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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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통신, 나의 서양미술순례에 이어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

전작에 비해 어두움은 살짝 덜어내고 세월의 흐름 위에 자연스레 덧입혀진 여유와 관조가 돋보인다.

잘츠부르크 음악제를 인생의 파트너와 함께 11년 넘게 찾는다. 아침에 산책하고, 오후에 글을 쓰고 밤엔 예약한 오페라, 실내악을 들으러 연주회장으로 간다. 그가 고백하듯 이보다 더한 사치가 있으랴.

아우슈비츠엔 수인 오케스트라가 있단다. 강제징용소냐 가스실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새로 입소하는 유대인을 맞이하는 관현악. 이런 곳에도 음악이...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 그 음악은 치명적인 상흔으로 새겨진다.

음악에 대한 동경은 고교 시절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억지로 그 작곡가와 작품 제목을 외우게 했던 시험에서 시작되었을까.

이후로도 동경에 머무르고 있지만 cd라도 구입해 조금씩 들어보려 한다.


in book

음악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한없는 청순과 고귀함, 그리고 바닥 모를 질투와 욕망을 동시에 지닌 존재, 이쪽의 이해를 거부하면서 끌어당기고는 다시 뿌리치고 농락해 마지 않는 존재.

나는 '음의 세계와 색을 즐기는 곳'에 있어서는 안된다. 내가 몸을 두어야 할 곳은 예컨대 한국의 감옥이 그렇겠지만 음도 색도 없이 치열한 투쟁만이 있는 그런 세계인 것이다. 원래 나는 그런 세계의 인간이고 그런 세계로 돌아가야 할 존재인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고독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엿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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