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 -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명화 감상
이주헌 지음 / 보림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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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쩌면 인류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인류 최초의 벽화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떠올려보라. 구석기 시대의 미개한(?) 인간도 도구를 써 돌에 낙서같은 그림을 그려 넣지 않았는가. 살아남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예술 활동은 그렇기에 인간만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이런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태어나며 가장 순수한 어린 아이들일수록 이를 놀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연필 하나만 쥐어줘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을 위한 쉬운 명화 소개서이다. 책을 펼쳤을 때 제일 처음 나오는 그림부터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뾰로통하게 앉아있는 귀여운 백인 소녀. 저자는 아이들이 공감할만한 소재를 쉬운 언어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명화의 이해를 돕는다. 독자인 어린이들은 자신의 생활과 정확히 맞물리는 재기발랄한 그림을 보며 키득거리다가 저자의 부드럽고 상냥한 유도에 따라 점점 심오한 내용의 그림들까지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조금 힘들겠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어른들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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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있다
전여옥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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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시절, '일본은 없다'를 보며 흥분하던 나. 1편의 엄청난 판매부수에 힘입어 나온 '일본은 없다 2' 까지 사서 볼 정도로 난 전여옥의 팬이었다. 묘하게 사람을 선동(?)하는 그녀의 글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매력을 더해 나를 사로잡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 모르게 늘적지근한 기분이 들때면 전여옥의 글을 뒤져보곤 했다. 그럼 다시 나는 빠릿빠릿해지고 활기에 넘치게 될 수 있었으니까. 그런 전여옥이 몇 년 간의 공백기를 가진 후 오랜만에 책을 냈다고 해서 얼른 서점에 달려갔다. 이번 책도 분명 유쾌·상쾌·통쾌하리라 생각하고. 그런데 웬걸. 이 책은 내 기대를 와르르 무너지게 했다. 사회 생활을 하는 남성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 그들을 남편으로 둔 전업 주부에 대한 심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질타. 가사 노동이라도 열심히 하면 말을 안 한다면서 게으름으로 인한 한국 여성의 강력 세제 선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전여옥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나 뿐인가. 그래, 그 '바깥일'이 그렇게도 힘들어서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었던게지. 흔한 남자들이 그렇듯,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었던게지. 분명 쉽게 읽힐 글임에도 불구하고 내 책장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다. 앞으로 저자의 더 나은 글들을 기대하지만... 나의 기대는 그저 기대에서 끝날 듯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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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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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다녀온 동거인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한총련 선배들이 자신의 이념을 강요하며 말했단다. "그래도 대학생 씩이나 되었으면 '지식인'인데~ 이런 생각도 좀 하고 그래야지." 2. 햇볕정책과 북한과의 관계, 그리고 한국의 상황에 대한 내 의견을 조금 펼쳐봤더니 부모님이 툭 한마디 던지신다. "이거 완전 빨갱이 아냐." 3. 지문날인반대 배지를 달고 다녔더니 아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묻는다. "너 아나키스트냐?" 나이가 많건 적건, 학벌이 어느 정도건, 운동을 하는 사람이건 안 하는 사람이건, 진실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진리를 추구하고 자유로워지길 바라며 노력할 뿐이다. 물론 남 탓할 것 없이 나도 그렇다. 그렇기에 이런 서적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시퍼런 날을 유지하려고 노력중이고. 이 책은 '진보적 사회비평서'들을 읽기 위한 입문서쯤 된다. 소재가 일반적이고 내용 자체를 쉽게 풀어놓은데다 저자의 글이 묘하게 박력있어 술술 읽힌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저자의 글에서도 편파적인 면이 보이나 그 정도는 독자가 해독(解毒)할 정도에서 그치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혹시 해독 못하는 사람들이 봐서 탈 나는 건 아닐런지. 누군가의 이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만 하지말고 자신의 주관을 갖고 늘 깨어있는 건강한 비판자가 되어야하는데-) 책 자체도 두께에 비해 굉장히 가벼워 들고다니면서 생각날때마다 읽기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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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조금씩 못된 여자가 되는 법
