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서만필 - 책에 취해 마음 가는 대로 쓰다
장석주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 책에 취해 마음 가는 대로 쓰다 "


시인이자 문필가인 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다.

총 8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서양의 철학, 문학, 인문학, 논쟁거리(이를테면 육식, 환경, 홀로코스트, 소수자의 인권 등), 예술, 건축, 여행, 사랑까지 광대한 지식과 사유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한다. 작가의 수사학과 다방면에 걸친 논담에 푹 빠져 탐욕스럽게 읽어 치웠다.


20살부터 하루 한 권을 목표로 책 읽기에 몰입했다는 작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생업에 종사하는 사유로 겨우겨우 갈증을 면할 정도로만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시기를 가장 안타까워한다. 지금은 전업작가로서 책읽기와 글쓰기에만 전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반가통의 앎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겸양의 미덕을 보인다. 전가통의 작가, 보르헤스(50대 후반에 시력을 잃었으나 귀를 통해 독서한 아르헨티나 작가), 이덕무(평생 읽은 책이 2만권), 다치바나 다카시(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일본 작가) 등을 존경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벌이만을 추구하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글쓰고, 생각하는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간소하게 먹고, 소박하게 입고, 걷기의 즐거움을 누리는...


감각의 박물학, 나는 춤이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 한창기의 뿌리 깊은 나무의 생각, 행복의 건축, 일요일의 마음, 파리는 여자였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작품, 성석제 산문 등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한아름 선물 받았다.


요네하라 마리와는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작가에게 감사를...


in book

쟁기와 칼은 손의 확장이다. 망원경은 눈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그 이상이다. 책은 기억의 확장이다. - 보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더 단순하게 살라. 삶을 단순화시키면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는 더 많은 시간들을 찾아낼 것이다. 이 순간의 삶을 살라. 삶은 지금 여기에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걸 꽉 붙잡으라. 공부를 멈추기 마라. 끊임없이 뭔가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마라. 그 방법은 좋은 책을 찾아 읽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삶을 빈곤하게 만드는 걱정이 줄고 삶은 윤택하고 풍요로워진다.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지혜라는 자산을 끌어다 미래를 위해 쓰는 투자고, 내일을 향해 사는 삶의 방식이다. - 다치바나 다카시


세계는 거대한 사막이고 책은 오아시스다. 나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다.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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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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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Les Iles "


장 그르니에 선집 중 제일 먼저 고른 책이다.

'일상적인 삶', '어느 개의 죽음', '카뮈를 추억하며' 등 다른 책도 읽어야지.


작가는 프랑스의 소설가,철학가이다.

이 책도 철학적인 사유가 가득한 철학 에세이이다.

알베르 카뮈가 장문의 서문을 썼다는 게 인상적이다.

" 알제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 이외에는

비길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


철학에 약한 나는 물론 빨리 읽긴 했지만, 전혀 이해를 못 하고 그냥 읽어 넘겼다.

그럼에도 문장의 끌어 당기는 힘이 탁월하다. 시집과 같은 느낌...

사 두고 열어 보고, 열어 보고 하다 보면 한 문장씩 깊이 이해할 수 있겠지.


in book


문득 그 공(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p33(空의 매혹)


물루는 내가 잠깰 때마다 세계와 나 사이에

다시 살아나는 저 거리감을 없애 준다. p-41(고양이 물루)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77 (케르겔렌 군도)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 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 쪽이다. -p90(케르겔렌 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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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네버랜드 클래식 13
케니스 그레이엄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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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ind in the Willows "


고전으로 자리잡은 영국 동화이다. 클래식 시리즈에서는 곰 푸우를 그린 하워드 쉐퍼드의 삽화가 그려져 있다. 두꺼비,물쥐,오소리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강변 마을에서의 생활과 모험을 그리고 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베드타임 스토리로 좋아했던 이야기란다.

