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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의 시대 공감
명형진 외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6년 6월
평점 :
이 책은 <사제들의 시대 공감>이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여섯 사제들이 건네는 솔직하고 따뜻한 공감의 시선이 담겨있고 삶의 테두리 너머 하느님께 닿는 여정 이야기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하느님이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간절히 기도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는 것 같고, 억울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정말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바로 그런 순간에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서로 다른 교구와 수도회에 속해 있고,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여섯 사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여섯 사제는 삶도, 경험도, 신앙을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목소리로 모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목소리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혼자 두지 않으신다’는 사랑의 약속입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침묵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무언가 분명한 답을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때로 하느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의 기도는 허공에 흩어지고 있는 것 같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외면하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침묵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합니다. 하느님의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 현존일 수 있고 제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신다는 사실이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고 하느님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들은 길이 보이지 않고 답을 알 수 없는 순간에도 하느님을 믿으며 계속 나아가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시련과 의문, 두려움과 약함을 무조건 피해야 할 것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다시 그분께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섯 사제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제라면 신앙적으로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사제들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답을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다가왔고 진솔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을 찾으며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신앙을 ‘잘해야 하는 것’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 완벽한 삶을 요구하기보다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하느님을 바라보고 한 걸음 내딛도록 격려합니다. 여섯 사제의 글은 상처, 관계의 갈등, 미움, 두려움, 삶의 불확실성처럼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신앙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마음이 지친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요. 특히 아무리 기도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 지친 사람, 하느님이 멀게 느껴지는 사람, 삶의 방향을 잃고 멈춰 서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이 조용한 위로가 되어줄 것 같아요.
이 책의 마지막에는 여섯 사제가 직접 쓴 ‘모두를 위한 기도문’이 실려 있는데 저는 이 기도문을 하나씩 천천히 바치면서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책에서 읽었던 생각과 마음을 기도로 다시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시간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모두를 위한 기도’는 여섯 사제들의 묵상과 사유를 자신의 삶 안에서 기도로 이어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2가지의 다양한 지향의 기도문이 있는데 필요시에 선택해서 바칠 수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힘든 시간을 견디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해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말보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한마디가 더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제들의 시대 공감>은 바로 그 말을 건네는 책입니다. 하느님께서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내가 길을 잃고 헤매는 순간에도,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혼자 두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잘하고 있을 때만 함께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흔들리고 넘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도 함께 계시는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흔들리거나 의심하면서도 주님을 떠나지 않고 계속 기도하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다시 사랑하고,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하느님과 함께 한 걸음씩 걸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주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 우리는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고 열매 맺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벅차고 쉽지 않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느님께 맡긴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기도문 중에서 은성제 신부님이 쓰신 ‘참된 빛을 청하는 기도’ 중 일부로 서평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 16,33)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의 복음이 빛임을 알고 예수님의 마음을 알고자 주님을 찾게 하소서.
예수님을 사랑하며 그 말씀을 따라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