우테 에어하르트 지음, 강경은 그림, 신교춘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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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들기 전에 본 모든 동화책의 교훈이다. 특히 이 교훈은 여성에게 미모와 함께 2대 필수 요건이 되어 거의 모든 동화에서 되풀이된다. 어디 그것 뿐이랴, 조금 크게 되어 동화책을 떼면 이젠 주변에서 성화다. 여자는 참하고 착한 여자가 제일이지, **는 조용하고 다소곳하니 참 착하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착한게, 그런 것이 착한 것이던가? '착하다'의 정의가 뭔가 다르지 않아? 여기서의 '착함'을 이해해야만 <날마다 조금씩 못된 여자가 되는 법>의 '못됨'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착함'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있어도 참아 넘기며, 때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속 아픈척을 하지 않아야 비로서 '착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남자'에게 적용되면? 이런 남자를 우리는 '착한 남자'라고 하던가? 아니, 그건 바보같은 남자다. 어째서? 남편의 바람과 시집살이의 고초를 견디는 여자는 착한 여자가 되고 아내의 바람과 처가살이의 고초를 견디는 남자는 제값도 하지 못하는 얼뜨기가 되는 거지? 어째서 남자와 여자에게 기대되고 부과되는 가치는 이리도 다른 거지? 여기에 반기를 든 여성들이 조금씩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자 사람들은 그녀들에게 이렇게 낙인 찍는다. "못된 여자" 라고.

이 책은 우리에게 "못된 여자"가 되기 위한 워밍업을 제시한다. 우리 모두 몸 좀 풀고 확실하게 못되게 굴자고, 어차피 할 거면 찾아먹을 거 다 찾아먹자고. 지금까지처럼 바보같이 의미 없는 웃음을 흘리며 '내가 조금 더 포기할게, 그러니 날 미워하지 말아줘.' 라고 하지 않고 '같이 나누자. 이게 공평하지 않아?' 라고 따지는 일은 여성에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멀리 봤을때 어느 것이 더 이득이 될까? 나는 후자를 택하겠다.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고 했던가. 나는 천당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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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2006-06-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멋있는 리뷰입니다..
 
마린 블루스 1
정철연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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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블루스 홈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리던 나였기에 이번 책 출간 소식에 기쁨과 함께 배신감(?)을 조금 느꼈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조금 뜨기만하면 바로 오프라인으로 상업적인 활동이 벌어지는데 사실 나는 그것이 너무 상업주의적으로 느껴져 조금 께름칙하다(스노우캣과 포엠툰 등이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는 조금 속상하기도 했다). 어쩌면 난 그 사람들 만큼은 무욕(無欲)의 삶을 살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럴 리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걸 알면서. 마린블루스는 20대 독신(?) 남성 직장인의 평범한 삶 이야기이다. 혼자 사는 외로움, 친구와의 갈등, 직장에서의 일화, 옛애인에 대한 그리움 등 그 나이대의 많은 사람들이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를 깜찍한 캐릭터와 함께 유머를 곁들여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독자, 특히 저자와 비슷한 나이의 독자는 성게군의 구질구질한, 그러나 너무나 사실적인 일상에 많은 부분 공감하며 낄낄 웃게될 것이다. 그리고 곧 이 수산물들에게 푹 빠져 마린블루스 홈페이지 폐인이 될 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지 않나. 맛깔스런 해물탕을 한 번 먹어본 입은 계속 그 해물탕을 쫓아다닐테니. 그러나 주의할 점. 마린블루스 홈페이지를 매일 다녔다고 자랑했던 분들이라면, 절대 책을 사지 말자. 책의 내용 중 신선한 것이 없어 화가 날지도 모른다.(책은 지금까지 게재된 일기를 모두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만화가 아니니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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