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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58. 연을 쫓는 아이('11-12) 회환과 눈물, 희망의 대서사시
오랜만에 장편소설의 스토리에 빠지다.
처음엔 생소한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읽기가 힘들었는데
스토리를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손을 뗄 수가 없다.
아프가니스탄과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돕는 책이다.
생경하게만 느껴지던 이슬람 문화의 어떤 진실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마음을 흔드는 건 각 등장인물의 인간적인 번뇌와 고통의 섬세한 묘사에 있다.
유년시절의 향수, 젊은 날의 격정, 육체의 쇠락, 죽음...
아미르의 순수한 영혼의 떨림에 나도 마음이 떨린다.
하산을 배반한 후 죄책감에 늘 시달리고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그를 보며, 나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눈물이 난다.
아세프에게 결국 죽기 직전까지 폭행을 당하던 때 오히려 드디어 웃을 수 있게 된 아미르... 하산에 대한 사랑이 짙은 만큼 상처도 깊다.
그럴 줄 알면서도, 고통에 시달릴 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때가 있다.
그 이후엔 모든 것이 달라져 버리고 절대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 죄는 고스란히 내 심장에 남아 있다.
그 대가도 여전히 치러야만 한다.
페르시아어의 독특한 어휘가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옐다'
마음이 괴로운 연인들이 밤새 뜬눈으로 끝없는 어둠을 견디면서 해가 뜨고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 별이 없는 밤을 의미한다.
만약 연인을 금요일에 만나고 월요일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토요일과 일요일밤은 불면의 '옐다'가 되는 것이다.
'젠다기 미그자라'
삶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느리게 앞으로 나아간다.
시작과 끝, 캄야브(행)와 나캄(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
장면마다 아름답고 슬픈 책.
연싸움을 하는 겨울, 석류나무 아래에서의 책읽어주기
하산과 라임칸의 편지글의 뭉클함...
영화로도 보고 싶다.
in book
1975년의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해 겨울로 인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도둑질만큼 큰 죄는 없다. 세상의 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형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너는 진실에 대한 누군가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소랍의 방문을 닫으며 용서는 그렇게 싹트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공정한 건 아니다만, 며칠동안, 아니 단 하루에 있었던 일이 인생의 행로를 바꿔놓을 수도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