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의 사과 - 현대사상가들의 세잔 읽기
전영백 지음 / 한길아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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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40년 동안의 긴 분투 끝에 세잔은 하나의 사과를 충분히 아는 데 성공했다"

현대미술의 아버지(이 표현은 참 상투적이네), 모더니스트, 색채의 화가 폴 세잔의 예술을  미술사학, 철학자의 사상으로 풀어 나간다. 어려운 듯 하지만 읽는 맛이 남다르다. 이해 안되는 건 넘어가고 직관적으로 술술 읽어 나간다. 

크리스테바와 멜랑콜리 미학, 프로이트와 성 표상, 바타유의 에로티즘,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라캉의 주체, 메를로퐁티의 회의. 이렇게 여섯 사상을 축으로 세잔을 이야기한다. 

클리셰 배제, 참조와 차이, 부동성, 사과성, 자기 응시. 
세잔 해설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대 철학 입문서이기도 하고 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가와 사상가의 개별적 삶과 그들이 남긴 각기 다른 개별적 성과를 생각해 보게 한다. 

양장본에 종이도 매끄러워 사 놓고 다시 읽어 보면 좋을 듯. 

이런 책을 재미있다고 느끼다니 나 점점 이상해져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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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 성애와 창조성의 비밀에 관한 인문학적 탐구
대니얼 불런 지음, 최다인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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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반자 관계의 의의는 두 고독한 존재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데 있는 반면, 자신을 완전하게 내던지는 행위는 어떤 것이든 본질적으로 관계에 해롭다.'

살로메와 수많은 편지로 평생의 교감을 나누었던 릴케의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과업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며 자기 안으로 들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단단히 붙들어 반드시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도덕과 열정의 관점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강하며 예술적 성취로 이어지는 관계...

샤르트르와 지적 사랑을 나누었던 보부아르의 일기. 
'우리 관계는 격렬한 열정이라기보다... 행복이었다. 읽고 사색하기를 그토록 사랑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토록 생기 넘치고 행복하며, 그렇게 풍요로운 미래를 그려본 적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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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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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작가 본인의 컴플렉스에서 출발하여 사례, 문헌 연구와 인터뷰 등을 통해 방대하게 쓴 책이다. 

스스로 놀라운 건 난 저런 연구를 하지 않고도 작가와 같은 고민을 거쳐 왔고  스스로 대응방식도 만들어 왔고 결론도 동일하다는 것.(잘난 체가 심한가?)
완벽하게 공감이 되니 오히려 더 야릇한 기분이다. 내가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없다. 물론 전문 용어나 폭넓은 케이스를 읽는 즐거움은 있지만.

그나저나 내향적인 사람은 좀 힘들긴 하다. 
회사나 학교, 모임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겨우니. 
치유 시간도, 자기만의 공간도 필요하니. 

내향성이 가진 내면의 힘과 집중력을 극대화하고 컴플렉스로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어린 나이에 어른들이 일깨워 주었다면, 타고난 기질 자체를 존중해 주는 사회 분위기라면 한 조직의 1/3~절반에 달하는 내향적 사람들의 고통이 덜할텐데. 

참관수업 갔을 때 성지가 손들어 발표하지 않는 게 부모 입장에서 서운했지만 난 성지에게 발표를 잘해야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집에 와서 말하지 않는다. 그건 나를 닮은 그 아이의 기질이고 그 아인 다른 장점을 충분히 가진 아이니까. 

심리학 책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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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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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 사랑하는 철학자는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그 중 수상록의 작가 몽테뉴가 관심을 끈다. 육체와 영혼을 공히 두루 살폈고 문화의 차이, 낯섬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오는 위험한 편견을 경계했으며, 현학적인 학문보다 생에 행복과 건강을 주는 지혜를 강조한...

소크라테스의 흔들림 없는 용기와 이성, 소박하고 건강한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 네로의 가정교사로 네로의 명에 의해 자살한 스토아학파의 세네카도 인상적이다. 

부적절하고 가난하고 좌절하고 상심하며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에게 철학의 지혜로 위안을 주려하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통일성 있는 흐름이 참 좋다. 

그리스 로마 시대 철학자의 삶과 생각을 3D로 조명.. 손에 잡힐 듯 한데다 현대의 우리에게 말을 걸듯이 풀어놓는 재주의 유려함에는 그저 감탄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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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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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는 내 취향은 아니다. 
난데없이 환상이 끼어들고, 인물들은 기행을 일삼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걸 잃는 파탄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소설이라는 서사가 본질적으로 갖추어야  할 스토리의 힘이 강해서 어찌 됐든 끝까지 읽게 되고, 다음 책을 또 찾게 된다. 

이 소설. 불과 몇 페이지를 남겨 둘 때까지는 맥 빠질 정도의 희망, 해피엔딩으로 급류 타듯 몰아 가길래 아, 이건 수상하다, 폴 오스터가 이런 결말을 마련하진 않았을텐데 하고 심히 의심했다. 아니나다를까 그런 낙관을 여지없이 뭉개고 비웃는 마지막 몇장. 

아둥바둥 각자의 현실에서 출구를 찾고 나름의 반항을 해 보기도 하지만, 거대한 운명의 장난, 우연의 화학작용 앞에 이르면 폭풍 속 조각배처럼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여러 작품을 통해 역설한다. 

원치 않는 우울한 결말을 늘 선보이는 작가지만, 매력적이라는 건 그럼에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in book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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