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 천사와 충실 천사 - 죄가 뭐예요?
바르바라 바페티 지음, 알레산드라 만토바니 그림, 김희중 옮김 / 생활성서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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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라 바페티의 <반항 천사와 충실 천사>라는 신간도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생활성서사 특별 서평단에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이신 바르바라 바페티는 네 자녀를 둔 엄마이고 이탈리아 페루자의 '테네레짜의 집' 이라는 가정 공동체 일원입니다. 교육학을 전공했고, 철학 학위가 있다고 합니다. 삽화를 그린 알레산드라 만토바니는 어린이 책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작가이고 많은 가톨릭 시리즈의 삽화를 그렸습니다.

어린이 신앙 교육에 관심이 많고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회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광주대교구장을 지내신 김희중 대주교님께서 이 책을 추천하셨다고 해서 내용이 더 궁금했습니다.

"하느님께 반항했던 천사가 있다고요?"

"실수로 한 일도 죄가 되나요?"

"이미 잘못을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가 죄에 맞설 아이템을 하느님께 받았다고요?"

"자꾸 잘못하면 하느님도 화내시지 않을까요?"

<반항 천사와 충실 천사>에는 죄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의 해답이 들어 있습니다. 36쪽으로 구성되어 다른 책들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고 곳곳에 삽화가 있어서 책의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특히 첫영성체를 앞둔 초등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부담없이 읽을 수가 있습니다. 아직 글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조부모나 부모, 또는 교사가 삽화를 보여주면서 책을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기적인 마음은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합니다. 그래서 죄를 지으면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니까요. 그분께서는 우리가 죄를 지을 수 있다는 것도,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모두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우리를 용서해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을 수가 있고 하느님의 자비심과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죄를 지었다면,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니다. 예수님도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이들을 위해 오셨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이후 모든 사람은 자신 안에 원죄가 있지만 하느님 아버지는 우리를 끝없이 사랑하시기에 악에서 온 인류를 구하기 위해 외아들이신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원죄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는 세례성사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세례성사 덕분에 우리는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며,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 그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213항>


좋은 천사였던 루치펠이 하느님보다 더 높아지고 싶어서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고 천사들에게서 벗어나 그 후로 루치펠은 '악마'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그리스어로 악마는 '가르는 자'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실 만큼 자비로우신데 루치펠은 죄를 뉘우치지 않았기 때문에 죄를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교만하고 하느님께 반항하는 반항 천사 루치펠이 있다면 주님께 한결같이 충실한 천사도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미카엘 대천사입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겠는가?' 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하느님이 필요합니다. 충실 천사인 미카엘 대천사는 하늘 군대의 최고 사령관이고 우리를 하느님과 갈라놓으려는 악마와 맞서 싸우고 악을 물리치는 모든 천사를 진두지휘하는 전투 천사입니다.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의 자녀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을 지키는 천사들의 군대가 있기에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천사들 가운데 하나는 우리 곁에 수호천사로 두셔서, 우리를 돕고 보호하도록 하셨습니다. 우리가 잘못을 깨달았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수호천사께 드리는 기도로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저를 지켜 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오늘 저를 비추시고 인도하시며

다르시소서. 아멘.

(수호천사께 드리는 기도)

 

성인들은 우리의 모범이 되고, 우리가 죄를 짓지않고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알려 주십니다. 그 길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며, 행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온유하고 깨끗하게, 정의롭고 자비롭게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겁내지 마세요. 그러면 우리는 죄에서 더 멀어지고 하느님의 마음에는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이 책에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죄와 실수의 예시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했다면 죄가 됩니다.

