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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감각에 관해 400페이지 넘게 기술한 인문 서적이다.
책읽기는 영양소 섭취다.
소설, 에세이, 인문학을 돌아가면서 읽게 된다.
굳이 규칙을 정하지 않아도
심플한 문장의 산뜻한 소설을 읽은 뒤엔
모르는 단어가 흘러 넘치는 지적인 책을 집어 들게 된다.
시각,후각,청각 등 인간의 감각을 주제로 한 매력적인 책이다.
박물학이라는 제목처럼 시각에 대해 말한다면
역사,신화,경험 등 시각에 관련된 모든 것을 나열하는 식이다.
감각은 아름다움과 행복에 도달하는 경이로움이다.
봄날.
연한 핑크의 벚꽃이 질라치면 그보다 더 진한 연산홍이 피고
앙증맞은 팬지, 제비꽃, 앵초의 보랏빛... 수선화, 튤립의 노란빛...
여러 꽃들의 향기가 또 마음을 아득하게 한다.
봄은 감각 축복의 계절이며, 아름다워서 참 슬픈 나날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앓는다.
<책 속에서...>
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 어떤 향기가 순간적으로 스쳐가면 덤불 속에 감춰져 있던 지뢰처럼 기억은 슬며시 폭발한다.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모든 추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수많은 영상들이 덤불 속에서 튀어 오른다.
로댕의 키스...
거칠고 굶주린 키스가 있는가 하면, 장난 같은 키스가 있고, 앵무새의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키스도 있다. 복잡한 사랑의 언어 가운데, 입술이 닿았을 때
입술로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그것은 키스로 봉한 말없는 계약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죽음 이후에 나는 당연히 촛불처럼 훅 꺼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지나치게 열심히 노력한 것, 가끔씩 서툴렀던 것, 타인을 너무 깊이 사랑한 것, 자연에 대해 지나친 호기심을 품은 것, 경험에 대해 지나치게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것, 생을 속속들이 알기 위해 쉬지 않고 감각의 소비를 즐긴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생의 많은 구경거리에 대해 진지하고 겸손한 관객이 되려고 노력했다면, 가끔씩 어색해 보였거나, 지저분했거나, 바보스러운 질문을 던졌거나, 자신의 무지를 드러냈거나, 옳지 않은 이야기를 했거나
아이들처럼 신기해하며 기뻐했던 것이 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축축한 여성용 슬리퍼 속에 어떤 벌레가 사는지 보려고
열댓개의 슬리퍼 속에 손을 집어넣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은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했어도 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우편물을 가지러 나온 이웃집 여자가 내가 한 손에는 편지뭉치를 들고 다른 손에는 불붙은 듯 새빨간 단풍잎 하나를 들고
그 색채에 전기충격을 받은 듯 활짝 웃음을 머금은 채, 잎맥이 그물같이 퍼져 있는 화려한 잎새 한 장에 몸이 마비되어
추위 속에 꼼짝않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죽음 이후에, 그것은 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렇게 썼다.
"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기 위해서 여행한다. 나는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여행한다.
가장 멋진 일은 움직이는 것이다."
가장 멋진 일,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 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이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인생은 신비에서 시작되었고 신비로 끝날 테지만, 그
사이에는 얼마나 거칠고 아름다운 땅이 놓여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