작가인 그레이엄이 외아들을 위해 들려 준 에피소드를 묶어 만들었다.


예전 계몽사 문고에서는 '두꺼비 영웅' 또는 'Hero Toad'라고 번역되어 출간되었단다.

어릴 적, 나는 아마 제목을 보고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여자아이 취향으로 영웅이나 두꺼비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펼쳐 보지도 않았던 듯하다.


동화임에도 인생을 풀어놓은 책.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보고 싶은 책.


in book


 "젊은 친구, 당신도 같이 갑시다.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요. 그래도, 남쪽 나라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려 줄 거예요. 모험을 합시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니, 부름에 응답해요! 그저 문을 닫고 기분 좋게 나서면, 옛 생활을 벗어나 새 인생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그러다 어느 날, 잔을 다 비우고 연극도 다 봤다면 집으로 돌아와서, 조용히 강가에 앉아서 추억을 친구 삼으면 되는 거죠. 당신은 젊으니까 곧 나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요. 나야 나이가 들어서 천천히 걸으니까. 내가 자주 뒤를 돌아보지요. 아마 당신은 날 따라 오게 될 거예요. 가벼운 마음으로 얼굴에 남쪽 나라를 담고서!"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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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설에 빠지다 - 금오신화에서 호질까지 맛있게 읽기
조혜란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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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고전 소설은 어렵고 난해하다.

꼭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황당한 설정과 억지스런 구성이 난해하다.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끙끙대며 외웠던 기억, 한자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들이 뒤섞여, 교과서에 나왔던 소설들은 되도록 멀리하곤 했다.

그 소설을 접하면 학창시절의 악몽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주제를 찾아야 될 것 같고, 시대적 배경도 떠올려야 하고, 작가는 누군지...


이 책도 평이 좋아서 들긴 했으나, 영 공부하는 기분으로 책장을 펼쳤다.

그런데 웬 걸 몇 시간 만에 뚝딱 읽어 버렸다.

고전 소설을 어렵지 않게 현대어로 통역한 솜씨가 과연 전문가다 싶다.

어설프게 안다면 이렇게 쉽고 흡인력 있게 풀어내지 못했을 테니...


사랑, 전쟁, 양반사회, 통렬한 지성 등 4개 부분으로 나눠 구성된다.

전쟁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비참하여 금방 읽고 넘어갔지만,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이생규장전"이나 눈을 쓸며 사랑을 만나는 소설(掃雪) 등

사랑 이야기는 현대인의 사랑과는 다른 나붓나붓하고 동양화 같은 정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원전을 읽긴 어렵겠지만, 이렇게 재밌게 우리 고전을 풀어 쓰는 작가가 있으니

든든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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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
차유진 지음.그림.사진 / 모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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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또 책 감상에 관한 책을 고르고 말았다.

제대로 된 원전을 읽어야 하는데, 자꾸 이런 책을 고르는 건 조급증 내지 욕심이다.

저자의 목록만으로 그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착각이거나, 최소한 낯선 작가나 작품에 대한 식견을 빠른 시간에 캐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 책은 요리를 테마로 한 서평이다.

요리를 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책 속의 음식 이야기는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자

몇 십년이 지난 뒤에도 감각을 붙들어 놓는 매력적인 요소다.


저자와 또래여서 그런지 선택한 책들과, 음식에 대한 감상도 코드가 맞다.

책과 요리를 버무린 솜씨가 소박하면서도 심플하고, 다정하다.


이를테면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디가 휴가 때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다른 여학생들과

같이 기숙사에서 사탕을 만들어 먹은 이야기 속의 그 달콤한 끈적끈적함은 손에 닿을 듯

생생하다.


하루키의 샌드위치와 햄버거 스테이크, 레마르크의 칼바도스, 프로방스의 허브들에 이르면

오감이 열리는 듯 하다.


저자가 직접 그려 넣은 삽화도 친근하고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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