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폴 오스터는 내 취향은 아니다. 
난데없이 환상이 끼어들고, 인물들은 기행을 일삼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걸 잃는 파탄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소설이라는 서사가 본질적으로 갖추어야  할 스토리의 힘이 강해서 어찌 됐든 끝까지 읽게 되고, 다음 책을 또 찾게 된다. 

이 소설. 불과 몇 페이지를 남겨 둘 때까지는 맥 빠질 정도의 희망, 해피엔딩으로 급류 타듯 몰아 가길래 아, 이건 수상하다, 폴 오스터가 이런 결말을 마련하진 않았을텐데 하고 심히 의심했다. 아니나다를까 그런 낙관을 여지없이 뭉개고 비웃는 마지막 몇장. 

아둥바둥 각자의 현실에서 출구를 찾고 나름의 반항을 해 보기도 하지만, 거대한 운명의 장난, 우연의 화학작용 앞에 이르면 폭풍 속 조각배처럼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여러 작품을 통해 역설한다. 

원치 않는 우울한 결말을 늘 선보이는 작가지만, 매력적이라는 건 그럼에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in book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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