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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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누가 쓴 책인지 관심도 없었다. 그저 레몬이 표지라는 것 만으로도 난 기뻤으니까. 말도 못하게 상큼하면서도 어딘가 뾰루퉁하며 단단히 토라진 듯 보이는 레몬이, 나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여기저기에 레몬이 들어가는 아이디와 닉으로 도배를 했을까. 레몬에 관한 책이라 기뻐하며 읽어나가는 도중, 시원스럽고 간결한 문체이지만 뭔가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저자 확인을 위해 앞표지를 자세히 살피니 아니나다를까, 황경신. 나는 페이퍼 시절부터 황경신식 글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문체는 단정(?)하고 깔끔한 문체이며 언제나 직선적, 단정적이다. 직선적이고 단정적인 문체의 경우, 그렇게 말하게 된 확고한 결의나 사유가 있어야만 타인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다.

그러나 황경신은 그저 말을 정갈하게 꾸미는 재주만 있고 그 안의 중요한 치열한 무언가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글을 읽고 나서도 가슴으로 느끼는 무언가 들끓는 감상이 아닌 '감각적인 글을 한 편 봤구나-' 라는 다분히 문체적 감상밖에는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래, 그녀의 글은 딱 레몬같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정작 맛은 시다못해 떫기만 하고 먹잘 것도 없어 뱃속을 가득 채우지 못하는 레몬. 그러나 내가 즐기고 좋아하지 않더라고 해도 레몬도 레몬 나름의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바라지 않거나 페이퍼의 팬이라면 공감각적인 기쁨을 느끼며 상큼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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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프린세스
마리 베르트라 지음, 이경혜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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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화 프린세스> 라니, 정말로 유치하네ㅡ.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상이다. 요즘 아동 서적중에서 내용과 질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무조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를 골라 저급한 코미디나 유치한 만화등으로 버무려 돈을 벌려는 얄팍한 목적이 뻔히 보이는 책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일까. 나는 제목만으로 이 책을 그런 책들과 같은 부류로 생각한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잘 먹힐 듯한 '공주님'만을 앞세우다니, 내용은 뻔하다고. 하지만 표지서부터 차례로 넘겨나가며, 나는 내 생각을 정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명화'는 어떤 의미일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골치아픈 것일까, 갓난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색칠덩이일까. 이 책은 아직 '명화' 또는 '그림'에 대한 개념이 서지 않은 아이들의 귓가에 다정스럽게 속삭인다, '그림을 보는 건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란다' 라고.

실제로 이 책은 세계적인 명화들을 야수파니 다다이즘이니 하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부드럽고도 재치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게다가 같은 그림을 처음 한 번은 주요 인물을 크게 확대하고 두번째는 그림 전체를 볼 수 있게 한 것은 그림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마치 미술관에 가서 내가 원하는대로 그림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림 속의 작은 비밀들' 코너는 하찮게 여기고 지나쳐 버리기 쉬운 포인트를 집어주었는데, 그 중 '시씨-바이에른의 공주' 편에서는 그 비밀이 사소하면서도 놀라워 한참동안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며 실험(?)을 해보기도 하였다(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읽을 독자를 위해 비밀로 남겨두겠다).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나왔지만 어른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만약 어린이에게 권한다면 최소한 초등학생 이상이 좋겠다. 그보다 더 어린 유치원 아이라면 금방 집중력이 떨어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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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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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른 몸, 언제나 단정치못한 머리카락, 커다란 안경과 손에 늘 들고 있는 책.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살아가는 아이이다. 책이 너무 좋아서 읽고,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집안에 책을 한가득 쌓아두다가 결국 노년에 이르러 그 많은 책들을 도서관에 기증하는 엘리자베스는 그 후에도 변함없이 책을 사랑하며 책에 얼굴을 묻고 살아간다. '도서관'에서 엘리자베스의 제대로 된 얼굴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우리는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책에 얼굴을 푸-욱 파묻은 엘리자베스밖에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점이 이 책의 제목과 연결되어 더욱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었다면 과언일까. 책과 도서관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있는 내게는 최고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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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1
질 베갱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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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을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코스가 만리장성과 자금성일 것이다. 그만큼 자금성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고성이고 하루하루 여기를 방문하는 사람만도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한다. 중국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제일 먼저 읽은 책이 바로 이 '자금성' 이었고, 지금까지도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금성은 철저히 황제를 위해 지어진 성이다. 황제는 즉위하기 전부터 임기가 끝날때까지, 그러니까 태어났을때부터 죽을때까지 바깥 세상은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한채 이 성 안에서만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이 성은 바깥 세상의 모든 풍경을 모두 담아야만 했고, 내가 직접 가본 바에 의하면 정말 모든 풍경이 다 담겨있는 듯 했다. 관광객이 보기엔 환상적이고 멋졌다. 하지만 황제는 평생동안 이 곳에 갇혀 얼마나 외로웠을까... 만약 자금성을 방문할 예정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이 책을 읽고 가시기 바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언제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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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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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지만 미술관에 갈 시간이 없으신 분들,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할만큼의 심미안을 갖추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명화뿐만이 아닌 여러가지 다양한 그림을 저자는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거의 수필에 가까운 글에 예쁘게 칼라로 뽑힌 그림을 보면 이 책이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한젬마씨의 책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주헌씨의 글에는 그림에 대한 주관적인(또는 객관적인)해설이 곁들여 있기에 약간의 감상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라는 그림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한참동안 그 그림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그 그림에 대한 이주헌씨의 설명도 너무나 멋들어져 결국 이 그림은 '내 마음속의 그림'이 되어버렸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 든다. 예쁜 그림과 부드러운 수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보시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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