죄와 실수의 예시를 통해 무엇이 죄이고 무엇이 실수일지 생각해 볼 수가 있고 우리가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아니면 이미 지은 죄를 반성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죄책감과 죄의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죄책감은 죄를 짓고 나서 마음이 불편한 감정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죄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죄책감과 달리 죄의식은 낙담하지 않고 주님의 자비를 찾아 다시 행복해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예수님의 도움을 받아들인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죄 때문에 생긴 슬픔과 어두움에서 자유로워졌지만 반대로 유다는 예수님을 배신했고,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죄책감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희망을 잃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더욱 멀어지게 합니다. 반면에 죄의식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죄의식을 느끼면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로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용서는 큰 선물입니다. 그러니 죄를 지어도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뉘우치고 주님께 용서를 청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안아 주시고, 마음의 모든 상처도 낫게 해 주십니다.

우리가 죄를 지으면 하느님과 마음을 나눌 기회, 행복한 기회, 하느님의 선물을 사용할 기회를 잃게 되고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면 죄에서 벗어날 수가 있고 올바른 길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1980년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전 세계의 신자들에게 <자비로우신 하느님>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하느님은 자비와 용서를 한없이 베푸시는 분이라는 내용입니다.

고통받는 이들과 불행한 이들과 죄인들에 대한 특별한 힘으로 우리 가운데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자비가 풍부한'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온전하게 드러내 주십니다. (3항 참조)

  

이어서 2000년에는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선포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한없이 다정하신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자주 말씀하십니다.

용서는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로 우리가 받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령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감싸 주시는 하느님의 큰 사랑을 느낄 수가 있나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우리는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모든 계명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은 첫째는 마음과, 목숨, 정신과 힘을 다해서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습니다.

고해성사를 보기 전에 어떻게 양심 성찰을 해야 할까요? 바로 예수님께서 주신 두 가지 계명에 따라서 할 수가 있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마태 22,37)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를 드리면서 하느님을 기억하고 있나요?

어려운 순간마다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나요?

기쁜 일이 생기면 하느님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나요?

주일 미사에 참례하나요?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나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과 모든 선물을 존중하고 있나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마태22,39)

 

자신을 소중히 대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을 좋은 일에 쓰고 있나요?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나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나요?

친구들을 존중하나요? 친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린 적은 없나요?

가진 것을 이웃이나 친구와 나누지 않으려 욕심을 부리지는 않나요?

숙제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나요?

남의 물건을 탐내거나 친구를 질투하진 않았나요?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태 10,8)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과 용서를 주셨듯 우리도 다른 사람을 그렇게 대해야 합니다. 용서는 모든 사람을 향해 점점 더 커져 가는 아름다운 무지개와 같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의 용서를 청하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고, 좋은 말을 해 주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하느님께 선물해 드리는 것입니다.

만약에 잘못을 반복하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마세요. 예수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시니까요. 실수를 하거나 죄를 짓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들이 죄가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있었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조건없이 용서해주시는 것처럼 저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지적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기도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죄를 짓더라도 바로 뉘우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것이 중요하니 지나치게 자책을 하거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 서평단에 선정해주시고 좋은 책을 보내주신 생활성서사에 감사드립니다.

