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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지음, 윤태영 옮김 / 새터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장담하건대, 이 책을 보면 백이면 아흔 아홉은 우울해질 것이다. 짤막한 글과 많은 그림으로 이루어진 얄팍하고 가벼운 이 책은 집어들기에는 쉬우나 내용의 묵직함으로 인해 내려놓기는 어렵다.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들은 우울이라는 주제에 잔인하리만치 맞닿아있고 그로 인해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독자는 우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야기와 이야기, 상황과 상황의 비극성은 모든 스토리의 주인공이 소녀와 소년, 그러니까 가장 깨끗하고 선하다고 인식되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는 점에서 더욱 고조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생래적인 이유에 기점을 둔 우울. 그러한 우울은 고쳐질 수 없기에 더욱 구슬프다. 선한 개인이 어지러운 사회에서 고통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 세상, 이 책이 우울한 이유는 분명 그 세상을 고스란히 담아놓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