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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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아니더라도, 여러 작가들이 추천하는 필독서 '백년의 고독'.

 

라틴아메리카가 물리적, 정서적 배경이다.

나른한 더위와 낮잠. 끊임없이 공격하는 벌레들

그 먼 곳의 냄새를 상상하며 책장을 넘긴다.

 

길가메쉬, 오디세우스, 불멸의 연금술, 그리스 로마신화,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컴플렉스, 성경, 아라비안나이트 등

다양한 문학적 층위를 품고 있는 소설이다.

 

부엔디아 가문의 백년 동안의 흥망의 기록.

호세 아르까디오와 우르술라는 아담과 하와.

마꼰도는 에덴 동산.

 

원시적이고, 자원이 풍부하고, 죽음을 모르던 마꼰도 에덴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카톨릭, 제국주의의 바나나 공장들이 들어서며 점점 변질되고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 역시 식과 색에의 탐닉, 가문의 문장처럼 새겨진 고독의 힘에 의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책의 끝에 가 보면 허무하고, 씁쓸하고, 무력하게도

부엔디아 가문의 영욕은 집시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이미 기록된 대로

이루어지는 묵시론적, 결정론적 운명의 행로다.

 

'가문의 첫사람은 나무에 묶여 사라지고, 가문의 마지막 사람은 개미밥이 된다'

 

6대에 걸친 여러 인물들의 성정, 삶은 당연하게도 각기 달라 개별성을 잃지 않으나

그것을 관통하는 섬뜩한 반복성은 책을 읽는 내내 전율을 일으킨다.

 

고독을 타고나든, 아니든 삶의 어느 순간부터는 누구나 고독해지고

고독 속에서 홀로 죽는다.

 

고독의 양태들...

 

황금을 녹여 황금물고기를 만들고, 그걸 판 금화를 녹여 다시 황금물고기를 만드는, 사랑할 줄 모르는 부엔디아 대령

자신의 수의를 가장 정성들여 짰다가, 다시 풀고, 다시 짜는, 사랑을 한평생 거부한 아마란따.

노령으로 시력을 잃었으나 오히려 모든 걸 잘 볼 수 있게 된 우르술라

가장 아름다웠으나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홀로 죽어간 페르난타

 

이름짓기로 운명 지어지는 것.

아르까디오라는 이름의 사내는 몸집이 크고, 모험을 좋아하며, 육체적이다.

아우렐리아노라고 이름붙인 아들들은 명민하고, 어둡고, 우울하며, 사색적이다.

 

그리고 마술적 리얼리즘

총살당한 아르까디오의 피가 어머니 우르술라에게로 가는 장면.

아우렐리아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는 곳마다 노랑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곳곳에 초현실적인 문장과 표현들이 있으나, 그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황당하지 않고

아름답게 소설의 맥락을 이어주고 있는 것이 또한 책을 읽는 내내 감탄스러웠다.

 

사촌과 결혼한 우르술라는 돼지꼬리를 단 아이를 낳는 근친상간의 저주가 두려워

후손에게 늘 경고했으나, 가문을 관통하는 근친상간에의 끝없는 이끌림은

결국 파국을 초래한다.

 

가문 전체를 통틀어 사랑으로 아이를 낳는 첫 연인은 이모와 조카 사이로

열정적이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랑을 거부하지 못하고

돼지꼬리를 단 아이를 낳았으며, 그 어미는 하혈로,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개미밥으로,

그 아비는 멜키아데스의 양피지를 해독하며 그 방에 갇힌 채로 가문의 종말을 예고한다.

 

죽음의 양태들도 각기 다르지만, 하나같이 가장 소중한 추억을 현재인 양 떠올리며 죽음을 맞는다.

출생의 풋풋함과 순수함은 성애와 권력욕 등으로 퇴색되는데, 이 모든 게 계속 반복된다.

 

'시간은 둥그렇게 돈다'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 또한 있어 참으로 둔중한 무게감의 책읽기였다.

가격으로 따지면 ㅋㅋㅋ

백만원? 훗~

작가가 23년 동안 구상하고 18개월동안 쓴 책...

 

그만큼 정신의 소모량도 엄청나 이제 한숨 고르고

미경이가 빌려준 '해를 품은 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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