* 생활성서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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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 품 안에서 - 영적 치유와 성장을 바라는 이들에게 드리는 선물
박재찬 지음 / 생활성서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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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찬 신부님의 영성 에세이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고 싶어서 생활성서사 특별 서평단에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서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써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주님, 당신 품 안에서>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저자께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마산 교구 주보'에 나누었던 글과 2022년 한 해 동안 월간 <생활성서>에 기고한 글들, 그리고 틈틈이 쓴 다른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표지 그림과 책에 실린 그림들은 심순화 가타리나 화백께서 그리신 건데 따스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표지 그림을 보면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주님께서 항상 함께 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박재찬 신부님은 현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본원장과 성 베네딕도 문화 영성 센터 책임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과 강의를 통해 토마스 머튼 영성을 나누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수도 생활 중에 많은 소임을 하시다가 일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데 번아웃이 되서 기도도, 일도, 수도 생활도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가시게 되었는데 하느님의 섭리로 그곳에서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영성을 공부하게 되셨고 하느님의 빛을 체험하셨다고 합니다. 머튼 신부님 덕분에 예수님을 향한 믿음의 여정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하느님의 부재를 느꼈던 어둠의 시기에도 하느님은 함께하고 계셨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 토론토 유학생활 중에 다닌 대학 도서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자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봤는데 신청자가 많아서 떨어지셨다고 합니다. 1년 후 다시 응시를 했는데 결과는 또 낙방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이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주님께서는 신부님께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도록 계획을 세우셨던 것입니다. 사제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미사 집전과 고해성사를 주는 것이고,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임을 새롭게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두 번의 낙방 체험은 오히려 신부님의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삶의 영적 여정에서 실패의 체험, 어둠의 체험, 고통의 체험은 주님의 더 큰 사랑에 도달하기 위한 선물이 되기도 하는데 누구나 하느님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십자가가 있는 듯하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지난 시절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지냈던 사랑의 순간들이고 이것이 바로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비워 내고 가벼워지기 위해 나누고, 내어 주려고 애쓰는 우리의 부족한 사랑을 하느님은 더 큰 사랑으로 채워 주십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주님께 내어 드리면 그분께서는 우리를 따뜻이 어루만져 주시며 치유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와 약함을 통해서도 선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신부님께서 번아웃이 되서 유학을 가게 되셨고 시작했던 공부가 영성 심리학을 거쳐 토마스 머튼과 그의 종교 간 대화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로마서 8장 28절의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라는 말씀처럼 신부님께도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든 사람과 대면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나 사람과 마주할 때,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기다리는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우리가 계획한 것보다 더 큰일을 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에 자신을 내어 맡기고 묵묵히 살아간다면, 어느 날 지나온 많은 시련과 고통이 하느님의 더 큰 행복으로 들어가기 위한 도구였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박재찬 신부님께서는 토마스 머튼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독을 만났다고 하시는데 단순한 감정적 외로움을 넘어 그리스도의 고독과 하나 되기 위해 스스로 고독을 향했던 그의 갈망은 신부님의 수도생활 여정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고 그동안 신부님께서 얼마나 '하느님'이 아니라 '나 자신'에 집중하며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해 주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고독은 모든 것을 끌어안는데 아무것도, 아무도 거부하지 않는 사랑의 충만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더 큰 사랑으로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고독의 참된 영적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참된 고독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영적 도구입니다. 이를 위해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휴대폰 보기를 잠시 멈추고 홀로 고요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시간을 자주 갖으라고 하십니다. 혀의 침묵, 눈의 침묵, 그리고 상상의 침묵 속에서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분께서 지금도 '우리의 외로움과 함께 하신다.'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고독은 그리스도의 참사랑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박재찬 신부님께서는 이 책이 마음이 아픈 이들, 영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좋은 영적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셨고 하느님 품에서 영적 위안을 느끼며 따뜻한 주님의 사랑에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독서는 저자와의 간접적인 만남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박재찬 신부님께 영적 지도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치유해 주시는 것처럼 저 또한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박재찬 신부님께서 직접 쓰신 기도문이 곳곳에 실려 있어서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기도를 할 수가 있어서 좋았고 신부님의 체험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가 실려 있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꼬옥 안아 주시며 "많이 힘들었지! 나는 너의 마음을 다 안단다. 괜찮다." 하시며 어깨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심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끝날까지 변함없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힘든 마음, 억울한 마음, 서러운 마음 모두 다 주님께 맡겨 드리고, 더 큰 선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주님의 섭리를 믿으며, 오늘도 묵묵히 말없이 사랑하며 기쁨과 감사로 살아갑시다.

저자 후기 중에서

저자 후기에 실린 박재찬 신부님께서 직접 쓰신 기도문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 품 안에서 치유받고

당신 품 안에서 자라나고

당신 품 안에서 더 큰 사랑을 배우게 하소서.

당신과 같은 사랑의 품이 되어

상처받은 너와

갈라진 이웃과

신음하는 피조물을

꼬옥 안아 주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하소서.

