 편의 인생들을 꺼내보는 즐거움으로 곁에 둘 이 책을 끝으로 내도록 지고 있던 짐을 내려 놓는다.
'지다'에서 '지우다'로,
자신에게 종용해오던 그 많은 마음들..
그저 함께 해나가고 싶을 뿐이라고
욕심에 욕심을 더하던 나의 오만에도 안녕을 고한다.
물론 알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이미 성장했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만큼 지나친 욕심이었지만 분명 얻은 것 투성이인 시간들이다.
'다녀왔어.' 한 마디로 웃을 수 있는
다시 또 '무던히 그리고 꾸준히' 살아갈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