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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숨겨진 이야기 - 돈키호테에서 해리포터까지, 지적 장애를 표현하는 방식에 관하여
마이클 베루베 지음, 방진이 옮김 / 이론과실천 / 2017년 1월
평점 :
나는 발달장애인을 모르면, 마치 소크라테스가 설한 ‘검토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지식인들의 주둥이를 그래서 나는 오래 쳐다본다.
(얼마전 한 방송에서 소설가 장강명이 21세기 최고의 책이라며 가지고 나왔다. 앤드류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그것이다. 장강명은 그 실태에 충격받았고 대안 없음에 혼란한 침묵을 보였다)
발달장애인은 맞아도 이유를 모르고 개선되지 않으며 신고할 줄도 모른다. 아기처럼, 식물인간이나 치매환자처럼.(정신장애인의 지능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이들 앞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와 방식을 묻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아토 퀘이슨 말한 ‘미학적 불안감’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만남의 생기-사건. 특별히 사회 뒷문으로 추방당한 발달장애인들과의 만남에서.(나는 다른 장애인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참고로, 언젠가 나는 뇌성마비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개만도 못한 갑질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왜 왜 왜.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내 생이 부정당하는 충격과 살 떨리는 혼란은 수년간 지속된다.
오죽했으면 그 민감한 시몬 베유는 aesthetic nervousness를 넘어 발달장애인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을까!!!
이 책은 지적 장애를 통해 우리의 읽기의 방식을 바꾸게 한다. 발달장애인은 그냥 등장하는 불쌍한 인간이 아니라 우리의 상식적인 세계관, 인과관계, 정체성, 윤리적 판단 등을 따져 묻게 하는 내러티브 전복 장치로 매복돼 있다.
요컨대 발달 장애인이 서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않더라도 윤리적·정치적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예로,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덤블도어의 여동생 아리애나는 전체 플롯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천재적인 오빠의 인생 방향을 결정짓는 윤리적 축으로 기능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상식’과 ‘합리적 생활’이 ‘어떤 믿음에 기반한 감정’을 무의식적 토대로 하고 있어, 감정이 모든 이성적 판단 근거에 '앞서 있음'을 모르고 있다고 간파한 마사 누스바움을 환기시킨다, 내게는)
그놈의 마음이론과 진화생물학도 장애 앞에서는 한계가 드러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도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나 이상의 <오감도> 앞에서는 지적 장애를 겪는다는 것이다.
(왜 나브코프의 『창백한 불꽃』 읽기에 실패했는지 알게 되어 좋았다. 『돈키호테』 해석은 선을 넘은 듯도 같으나 신선한 일리(一理)의 해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