아멘.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고 영적 치유와 성장을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책을 집필해주신 박재찬 신부님과 책을 출판해주신 생활성서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생활성서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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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에 초대합니다
안드레아 자크만 지음, 강대인 옮김, 윤종식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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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리더스 6기 12월 도서는 두 가지 도서 중에서 선택권을 주셨는데 한 권은 이미 구입해서 읽은 책이여서 나머지 한 권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선정되었다는 걸 알기 전에 읽고 싶었던 책이였는데 감사하게도 12월 도서로 선정이 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안드레아 자크만의 <전례에 초대합니다>라는 책인데 평소에 전례에 관심이 많은 제게 꼭 필요한 책이였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예전 본당에서 청년회 전례부를 꽤 오랫동안 했는데 주일 저녁미사(청년미사)때 독서와 해설을 했고 제대회 봉사도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전에 이사(독립)을 해서 새로운 성당으로 교적을 옮겼는데 지금은 평일미사 때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청년회 전례부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전례부장을 2번이나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계셨던 보좌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전례부원들 교육을 해 주셨습니다. 교육을 받고 주일 저녁미사(청년미사) 전후로 제대회 봉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서 좋았고 제대회 봉사를 하면서 독서와 해설만 했을 때보다 좀 더 책임감도 느끼고 기쁨도 느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신 안드레아 자크만은 미국 미네소타의 세인트 마이클 성당에서 신앙 교육 기획자로 일하며, 작가로도 활달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교도관과 수색 구조 대원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였습니다. 2007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한 그녀는 현재 남편 네이션과 슬하에 네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열정적인 기획자로서 가톨릭 신앙을 가르치는 일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강대인님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서위원회와 전례위원회의 위원으로 일하며, 여러 교회 문서 번역에 참여하였고 가톨릭출판사에서 기펴낸 <가시 속의 장미>, <믿음이 깊어지는 매일 시편 묵상>, <사랑의 계시> 등을 번역하셨습니다. <가시 속의 장미>는 예전에 캐스리더스 선정도서여서 읽은 책입니다.

의정부교구 소속 사제이신 윤종식 신부님께서 이 책 감수를 하셨는데 1995년 서울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고 2008년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전례학 교수로 봉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전례에 실제로 쓰이는 것들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가톨릭 교회의 거룩한 제구, 제의를 포함해서 전례와 연관된 것들이 지닌 의미와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1장에서는 미사와 연관된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성당 입구부터 시작해서 회중석, 신자석과 장궤틀, 제단, 제대와 제대포, 주수상, 성체포, 빵과 포도주, 성반, 성작, 성작 덮개, 성작 수건, 주수병, 성합, 영성체 성작, 포도주 병, 제대 종, 봉헌대, 독서대, <로마 미사 경본>, <미사 독서>, <복음집>, 감실, 성체 등, 주례석, 세례대, 파스카 초(부활초), 행렬 십자가와 초, 물그릇과 물병, 향로와 향 그릇, 성수 그릇과 성수채, 제의실과 제기실, 세정대 등이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실제 미사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제2장에서는 전례복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개두포, 장백의와 띠, 영대, 제의, 플루비알레, 어깨보, 부제의 영대와 달마티카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제와 부제가 미사 때 입는 전례복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플루비알레에 대해서는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망토와 같은 외투를 가리키는 라틴어를 그대로 쓰는 말로 '카파'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긴 건지는 알고 있었는데 플루비알레라는 용어는 알지 못했고 망토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것들은 잘 아는 것들이지만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서 좋았습니다.

