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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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본 영화 "연인"

누구랑 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제인마치의 열연과 소녀의 에로틱함으로

정말 유명했었기 때문에 아마 영화관에서 봤을 거다.

당시 우리 나이랑 비슷했던 소녀의 광적인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땐 내가 어려서인지 지독하게 야하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다시 그 영화의 영상이 뚜렷하게 내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라

원작소설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줄거리를 시간 순서로 나열하지 않은 점

인물들의 행동의 결정적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마음을 그림 그리듯 세부적으로 표현한 점

슬픔이 어느 문장에든 깔려 있다는 점

뒤라스의 소설은 이런 이유로 말할 수 없이 우아하고

감탄을 자아내게끔 하는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사랑은 광기이다.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다.

비난할 필요도 없다.

 

아프니까, 지독히 아프니까

폭풍우를 만난 바다 위의 배와 같으니까 

in book 

 
나는 당시 어머니가 때때로 빠져 들었을 어떤 정신 상태, 사진을 찍던 당시 어린 나이의 우리로서도 예감할 수 있었던

상태를 다시 느낀다. 갑자기 그녀가 더 이상 우리를 씻겨 주거나, 우리에게 옷을 입혀 주거나, 음식을 챙겨 주는

일조차도 할 수 없는 상태 말이다. 삶에 대한 암담한 절망, 어머니는 날마다 그 절망에 시달리며 지냈다.

절망은 때로는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때로는 하룻밤 지나면 사라지기도 했다. 나는 그 절망에 완전히 절망해 버린

어머니를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지녔다. 그 절망은 너무나 순수해 인생의 행복조차도, 이따금 그 행복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었을지라도 그 절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었다.

 

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깨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 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그녀의 기억 속에서 수많은 밤과 밤 사이에 흐릿해져 버린 그날 밤에 대해, 갑자기 그녀는 확신이 들었다. 한 어린

소녀가 그 배 위에서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순간,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쇼팽의 음악이 큰 소리로 울려 퍼졌을 때,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었다. 음악은 어두운 여객선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갔다. 무엇과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하늘의 지시처럼, 뜻을 알 수 없는 신의 명령처럼, 그 음악은 울려 퍼졌다. 소녀는 일어섰다. 마치

이번에는 자기가 달려가 자살하려는 것처럼, 바다에 몸을 던지려는 것처럼. 그리고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콜랑의

그 남자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현듯 예전에 자신이 콜랑의 남자에 대해 가졌던 감정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런 종류의 사랑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제 그는 모래 속에 스며든 물처럼 이야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이제야, 쇼팽의 음악이 큰 소리로 퍼지는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겨우 다시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작은 오빠가 죽은 후에야 그의 불멸을 기억해 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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