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예쁘다.
그리고 조금은 웃기다.

소설보다 만화보다 재밌어 밤새 읽는다.
작가는 여자다^^ 누가 봐도 남자 이름인데.

'몸에 기록하다.'
음악을, 책을, 그림을, 여행을 뇌는 기억하지 않아도 몸은 기억한단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우듯.

타고난 어둡고 우울한 기질을 검은 건반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읽으니, 먹먹하다.

(작가의 남편은 책을 읽다 좋은 부분이 나오면 꼭 읽어 주고, 그 책을 정리한 글을 써서 보여 준단다. 이런 남편이라니.)

♡ 밑줄긋기♡

내게는 울림이 있었다. 이 책들 때문에 알지 못하던 세계로 연결되었다. 이 책들 때문에 인생의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그때의 내가 궁금해서 다시 그 책을 읽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책을 발견한다. 새로운 감정으로 줄을 긋는다.

엄마, 나는 내가 검은 건반이어서 좋아.

나에게 인생을 잘 살 수 밖에 없는 기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기본기를 키우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고,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옥하게 가꿔진 토양이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카피도 쓰고,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1-31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야통신, 나의 서양미술순례에 이어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

전작에 비해 어두움은 살짝 덜어내고 세월의 흐름 위에 자연스레 덧입혀진 여유와 관조가 돋보인다.

잘츠부르크 음악제를 인생의 파트너와 함께 11년 넘게 찾는다. 아침에 산책하고, 오후에 글을 쓰고 밤엔 예약한 오페라, 실내악을 들으러 연주회장으로 간다. 그가 고백하듯 이보다 더한 사치가 있으랴.

아우슈비츠엔 수인 오케스트라가 있단다. 강제징용소냐 가스실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새로 입소하는 유대인을 맞이하는 관현악. 이런 곳에도 음악이...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 그 음악은 치명적인 상흔으로 새겨진다.

음악에 대한 동경은 고교 시절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억지로 그 작곡가와 작품 제목을 외우게 했던 시험에서 시작되었을까.

이후로도 동경에 머무르고 있지만 cd라도 구입해 조금씩 들어보려 한다.


in book

음악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한없는 청순과 고귀함, 그리고 바닥 모를 질투와 욕망을 동시에 지닌 존재, 이쪽의 이해를 거부하면서 끌어당기고는 다시 뿌리치고 농락해 마지 않는 존재.

나는 '음의 세계와 색을 즐기는 곳'에 있어서는 안된다. 내가 몸을 두어야 할 곳은 예컨대 한국의 감옥이 그렇겠지만 음도 색도 없이 치열한 투쟁만이 있는 그런 세계인 것이다. 원래 나는 그런 세계의 인간이고 그런 세계로 돌아가야 할 존재인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고독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엿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소설쓰기와 달리기라는 행위의 연결.
인생의 기록을 이런 식으로 남기는 건 멋진 일이다.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되, 테마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적당히' 드러내 보이는 것.
자기 삶의 궤적을 자신이 쓰는 글을 통해 다시 따져 보는 것.
이런 식의 회고록(자서전), 자기계발서라면 거부감이 없겠다.
'적당히' 교훈이 몸 안에 스며드는 일.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다.
고독한 정신행위, 근육을 단련시키는 육체행위로서의 달리기.
하루키는 달리기를 택했지만
누군가의 삶 속에도 비우기, 연소하기, 날려 버리기를 위한 어떠한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러너의 맥박수는 달리기를 거듭할수록 어떤 기준 이하로 떨어진다.
근육의 형태도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다.
이루고자 하는 일을 향해 꾸준히 몸과 정신을 단련하다.
느리게 달릴지언정 걸어가지는 않는다. 
in book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 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 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100킬로를 혼자서 계속 달린다는 행위 속에 얼마만큼의 일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일상성에서 크게 일탈한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가 항상 그렇듯,
아마도 어떤 종류의 특별한 의식을 당신의 의식에 반영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관조에 몇가지 새로운 요소를 덧붙이는 것이다.
그 결과로서 당신 인생의 광경은 그 색깔과 형상을 바꾸어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많건 적건, 좋건, 나쁘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기타노 다케시. 
만담 코미디언, 배우, 영화감독. 