제3장에서는 그 외 전례와 연관된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성당에 들어가면 눈길을 끄는 스테인글라스와 성미술 작품과 이콘, 성상, 기도 초, 세 가지 성유, 성유장, 고해소,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성광, 그리고 성체 조배실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중에서 성체 조배실은 성체 조배를 할 수 있는 거룩한 장소인데 신자들은 성체 조배를 하면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와 겸손하심에 마음을 모을 수가 있고 주님의 현존 안에서 자신의 신심을 다질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성체 조배실에 옵니다. 제가 두 달 전부터 다니고 있는데 현재 본당에는 성체 조배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가 않아서 2층에 있는 성전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이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과 함께 사진도 함께 실었는데 특히 생소한 것들은 사진을 보면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설명을 잘 한다해도 직접 보거나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이해를 돕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도입부에 제시된 들어가는 말에 의하면 우리가 전례에서 마주하는 성스러운 것들이 지닌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가톨릭 신앙의 보물을 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성당에 가서 책에서 본 것들을 한번 찾아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참여하는 전례에서 더욱더 풍요로운 은총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더 깊이 마음에 새길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우리는 관계를 맺도록 창조되었다. 그래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성당에 가서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기쁨을 체험하는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와 주변 사람과 맺는 관계가 돈독해지려면,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이러한 기쁨을 체험해야 한다.


<전례에 초대합니다> 94쪽 제1장 감실 중에서

전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비신자들, 예비신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례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도 이 책을 읽으신다면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가톨릭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미사에 참례할 때 마음가짐도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나라도 더 알게 되면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도 알게 되고 미사에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동안 캐스리더스 3기부터 캐스리더스 6기까지 4년 동안 캐스리더스 활동을 하면서 가톨릭출판사에서 보내주시는 신앙서적을 읽고 서평을 써서 도서선교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4년 연속 제게 기회를 주신 가톨릭출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고 신앙서적을 꾸준히 읽을 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캐스리더스 6기 마지막 도서 서평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감사했고 다음에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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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신과의 만남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조규홍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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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신과의 만남>의 저자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1902년 스위스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의사이자 영성 작가, 신비가였던 그녀는 1940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현대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와 함께 1945년에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재속 수도회를 설립하였으며, 이냐시오 영성을 따르면서 그것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집필 활동도 활발히 했는데, 대부분 구술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병이 많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지냈으며, 말년에는 거의 완전히 실명한 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가 선종했습니다.

60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대부분의 작품을 발타사르와 공동으로 작업하였으며 모든 작품은 발타사르가 설립한 요하네스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40여 개의 다른 언어로 옮겨져 전 세계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는 <기도의 세계>가 있습니다. <기도의 세계>는 캐스리더스 69월 도서로 선정이 되어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기도의 세계>를 먼저 읽고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11월 도서로 선정이 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기도의 세계><사랑, 신과의 만남>을 같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옮긴이(조규홍 신부님)의 말에 따르면 슈파이어는 처음부터 하느님께서 무한정 품으신 "사랑"을 명심하도록 <창세기>의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밝히며 시작합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도 하느님의 무한성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상징 가운데 하나이듯 "창조된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일러 주는 수단으로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하고 말입니다. 물론 피조물로써 하느님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항상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니, 하느님께서 몸소 당신 자신을 보여 주신 그리스도의 강생은 우리 구원을 위해 꼭 필요한 "삼위일체 하느님의 귀한 선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렇게 우리의 ""이자 ""입니다.

신앙인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따라야 한다고 믿듯이 '기도'는 그분의 뜻에 온통 자신을 내맡기는 것입니다. 신앙인은 세상 사람들처럼 미리 계획할 수 없습니다. 슈파이어의 말에 따르면 이제 신약 시대에 신앙은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마태 24,36)고 말씀하신 성자를 오롯이 뒤따르겠다는 고백을 내포하기에 무계획적인 추종을 합의합니다. 그리고 저 "무계획은 기도에 의해" 채워집니다.

사람은 거듭되는 경험을 통해 사물들에 대해 점차 확장되어 가는 자신의 인식 능력과 지배하는 힘을 자각하는 동시에 그러한 사물들 이면에 감춰진 무한하신 하느님의 지혜를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피조물 자체는 창조주를 남김없이 품을 수 없거니와 직접 창조주의 최종적인 신비를 부여할 처지가 못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성자 곁에서 목격하는 신적인 속성을 통하여 새롭게 성부의 신적인 속성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성자께서 우리의 문이자 길이 되고자 하셨으니, 오직 그분을 통하여 성부께 개방된 시야가 환히 펼쳐질 것입니다.

