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탕의 세계사
가와기타 미노루 지음, 장미화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런 책 추천은 참 좋다.
추천해 주지 않으면 약간의 학습 성향을 띠는 이런 책은 잘 읽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교육에 대해 가장 아쉬움이 남은 건
귀와 입을 막고 이루어졌던 엉터리 영어 교육이요,
그 인과관계를 전혀 떠올리기 어렵게 만드는 연대기적 나열인 국사 교육이다.
이 책은 '설탕'이라는 달달하고 친근한 상품을 주인공으로
세계사를 엮어 나간다.
뜬금없게만 여겨지던 영국의 산업혁명, 인클로져 운동
제국주의 식민지 쟁탈 전쟁, 프랑스와의 7년 전쟁, 보스턴 차 사건, 노예해방운동 등
역사적 사건을 입체감 있게 알 수 있게 한다.
차를 들여왔던 동쪽(인도, 중국)과 설탕 플랜테이션 서쪽(카리브해 연안의 남미)에 이르는
세계지도를 선연히 떠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설명은 인상적이다.
살림지식총서 '커피 이야기'와도 그 맥락이 닿는다.
'상품'으로 조명해 보는 역사...
'남북 문제'
세계의 어느 한 쪽은 기아로 죽어가며
다른 한 쪽은 비만을 죄악시하며 다이어트 신화에 집착하는 것.
어느 한 쪽의 아이들은 축구공, 축구화를 만드는 노동에 시달리나, 그것을 가지고 놀지는 못하며
카카오콩은 채취하나 그것이 자신들의 한달치 식량값에 버금가는 한 조각 초콜릿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알지조차 못하는 것.
며칠 전 신문을 보니 애플의 아이패드를 현지 생산하는 중국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애플 본부 직원의 몫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비율이라고 한다.
극심한 착취로 이루어지는 불균형.
'모든 역사학은 현대사다'
'설탕이 있는 곳에 노예가 있다'
아프리카, 남미가 가난한 것은 그들의 국민성이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선진국의 주장은 무섭다.
강토 모두를사탕수수밭 천지로 만들어 버리는 폭력성.
모노컬처로 미래의 성장잠재력까지 빼앗아 버리는 것.
한비자가 말했듯, 사람은 도덕이나 의리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노예해방운동을 들여다보아도 그 추동력을 인간애나 윤리의식에서 찾기는 어렵다.
로맨틱하게만 생각했던 영국식 아침식사(English breakfast)와 오후의 티타임(Tea Break)
이면에는 유럽인들에게 사냥되어 고향 아프리카와 엄마 품을 떠나 대서양 너머 카리브해 플렌테이션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했던 흑인 노예의 비참한 슬픔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슬픔은 럼주로, 흑인 영가로 달래어졌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