생사, 교육, 예법, 관계, 영화에 대한 생각을 쉽고 솔직하고 간명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생각, 패러독스가 뿜어내는 진실, 진지함 가운데에서도 놓치지 않는 유머.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생에 대해 담담하게, 덤인 양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단지, 태양 뒷면에 숨겨진 소행성의 존재를 3일 전에 안다면 지구의 끝을 예견할 수 있듯이, 3일 전에만 죽음의 시기를 알았으면 좋겠단다. 죽고 나면 지우개로 지우듯 모든게 끝이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지만, 한편 물질이 아닌 진동의 기운이 지구에 넘쳐나는 걸로 보아, 어떤 영혼의 존재도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 

세상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고, 무조건적인 칭찬이 라이벌을 죽이는 방법이라고, 아이에게 아부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생애 최초의 벽, 세상엔  안되는 일이 더 많다는 걸 알려주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 

서로가 힘들 때 도와주겠다는 마음은 우정이 아니라, 보험약관 같은 것이라며, 우정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네가 힘들 때 나는 네 옆에 있겠지만, 내가 힘들 때 나는 너를 절대 찾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 

몰입, 집중, 온 정신을 쏟아붓는, 자신을 위해 만드는 예술... 예술이 없어도 사람은 먹고 살고,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무슨 소용일까를 생각하면서도 영화를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사람. 

진정한 어른의 예법과 수줍음, 절도와 배려. 
반대의 심상, 정체되지 않는 자유로운 흐름을 추구하는 멋쟁이인 듯. 

그를 알고 나니, 영화 '하나비' 를 보고 싶다. 

in book

물체는 심하게 흔들리면 그만큼 마찰이 커진다. 
인간도 심하게 움직이면 열이 난다. 옆에서 보면 분명 빛나고 있는 인간이 부러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빛나고 있는 본인은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다. 

묘한 이야기지만 인생의 기쁨과 슬픔도 근본적으로 그런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원래 아무런 색도 없다. 거기에 기쁨이니 슬픔이니 하는 색을 입히는 것은 인간이다.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는 결국 모든 실패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더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 오늘 진 것은 노력이 부족했던 것 뿐이다' 아이들에게 계속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싹수가 노란 만화가 지망생의 귓가에다 '열심히만 하면 언젠가는 잘될거야'라고 속삭여 주는 것과 같다. 이것은 애정도 뭣도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놈은 안된다.

자유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테두리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한다.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하는 세계, 즉 테두리가 없는 세계에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혼돈이다.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어디 한 군데 부러져 긴긴 시간 입원을 하거나
예기치 않은 어떤 사건으로 삶에 크나큰 공백이 생길 경우에만 특별히
읽을 용기를 낼 수 있을 만큼 길고도 위대한 영혼의 저작이다.
 
원작을 읽어볼 생각은 애당초 못하고
프루스트에 관한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든다.
이번에도 제목은 엔지.
원제가 훨씬 책의 내용에 적합하다.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
프루스트의 생애, 글, 사상, 주변인들의 평가를 다 풀어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알려 주는 식이다.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자신을 위한 독서법, 여유있게 사는 법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감정을 표현하는 법,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상에 눈 뜨는 법,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책을 치워 버리는 법.
 
알랭 드 보통은 다작을 하지만
각 책마다 주제 선정의 독특함이 있어
어떤 책이든 다 읽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는 프루스트를 읽고는 절망했다고 한다.
세심한, 영혼을 울리는 그의 문장에 질려,
자기 글을 쓰기까지 프루스트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심약한 육체, 괴이할 정도로 예민한 영혼,
법률가나 은행가나 학자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직업들은 이룰 의지도 능력도 없었지만
세상의 일들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통찰하는 천재적 능력으로 위대한 저작을 만들어 낸 프루스트.
그의 부족한 점들이 오히려 그를 영원한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in book
 
행복은 몸에 좋다. 그러나 정신의 힘을 길러 주는 것은 고뇌다.
 
친교란 결국은 '우리가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믿지 않게 하려는 거짓말'
 
책이란 우리가 습관 속에서, 사회 속에서, 결함 속에서 표출하는 자아와는 구별되는
또 다른 자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현실 자체와는 매우 다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현실 자체로 받아 들이는 표현 형태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바를 나타내는 습관
 
허영, 열정, 모방심리, 추상적인 지성, 습관이 오랫동안 우리의 눈을 가려 왔으며
예술의 과제란 그것들을 치우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예술은 우리를,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숨겨져 있는 깊은 층위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독서에서 친교는 갑자기 그 본래적인 순수성을 회복한다.
책에는 거짓 상냥함이 없다. 우리가 이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실로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에게는 '종결'이라고 불릴 수 있지만, 독자에게는 '자극'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책들의 위대하고 놀라운 성격 중의 하나다.(그것은 우리의 정신적 삶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본질적이지만 동시에 제한된 역할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저자가 떠나버린 곳에서 자신의 지혜가 시작된다고
매우 강하게 느끼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에게 소망을 부여하는 것밖에 없는데도 그가 우리에게 답을 주기를 원한다.
이것이 독서의 가치이자 그것의 부적절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