신앙인은 모두 그리스도의 추종자로 살아야 합니다. 이때 그분에 대한 추종은 단지 그분 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분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계획을 세울 수 없는 미래는 기도에 의해 채워지며, 그것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방식이 됩니다. 믿지 않는 이들이 운명이나 우연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신앙인에게는 하느님의 섭리에 속하고, 처음부터 창조하시고 그 완성까지 내다보신 당신의 사랑은 단절도 변함도 없이 계속 이어지기에 우리의 유한성이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이는 누구든 계속해서 하느님을 상대로 대화하는 기회를, 그러니까 인간적인 유한성이 하느님의 무한성의 일부를 공유하며 영원성에서 유래하는 일련의 답변을 들을 기회를 얻습니다. 성자께서 사람이 되심으로써 자신을 믿는 이들을 추종자로, 곧 자신과 친밀한 유대를 맺으면서 살아가도록 초대하셨습니다. 성자께서는 지상에 머무는 동안 이미 성부의 영원한 생명 안에 단단히 뿌리를 둔 자신의 삶을 제자들과 나누셨습니다. 그러므로 성자께서는 중재자이십니다.

믿음을 간직한 사람은 장차 틀림없이 성부의 무한성을 얻어 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설령 기도 중에 (입으로는) 언급하지 않을지라도 뉘우치며 기도한다면 영원한 생명의 기운 안으로 들어 올려질 것입니다. 기도할 때 하느님께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의 고백을 통해 어떤 작용을 일으키시기 때문입니다.

그의 전 생애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신앙인은 유한한 존재이면서도 오로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만 계획을 세웁니다. 어디를 가든 하느님을 뒤따르고 하느님께서 그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주저 없이 행합니다. 그는 자신이 행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시작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것임을 이내 알아차립니다. 무계획은 기도에 의해 채워지며 무계획과 기도는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참여하는 거룩한 미사는 어떤 세상적인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라 한 분이신 하느님의 몸, 영원에서 나온 몸이요 영원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몸을 그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성자께서 성찬례를 세우실 때 그리하셨던 것처럼, 집전 사제가 바치는 성체 변화의 기도가 교회의 포괄적인 지향과 단단히 결합해 있기에,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되게끔 할 수 있고,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분부하신 대로 하늘과 땅을 서로 잇는 다리를 놓을 수 있으며, 우리의 사라져 버릴 육체적인 삶 안에 영원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중재할 수 있습니다. 성사에 거듭 참례할수록 사람은 주님을 이해하고 그분께 순종과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키워 나가게 됩니다.

성자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한 강도에게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 43)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사람이 하느님께로부터 얻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약속하신 것입니다. 성자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성부의 무한하신 사랑에 함께 들기를 바라며 그들을 해방시키시는 것입니다.

자신을 봉헌한 자는 온통 성부를 향한 성자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보다 더 성숙한 신앙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저의 의지를 보다 더 완벽하게 바치는 희생이 필요하고 보다 더 아낌없이 주님의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더 성숙한 신앙과 한층 더 깊은 이해를 토대로 성령께서는 우리를 더 견고하게 붙들어 주실 수 있다고 합니다.

