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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다시 돌봄이 시작되었다 - 요양보호사이자 돌봄 전문가의 가족 돌봄과 자기 돌봄 이야기
백미경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2월
평점 :
중년이 되어 다시 맞딱드린 '돌봄'의 현실을 담아낸 책인
<오십, 다시 돌봄이 시작되었다>는
자녀 양육을 마치면 돌봄의 시간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모의 노화와 건강 문제는 또 다른 돌봄의 시작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며 마주한 저자의 고민과 감정이 담담하게 기록되어 있다.
경험담 뿐만 아니라, 가족 돌봄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
현실적, 경제적, 정서적 문제들을 함께 담아내고 있는데
결국 돌봄은 단순히 가족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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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은 순간부터,
펼친 그 순간에도, 읽는 그 모든 순간에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친할머니를 돌봐주고 계신
친정 부모님이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 가족 가까이서 황혼 육아를 자처하신
시부모님도 생각이 많이 났다.
여전히 누군가를 '돌보고 있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말하지 못할 감정과 고민들, 삶의 이야기들이
스며들어있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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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8시 변함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로 부모님의 안녕을 알 수 있다.'는
한 구절이 내내 내 시선을 머물게 했고, 마음이 먹먹했다.
매일 점심, 우리 부부와 손주들의 안부를 묻는 시아버님의 연락도,
친정아버지의 전화로 매일 저녁 변함 없이 울리는 내 폰이
조용해지는 날이 언젠가는 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매일 매일 전화하기 시작한지도 4~5년이 흘렀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시아버님, 시어머님, 친정아버지와의 통화는
내 하루의 일상 루틴이다.
(물론 남편과 제일 먼저 통화하며 루틴 스타트!)
지금도 여전히 변함 없이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
여전히 돌봐주시는 양가 부모님,
20년 후, 우리도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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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거나,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하는 돌봄,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성숙한 돌봄이다."
돌봄을 그저 힘겹고, 피곤하고, 무겁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닌,
그 안에서의 관계를 돌아보고,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로
'돌봄'이라는 삶의 과제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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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선물하고 싶지만,
미안한 마음이 가득 담긴 선물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우리 부모님도 돌봄을 넘어 늘-봄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