 

신앙인은 자신의 일상 중에 행하는 것, 곧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전적으로 이 지상에서 펼쳐지는 삶에 속한다고 보면서도 그것을 동시에 믿음 안에서 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신다는 사실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리스도의 실존을 만든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신앙인은 하느님을 그분의 신적인 본질 안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이 바라봄이 곧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기도하는 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하게 친교를 나누시며 서로에게 서로를 주고받으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 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을 하느님께 전적으로 맡겨 드려야 하며, 설령 하느님께서 인간적으로 기대하는 방식을 따라 응답하시고 또 어쩌면 원하던 도움 혹은 해결책을 강구해 주실지라도, 정작 그의 기도가 받아들여지기까지 기도의 보이지 않는 과정은 우리가 결코 그 전체를 개관할 수도 없으며, 아무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우리가 기대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응답하신다고 하더라도 신앙인들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귀 기울여 들으시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실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늘 기도하는 사람의 말이 하느님의 침묵 안에 받아들여졌음을 압니다.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생애가 이 책의 말미에 나와 있는데 그녀는 건강이 좋지 않아 모든 걸 포기하고 요양하면서 기도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낸 그녀는 그 시기에 기도의 세계와 고통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한 그녀는 다시 의학을 공부하여 마침내 의사가 됩니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은 무료로 진료하고, 수많은 아이의 생명을 구했으며, 미혼모와 그 자녀들을 관심을 가지고 돌보았습니다. 슈파이어의 전 생애는 전적으로 하느님께 순명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스며드는 삶이였습니다. 60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다른 책들도 기회가 된다면 읽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때로는 침묵하시는 것 같지만 그분이 침묵하시는 의미를 깊이 통찰하도록 우리를 이끄신다면, 우리의 신앙은 이미 성장한 것이고 이 같은 신앙 안에서 하느님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기도한다면, 그는 하느님께서 표현하시는 말씀을 넘어서 침묵으로 건네시는 말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하느님의 들리지 않는 말씀을 통해서도 성장하고 그로써 그의 사랑이 강해지고, 그의 희망도 그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불타오르게 됩니다.

대림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주님 성탄 대축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례력으로는 새해가 시작이 되었고 2023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재고할 수가 있었고 저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신앙인답게 살도록 좀 더 노력하고 하느님의 자녀라는 걸 항상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캐스리더스 6기의 마지막 책 서평이 남았는데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그동안 좋은 책을 선정해서 보내주신 가톨릭출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삼위일체, 강생, 십자가를 비롯해 여타 많은 것들에 대한 신학적 직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는 1940년대 이후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제게 영감을 불어놓어 주었습니다. 제 모든 활동은 거대한 가톨릭적인 전망의 관점 안에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 가톨릭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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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희망의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에르난 레예스 알카이데 지음, 이재협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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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3년 3월 13일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즉위 10주년을 기념하는 책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난 10년 동안 모든 인류 가족에게 전한 부탁을 열 가지 주제로 정리했습니다. 희망을 품고 선한 의지를 지닌 세상 모든 이에게 전하는 교황님의 말씀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보자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지구에 사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시지이며 복잡한 현실을 마주하고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는 희망의 여정이라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국영 통신사 '텔람'의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에르난 레예스 알카이데가 쓴 책입니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라틴 아메리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2017년 9월에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 교회사 석사 학위를 받으신 서울대교구 사제이신 이재협 신부님께서 번역을 하셨습니다. 이재협 신부님은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소속으로 바티칸의 공식적인 소식을 알리는 <바티칸 뉴스>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있고, 역서로는 <하느님과 다가올 세계>가 있는데 예전에 캐스리더스 선정도서여서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021년 10월 16일 대중 운동가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며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이미 1년 반 이상 비상사태가 지속된 시기였습니다. 교황님은 마태오 복음서 5장에 나오는 참행복의 의미를 설명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진단했으며, 이처럼 파격적인 경험에서 인류 전체가 함께 새로운 현실을 건설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이 책의 1장부터 10장까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요청하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특히 2장의 내용에 눈길이 갔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우리 공동의 집을 보호할 것을 청한다는 내용인데 제가 평소에 위기에 처한 지구를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 보호는 온 인류의 과제이며, 공동의 보편적인 의무, 곧 공동선을 존중할 의무의 문제입니다. 공동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다양한 종류의 사물을 인간이 자기 원대로만, 자기의 경제적인 필요에만 의거하여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우리는 피조물의 주인이 아니며 우리의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피조물을 이용할 권리가 없습니다. 지구의 모든 존재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우리 공동의 집을 보호하기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청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많은 걸 잃었습니다. 결코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 위기를 더 나은 모습으로 극복하거나, 더 최악의 나락으로 빠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저자는 교황님께 "하느님의 이름으로" 청하는 요청을 더 깊이 성찰해 이 요청들이 선의를 지닌 모든 이에게 전달될 수 있는 더 확장된 의미로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책의 기획에 착수하며 교황님께서 가장 먼저 제안하신 내용은 2021년 10월의 연설에서 언급한 요청에 생명을 불어넣는 글을 작성하자는 것이였습니다. 글을 엮어 나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교황님의 제안, 가르침, 조언, 개인적 대화 내용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더 포괄적이고 깊은 방식으로 몰두해야 했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저자는 전화, 이메일 등으로 개인적인 연락을 지속했습니다.

점점 책의 형식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2021년 "하느님의 이름으로" 요청했던 연설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주제들을 포함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교황 즉위 10주년이 점점 임박해 갈수록 이 책이 출판이 의무적인 사명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두 분은 이 글이 더 통합적인 시각을 갖도록 우리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를 추가하기 시작했는데 교황직 수행 10주년을 정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황님이 밝히셨듯 "다가올 세계"를 위한 과제를 말입니다.

2013년부터 발표된 교황님의 연설, 메시지, 담화를 다시 살피고 각 주제에 대해 교황님이 표현한 핵심 내용을 정리한 다음 두 분께서는 교황 재위 기간 중 가장 핵심이 되는 10가지 주제를 심화하고 다시 제안하기 위해 아직 수행되지 않은 연설에서 교황님의 생각을 담고 있는 연설과 담화도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특별히 신경을 썼던 것은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교황님과 직접 대화하는 느낌을 살리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교황님이 이 책을 통해 요청하고 희망의 미래를 향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협력을 위한 활동의 호소의 공동체적 차원을 잃지 않으면서 느낌을 살리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이 책에는 미래를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당부하며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교황님이 우리에게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가지 요청을 비롯해 구체적인 주제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전하는 배경에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에 근거합니다.

오늘날 현실은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고 할지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가기가 힘든 시기입니다. 절망와 어둠이 가득한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서로를 꼭 끌어안고 더 큰 결속을 보여주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인류가 이 곤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유대를 강화해 왔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인이 되신 성공회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님은 생전에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놀라운 전망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희망은 모든 어둠 너머에 빛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열 가지 요청을 통해 선의를 지닌 모든 이가 다가올 세계를 위한 희망 안에서 동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이죠. 그리고 많은 일들과 잔혹한 전쟁마저 일어난 이 순간에도 현상 유지에 반대하며 우리 주변의 현실에 스스로를 헌신할 수 있도록 한목소리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항상 희망은 있으며 우리가 "온전한 현존을 살아가도록 초대하는 것"이 바로 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고자 하시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품고 모두 함께 걸어가자고 호소하십니다. 우리는 모두 자비로 구원되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의 한계, 죄악, 잘못을 한참 뛰어넘습니다.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하고 이는 희망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교황님이 언급하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열 가지 요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이 여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과거의 모든 실패와 성공을 통해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가 있고 동시에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아무도 동떨어진 개인으로서 홀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께서는 인간 공동체에 존재하는 복잡한 대인 관계의 맥락을 고려하시어 우리를 당신께 이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백성의 삶과 역사 안으로 들어오시고자 하셨습니다,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용기를 마음에 품고, 함께 여정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우리 모두 희망 안에서 교황님과 함께 순례길에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하시며, 특별히 평화에 대한 열망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청하신다고 하시며 이 책을 마무리 합니다.

저는 이 책에 제시된 교황님의 열 가지 요청을 읽으면서 그동안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되돌아볼 수가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고 헌신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바람대로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함께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가톨릭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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